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 셰틀랜드 해양보호구역에 산업 폐기물 버린 혐의
영국의 에너지 기업 bp가 대서양 내 법적으로 보호되는 해양보호구역에 산업 폐기물을 버린 혐의를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 지는 지난 6일(현지시각) bp가 현장에서 시추를 마친 후 셰틀랜드에서 서쪽으로 120마일 떨어진 곳에서 14개의 파이프와 제어 케이블을 폐기하기 위한 승인을 정부 기관에 요청한 기밀문서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6월 말, bp는 영국의 해체규제기관의 허가를 받은 후 얼마 전 해양 보호 구역(MPA)으로 송유관을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희귀한 거대 심해 해면, 자갈 생태계, 매우 느리게 자라는 연체동물인 '오션 콰호그(ocean quahog)' 때문에 국제법에 따라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비너스백합 조개(Arctica islandica)의 일종인 오션 콰호그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 사는 동물 중 하나로 수명이 400 ~500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p, 올해 석유 선박 해체 계획을 실행에 옮겨
bp는 ‘페트로야를 포이나븐(Petrojarl Foinaven)'이라는 부유식 석유 선박을 사용해 25년 동안 시추해 왔다. 2021년, 현장에서의 생산은 중단되었으며 지난 1월 bp는 이 선박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총 4180톤에 달하는 선박의 모든 케이블 라인과 앵커를 현장에 떨어뜨릴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1분기에 국제 유가 급등으로 50억파운드(약 7조7800억원)의 수익을 올린 bp는 당초 규제 당국에 14개의 파이프와 케이블을 내리는 것을 승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은 반복적으로 변경되었다. 규제 기관의 승인 이후 배에 합류하는 모든 파이프를 해체할 수 있게 되었고 현재 통제없이 해저로 폐기물을 떨어뜨리고 있다. 지금까지 4개가 분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소식통, 분리된 케이블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 전해
챌면(riser) 케이블의 길이는 약 820m이고 복합 케이블인 엄빌리컬 케이블(umbilical cable)의 길이는 최대 4.2km다. 무게는 거의 2400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한 소식통은 “케이블이 마치 ‘스파게티’ 더미같다고 묘사하면서 14개의 케이블과 챌면을 모두 회수하는데 엄청난 비용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수를 위해선 특수 회수선과 수중 선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 덤핑이 해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나중에 파이프를 복구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 bp의 의견과 대립되는 부분이다.
환경보호단체 그린피스 영국(Greenpeace UK)의 수석 과학자이자 정책 이사인 더그 파(Doug Parr) 박사는 “통제되지 않는 방식으로 해저에 철물을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비상시 생명을 구하는 일뿐이다. bp가 단순히 편의를 위해 이를 제안했다는 사실은 변호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bp는 모든 파이프와 케이블을 회수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분리된 케이블은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회사는 "여름 동안 해양 작업이 가능한 기간이 짧기 때문에 안전을 위해 이 과정을 가속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포이나븐에서 챌면을 회수 및 폐기하려는 계획과 해체 프로세스의 일부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약속은 변함이 없으며 통제된 환경에서 순차적인 방식으로 수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보호구역 안전 우려하는 환경단체, 다른 입장인 해양석유 규제기관
셰틀랜드(Shetland)에 위치한 해양보호구역은 최대 800미터 깊이로 빙하에 의해 부분적으로 파인 깊은 해협과 열곡 분지를 아우르고 있다. 영국 해역에서 유일한 거대 스펀지 개체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모양 때문에 어부들에게 ‘치즈 바닥’으로 알려진 해면은 물고기와 거미불가사리류가 서식하고 있다.
해양석유 규제기관(Offshore Petroleum Regulator for Environment & Decommissioning, Opred)은 bp의 산업폐기물이 "해저 지역에 국부적이고 일시적인 교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반면 bp는 "약 70제곱미터를 덮는 챌면과 케이블을 떨어뜨릴 경우 MPA의 일부만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파 박사는 “파이프와 케이블이 회수될 것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규제 당국이 해저에 챌면을 떨어뜨리는 것을 허용했기 때문에 이는 다른 석유 및 가스 회사가 동일한 조치를 취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 라며 우려를 표했다.
해양석유 규제기관이 소속된 영국 비즈니스, 에너지 및 산업 전략부(Department for Business, Energy & Industrial Strategy) 대변인은 “bp가 장비를 회수하고 재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해체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고 비용 효율적인 방식으로 영국 및 국제 의무에 따라 수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