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유사 노조, EPA에 바이오연료 혼합 프로그램 비용 낮추도록 압박

2022-07-12     김환이 editor
미국 정유사와 노동조합 대표들은 "바이오 연료 혼합(RFS, the Renewable Fuel Standard) 프로그램 비용을 낮춰달라"고 요구했다/픽사베이

미국 정유사와 노동조합 대표들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바이오 연료 혼합(RFS, the Renewable Fuel Standard) 프로그램 비용을 낮춰달라"는 압력을 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05년 미국 의회는 국가의 재생가능 연료 부문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 정책법에 근거 RFS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의회는 EPA에 정책을 재구성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으며, EPA는 오는 9월 중순까지 RFS 프로그램 개정 방안을 고려하고 내년에 정책 방향을 재설계할 예정이다. 

RFS 정책 개정을 앞두고 정유사들은 EPA에 "정유사와 바이오 연료 생산자들에 대한 바이오 연료 구매 규제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 

EPA는 수입 석유에 대한 의존도와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연간 재생가능 연료 목표치를 설정했다. 이에 정유사들은 에탄올 등 연간 수십억 갤런의 바이오 연료를 직접 혼합하거나 혼합 바이오 연료 갤런 당 크레딧 ‘RINs’을 구매해야 하는데, 이 규제 조건이 정유사들에게 큰 재정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정유사와 노조 대표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유사들은 구매 재생 가능 연료를 188억 갤런에서 206억 갤런으로 늘려야 하는데 대부분 에탄올을 첨가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EPA가 요구하는 재생가능연료 목표치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정유산업, "바이오 연료 혼합 비용 낮추지 않으면 파산할 수도"

EPA는 RFS 프로그램을 개정하기 전 정유사, 보일러 제조업체, 증기 파이프 시설공 등 여러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했다. 

미국 석유정유사 PBF 에너지와 몬로이 에너지 대표는 지난주 RINs 정책 개정 방안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면서, “현재 RINs 크레딧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 연료 혼합량을 너무 높게 설정했다"며 "EPA와 미 의회가 요구한 에탄올 양을 맞추려면 정유사들은 약 300억달러(약 39조원)를 추가할 뿐 아니라 RINs 가격도 30센트(약 360원) 올랐다"고 특히 소규모 정유사들은 파산까지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PBF 에너지 브렌던 윌리엄스 정부관계담당 부사장은 "RINs 크레딧 총 비용은 2019년 약 1억6500만달러(849억원)에 달했고 최근 2년 간 비용이 모두 두 배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에게 재생연료 구매 비용은 원유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큰 지출 분야이며, 변동성이 큰 오픈마켓에서 RINs 크레딧을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정유사들은 'EPA 규제의 불확실성 및 예측불가능성'에 대해 가장 큰 불만을 표시했다. 

 

바이오 연료 혼합 비용 낮춰야 재정 ㆍ일자리 안정적

지난 6월에도 정유사들은 "재생 에너지 프로그램을 준수하기 위한 바이오 연료 구매 목표량을 낮춰달라"고 요구했지만 EPA는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대신 정유사가 자체적으로 바이오 연료를 혼합하지 않더라도 다른 공장에서 가공한 바이오 연료인 '바이오 중간물질(biointermediates)'을 포함하는 것을 허용했다. 이는 바이오 연료 생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러나 정유사들은 "대부분 정유사들이 바이오 연료를 휘발유에 혼합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RINs 크레딧을 구매할 수 밖에 없다"며 "대규모 정유사들만이 바이오 연료 물질을 판매해 큰 이익을 얻어가는 구조"라고 반대했다. 

PBF 윌리엄스 부사장은 "이 제도는 대형 정유사들에게 불공평한 이익을 안겨주면서 우리와 같은 동종업자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크레딧 구입은 정유사와 소비자들에게 재생가능연료 비용의 일부를 전가하도록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립 정유사를 대표하는 캠페인 단체인 퓨얼링 아메리카의 일자리 연합과 같은 노동조합도 제도 시행에 대해 큰 불만을 표했다. 크레딧 구입 비용이 만만치 않아 이 현상이 유지된다면 정유사의 정제 능력은 계속 떨어지거나 결국 파산하면 수백명의 직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정유 생산자들은 석유의 높은 수요와 공급 증가로 큰 이윤을 느렸지만 불안정한 시장, 화석 연료에 대한 규제 압력, 소비 침체 등으로 장기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 많은 정유사들이 바이오 연료 공장을 폐쇄하거나 개조했다. 정유사와 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EPA가 독립 정유공장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