DAC의 명과 암...투자 몰리지만, 1톤 격리에 40만~50만원 비용
DAC 기술 의미 있으려면 기업 탄소를 없애는 동시에 포집해야
전 세계 기업과 정부의 이목을 모으고 있는 간단한 방안이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지하에 묻거나 제트 연료나 요가 매트 등 소비재를 생산하는 데에 사용하는 ‘직접 탄소 포집(DAC) 기술’이다.
비용 문제 등 비판이 제기됐지만, 기술의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및 정책 분야에서 논의가 진척되는 양상이다.
기후목표 달성하려면 DAC 필요해, 개인부터 기업까지 투자 몰려
기후과학자들이 DAC 기술 없이는 인류의 기후변화 목표에 이를 수 없다고 경고하면서 DAC 기술 개발이 물살을 타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가 넷제로 목표에 도달하려면 자연적· 인위적 탄소 제거기술 사용이 필수적이다.
나무를 심는 등 자연적인 탄소 제거도 큰 역할을 하지만 숲을 키우는 데에 한계가 있고, 산불이 발생하면 엄청난 양의 탄소가 빠르게 방출된다. 대기 중에 축적된 탄소를 없애고 당장 탈 탄소 전환이 어려운 분야의 탄소 배출을 보상하기 위해 기술적인 탄소 제거가 이뤄져야 하는 셈이다.
DAC 기술의 필요성이 점차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와 기업의 관심이 뜨겁다. 스위스의 친환경 기술 스타트업 클라임웍스(Climeworks)는 최근 6억5000만달러(약 8500억원)의 재원을 민간 펀드레이징을 통해 마련했다.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인 알파벳(Alphabet)과 결제 회사인 스트라이프(Stripe) 역시 약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의 재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DAC 기술의 핵심은 간단하다. 거대한 선풍기로 주변 공기를 빨아들인 후 고열이 방출되는 필터를 통과시켜 이산화탄소를 거르는 기술이다. 전 세계 최대규모의 시설은 아이슬란드에 있다. 시설이 아이슬란드에 있는 이유는 지열 에너지를 쉽게 확보할 수 있고, 탄소를 영구적으로 격리할 수 있는 적절한 지질 저장고가 있기 때문이다.
DAC…탄소 배출의 변명으로 이용되면 안 된다
DAC 기술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공기 중에 희석된 탄소를 끌어내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사용되는데, 이는 다른 곳에서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혹자는 배출 중화 기술에 의존하는 것이 탄소 배출량이 많은 회사에 오염시킬 구실을 주는 것에 불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문제는 사용되는 에너지의 유형이다. DAC 기술이 상용화되면 2100년까지 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최대 4분의 1가량이 사용될 것이라며 신재생 에너지 및 폐열을 활용해야 한다고 연구자들은 조언한다.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니얼 맥 도웰(Niall Mac Dowell) 교수는 “지구가 받은 피해를 되돌리기 위해 DAC 기술이 필요하지만 탄소 배출을 완화하는 것의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탄소 배출을 대신해 포집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동시에 포집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DAC 기술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 에너지 기업인 옥시덴탈(Occidental)에 따르면 탄소 1톤을 격리하는 비용이 300달러(약 39만원)에서 425달러(약 55만원)다. 업계 전반의 기업에선 프로젝트가 진행되며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정작 DAC 업계에서는 회의적이다.
DAC 기술의 선구자이자 애리조나주립대학교 탄소배출저감센터장인 클라우스 라크너(Klaus Lackner) 교수는 “사람들이 엄청난 약속을 내놓고 있지만, 막상 약속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MIT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클라임웍스(Climeworks)의 CFO인 안드레아스 엡리(Andreas Aepli)는 기업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우선으로 둬야 한다고 말한다. 엡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애초에 쓰레지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DAC의 높은 비용이 오히려 기업에서 배출량 감축을 우선순위에 둘 동기로 작용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만큼 비용 감축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비용 문제와 함께 포집량도 수요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 현실이다. 아이슬란드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주력 시설은 연간 약 4000톤의 탄소를 포집하는데, 전 세계의 약 20개의 DAC 시험 시설을 합쳐도 약 1만톤에 그친다.
현재 과학계에선 지구 온난화를 1.5°C로 유지하기 위해 2050년까지 매년 50억에서 150억 톤의 탄소를 제거해야 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DAC 기술로 연간 약 10억 톤의 탄소를 포집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포집 이후에도 남아있다. 포집한 탄소의 처리 문제다. DAC 기술 개발 초기에는 포집한 탄소를 소비재 생산에 사용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편 지금의 DAC 전문가들은 영구 보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의 개발 책임자인 로리 게트르(Lori Guetre)는 “개별 소비재 시장은 작고 시멘트 생산공장에서도 아주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탄소기술 발전이 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나이티드 항공(United Airlines)의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로렌 라일리(Lauren Riley)는 “지속 가능한 제트 연료가 회사의 넷제로 목표에 도달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이 필요한 양과 가격으로 공급될 때까지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어, 그 사이에는 탄소 제거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DAC를 전환을 가능케 하는 실용적인 방안으로 평가한 것이다.
미국ㆍ캐나다, DAC 투자 유도 정책 발표
DAC 활성화를 위한 정부 주도 정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DAC 프로젝트에 대한 60%의 세금 공제 혜택을 제시했다.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의 정책에 따라 미국은 작년 몇몇 DAC 허브에 예산 약 35억 달러(약 4조2877억원)를 할당해 미국 남서부 지역에 상당한 규모의 시설을 마련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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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미국 연방 및 뉴욕주에서는 민주당에서 발의한 법안이 도입되면서 정부가 직접 탄소 제거에 나선다. 미국 퍼미언 분지에 있는 옥시덴탈(Occidental) 시설도 탄소 제거, 제트연료 생산, 석유회수증진법 등을 병행하면서 세금 및 저탄소 연료 기준에 따른 혜택을 받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의 화석연료 및 탄소 관리 부서 책임자인 제니퍼 윌콕스(Jennifer Wilcox) 비서관은 "현재 혜택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지속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한 지표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 정책과 별개로 옥시덴탈(Occidental)은 수십 개의 시설 확충을 계획하고 있다. 카본 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역시 캐나다, 영국, 노르웨이 개발자와 협력하고 있다. 클라임웍스(Climeworks) 역시 향후 몇 년간 자체적으로 메가톤급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여러 전문가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DAC 기술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의 탄소 제거 전문가인 케이티 르블링(Katie Lebling)은 "탄소 제거 없이는 넷제로 목표를 달성할 수 없어, 그 중요성은 점차 커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