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환경개선부담금, 헌법에 합치"
경유차 소유자에게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결정은 환경개선부담금에 대한 최초의 합헌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A씨가 환경개선비용부담법을 상대로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환경개선비용 부담법 제9조1항은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동차 소유자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징수하도록 하고 있다.
소형 화물차 소유자인 A씨는 2019년 3월 환경개선비용부담법에 의해 부담금 6만9000원을 내야했다. 체납금 56만원 가량도 쌓여있었다. A씨는 법원에 부담금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재판에서 모두 패소하고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도 기각되자 A씨는 이 법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2019년 11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경유에 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는데 경유차 소유자들에게 환경개선부담금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는 취지다. 또 경유차 소유주에게만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도 주장했다.
헌재는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법이 헌법에 합치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민이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5조1항 등을 들어 해당 법 조항의 입법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오염 원인자인 경유차 소유자가 경유차가 유발하는 대기오염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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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은 "환경개선부담금은 경유차의 소유·운행 자체를 직접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납부의무자에게 일정한 금전적 부담을 안겨 경유차 소비 및 사용 자체를 간접적·경제적으로 규제하고 억제하려는 유도적 수단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저감시켜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하는 입법목적 내지 정책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라고 했다.
환경개선부담금은 조세가 아닌 부담금이라며 이중과세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관들은 "법익균형성 측면에서도 환경개선부담금은 대기오염물질을 다량 배출하는 경유차의 소유·운행을 직접 규제하지 않고 경제적 유인수단을 통해 간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며 "간접적 규제로 부과되는 경제적 부담이 사실상 경유차의 소유·운행을 직접 규제한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과도한 액수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부연했다.
경유차가 초래하는 환경피해가 휘발유차에 비해 월등히 커 평등원칙에도 위배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부담금은 휘발유차보다 환경피해 비용이 훨씬 더 많이 유발되는 노후 경유차를 중심으로 부과되고 있으므로, 기술발달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부과되고 있다는 취지의 청구인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오염물질 배출 저감 및 쾌적한 환경조성이라는 목적을 고려할 때, 환경개선부담금을 경유차 소유자에게만 부담시키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경유차는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의 ‘클린 디젤’ 정책으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정부는 매연저감장치를 단 경유차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휘발유차와 비슷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은 더 적다고 홍보했다. 경유차는 친환경차로 분류돼 주차료와 환경개선부담금 면제 등의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2015년 하반기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사건(디젤게이트)이 발생하고, 2018년 BMW 경유차량에서 연달아 화재가 발생하면서 경유차는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경유차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가 인체 위해성이 크다며 규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2018년 11월 문재인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 원인인 경유차를 단계적으로 없애겠다며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없애는 방향으로 클린 디젤 정책을 폐기했다. 경유차 신규등록 비율은 2008년 18.5%에서 2015년 45.9%로 상승세를 보이다 2021년 17.3%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