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착한 포장’ 급성장, 국내 기업도 친환경 포장재 적극 도입
베트남 포장업계, 친환경 포장 소재, 불필요한 포장 제거 등 ‘착한 포장’ 증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MARC(International Mining and Resources Conference)는 친환경 포장재 시장 규모가 2018년 약 168억 달러(약 24조원)에서 2024년 약 286억 달러(약 37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각국 정부가 친환경 정책을 펼치고,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 인식이 높아지면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설명이다.
최근 KOTRA(코트라) 역시 베트남 포장업계가 빠른 성장보다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고 알리면서, 이런 추세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런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코트라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7일, ‘KOTRA 해외시장 뉴스-트렌드’를 통해, ‘착한 포장’으로 바뀌고 있는 베트남 포장산업을 자세히 살폈다.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베트남은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포장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그에 따라 포장재의 폐기물 처리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라면서, “이런 환경 오염에 문제의식을 느낀 베트남 포장 산업계가 바뀌고 있다”라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포장산업은 코로나 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최근 5년 동안 연평균 4.9%의 견고한 성장세를 보인다. 2021년 베트남에서 생산된 포장 용기는 약 499억4000만 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베트남의 포장산업은 페트(PET) 및 플라스틱 용기와 접이식 용기가 전체 포장 용기의 65.7%를 차지하고 있다”라면서, “코로나 19 기간 전자상거래와 배달주문이 급증함에 따라, 개별 소형 포장 용기의 수요가 많이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현재 베트남의 포장산업은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는 등 착한 포장으로 바뀌는 추세다. 그 중심에는 친환경 포장재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베트남 정부가 있다.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베트남 자원환경부는 최근 2025년까지 상업 센터와 슈퍼마켓 등에서 분해가 어려운 일회용 비닐봉지 대신 친환경 소재의 비닐봉지와 포장재로 100% 대체하고, 생성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률을 85%까지 끌어올리는 목표를 담은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강화 정책(Decision 1316/QD-TTg)’을 발표했다”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베트남 자원환경 정책전략 연구소에 따르면, 베트남 슈퍼마켓에서 소비되는 일회용 비닐봉지 수는 연간 3800만 개며, 조사에 참여한 48개 슈퍼마켓 중 46개 슈퍼마켓에서 무료로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하지만 베트남 정부의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 강화 정책으로 인해, 2026년부터는 일회용 비닐봉지를 제공하는 슈퍼마켓과 상업 센터에는 벌금이 부과될 예정이다.
베트남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도 베트남의 포장산업에서 착한 포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것과 관련 있다.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2020년 닐슨 베트남(Nielsen Vietnam)에서 베트남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응답자의 80%가 ‘친환경 제품에 대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라고 대답했다”라고 알렸다. 이어 “라비에(Lavie), 코카콜라(CocaCola) 등 소비재 제조 및 포장재 선도기업도 이런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2019년 ‘베트남 포장 재활용 기구(PRO Vietnam, Packaging Recycling Organization Vietnam)’를 결성해, 친환경 포장 사례를 공유하고 재활용을 통한 포장재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했다.
HSBC 베트남, 사이공 쿱, 롯데마트 베트남, 네슬레 베트남… 착한 포장 기업 늘어
베트남에서는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기존 포장재를 대체하는 시도가 늘어나는 추세다. 보고서는 HSBC 베트남이 베트남 최초로, 재활용 폴리 염화비닐(rPVC) 플라스틱으로 만든 카드를 출시했다고 전했다. HSBC 베트남은 2026년까지 모든 카드를 재활용 폴리 염화비닐(rPVC)로 만든 카드로 교체하고자 한다.
또, 베트남 유통업체인 사이공 쿱(Sagion Co.op)은 2019년 4월부터 전국 600개 이상의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와 대나무 빨대로 대체하고 있으며, 식품 포장 비닐봉지 대신 바나나 잎을 사용한다.
한국 진출기업인 롯데마트 베트남은 최근 연꽃잎을 활용한 쇼핑 에코백을 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 에코백은 연잎을 가공해 종이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됐으며, 약 20~25kg의 물건을 담을 수 있다.
아울러, 베트남에서는 불필요한 포장을 제거하고, 포장재를 재활용하는 순환 경제에 힘쓰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보고서는 프랑스 외투 기업인 네슬레 베트남(Nestle Vietnam)이 생수 브랜드 라비에의 음료 캡 부분의 불필요한 비닐 포장을 제거하거나, 푸른색으로 염색된 페트와 플라스틱 포장을 하얀색으로 변경하면서 잉크 소모량을 감소시키고 재활용하기 쉽게 포장 방법을 개선했다고 전했다.
한국 기업인 오리온 베트남 역시 착한 포장에 힘쓰고 있다. 오리온 베트남이 현지에서 생산·판매되는 제품 포장재의 잉크 사용량을 줄이는 환경친화적인 포장재 개선을 추진한다.
김진모 다낭무역관은 “오리온 베트남은 현지 인기 제품인 ‘고소미(현지명: Goute)’, ‘고래방(현지명: Marine boy)’ 등 5개 브랜드의 필름 포장재 인쇄 도수를 6~8도 제품은 3도 이하로, 3~4도 제품은 2도 이하로 각각 줄여 생산을 시작했다”라면서, “이를 통해 연간 약 88톤의 잉크를 절감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통・제과업계 및 전자・IT업계, 친환경 포장재 도입에 적극적
국내에서는 유통・제과업계를 중심으로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점포에서 사용되는 쇼핑백을 재생용지 기반의 친환경 쇼핑백으로 전면 교체했다. 또, 불필요한 잉크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쇼핑백 디자인을 바꿨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은 업계 최초로, 면세품 비닐 포장재를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소재로 전환하고, 친환경 면세품 전용 물류 박스인 ‘H그린박스’를 도입했다.
LG생활건강은 ‘클린뷰티 인사이드(Clean Beauty Inside)’ 시스템을 시행 중이다. 클린뷰티는 플라스틱 포장재 저감, 파라벤 무첨가, 비건 등 지속가능한 화장품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LG생활건강 클린뷰티 연구소에서는 화장품 포장재를 4R, 즉 재활용(Recycle), 재사용(Reuse), 감량(Reduce), 대체(Replace) 관점에서 연구하며, 탄소 발생을 줄이는 워터리스 제형과 에너지 저감 공정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BGF그룹은 업계 최초로, PB 생수를 무라벨 포장으로 전면 교체하고, PB 스낵 포장재의 잉크 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낮췄다. BGF 리테일이 환경친화적 패키징을 통해 지난해 감축한 플라스틱 양은 1400여 톤에 달한다고 확인된다.
롯데제과는 비스킷 전 제품에서 플라스틱 용기와 완충재를 제거했다. 완충재가 들어가는 ‘미니 야채크래커’와 ‘미니 초코칩쿠키’ 생산을 중단함으로써, 80여 종에 달하는 롯데제과의 비스킷 모든 제품에서 플라스틱 용기가 사라졌다.
유통・제과업계뿐 아니라 상품 패키지부터 배송 상자, 테이프, 완충재에 이르기까지, 포장재를 여러 개 쓰는 전자・IT업계에도 친환경 포장재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는 11일, 제품 수리용 서비스 자재를 배송할 때 사용하는 포장재에 친환경 소재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달부터 생산공장에서 서비스센터로 보내는 서비스 자재의 배송용 상자와 테이프를 친환경 소재로 바꿨는데, 이를 다음 달까지 모든 글로벌 서비스센터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연간 약 326톤의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완충재(air bag)와 지퍼백(PE bag)에도 친환경 소재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