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직농업, 상업적 생산을 향해 움직인다

2022-07-13     홍명표 editor
바워리 파밍의 수직농업의 내부 모습/홈페이지

미국 농업의 새로운 개척자로서 수년 전 실험실에서 시작된 수직농업이 이제는 상업적인 생산 규모로 확장하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타임즈가 12일(현지시각) 보도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가 주목한 수직농업 회사는 뉴욕에 본사를 둔 보워리 파밍(Bowery Farming)이다. 

수직농업이란 자동화된 최첨단 식물과학을 이용,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를 사용하는 엄격하게 통제된 실내 환경에서 과일과 채소를 재배하는 것이다. 평지에 농작물을 재배하는 것과는 달리 수직으로 여러 층을 쌓아올려서 좁은 땅에 많은 농작물을 재배할 수 있기 때문에 수직농업(vertical farming)이라 불린다. 

수년간에 걸친 실험실 테스트 후, 보워리 파밍과 다른 수직농업 회사들은 현재 상업 생산 규모를 늘리고 경쟁자들을 압도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FT에 의하면 수직농업의 시장 규모에 대해서 믿을 만한 숫자는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시장조사 회사인 그랜드 뷰 리서치(Grand View Research)는 2019년의 10억달러(약 1조3132억원)를 조금 넘었던 매출이 작년에 43억달러(약 5조6471억원)에 달했다고 추정한다. 2030년까지는 연간 25.5%의 성장률을 예측하고 있다. 

 

2030년까지 연간 25.5% 성장 예측되기도

수직농업의 혜택은 다양하다. 보워리 파밍의 과학자들은 해충, 홍수, 가뭄과 같은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실내 환경은 농약이나 제초제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전통적인 농업에 사용되는 것보다 90% 적은 물로 농작물을 재배하는데, 자라는 식물들이 내뿜는 습기는 제습기에 의해 빨려 들어가 관개를 위해 재활용된다.  
여러 층 높이로 농작물이 쌓여 있어, 비교 가능한 온실보다 에이커당 몇 배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수직 농장은 어느 곳에나 위치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물은 뉴욕시 옆에 있는 산업단지에서도 재배할 수 있다. 트럭으로 뉴욕을 횡단하는 것이 아니라서 몇 시간 안에 매장 선반으로 이동할 수 있다.  

비즈니스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수직 농장은 지난 해 기록적인 50억 달러(6조5664억 원)의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 
시카고에 본사를 둔 엔지니어링 회사인 아코/머레이(ARCO/Murray)는 증가하는 실내농업 벤처기업들이 시설을 건설하고 설치하는 것을 돕기 위해 별도의 부서를 만들었다. 이 단체를 이끄는 패트릭 히더(Patrick Hidder)는 실내농업 벤처들을 "기계와 비밀로 가득찬 광란의 산업"이라고 표현했다.

수직농업 기술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수익성 있게 적용될지에 대한 의문도 있다. 창고같은 수직농업 농장이 틈새시장에 그칠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또한 한 투자자의 말처럼 수직농가들이 막대한 자본비용을 상쇄하고 충분한 상추를 팔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 10월, 많은 찬사를 받은 스타트업인 에어로팜(Aero Farms)는 12억달러(약 1조5759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한 SPAC과 합병계약을 맺었으나, 갑자기 계약이 파기되기도 했다. 뉴저지 뉴어크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이 사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보워리 파밍의 창업자이자 CEO인 어빙 페인(Irving Fain)은 "우리는 농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전체 공급망을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페인은 수직농업 회사를 차리기 전 투자 은행가로 잠시 일했다. 2015년 보워리 파밍을 설립한 그는 구글 벤처스, 싱가포르의 국영 투자 회사인 테마섹(Temasek)을 포함한 투자자들로부터 거의 6억5000만달러(약 8536억 원)를 조달했다.

지금까지의 제품들은 대부분 상추와 바질 같은 잎채소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보워리 파밍은 미국 동부 해안의 1000개 이상의 상점에서 이것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 면에서 자사의 생산량이 경쟁하고 있는 유기농 농산물과 맞먹는다고 말한다.

보워리 파밍의 상품/홈페이지

올해는 보워리 파밍에 특히 중요한 해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 5월 펜실베이니아주 베들레헴(Bethlehem)에 15만 평방피트(4215평) 규모의 농장을 개장했으며, 뉴저지에 개량된 기술을 활용한 볼티모어 농장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경영진은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그런 종류의 규모가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다른 시설들은 조지아주 로커스트 그로브(Locust Grove)와 텍사스주 알링턴(Arlington)에 건설 중이다.
한편, 보워리 파밍은 딸기처럼 더 높은 이윤의 과일을 수확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보워리 파밍은 오랫동안 자동화에 저항해 온 섬세한 작물인 딸기를 딸 수 있는 로봇을 만드는 회사인 트랩틱(Traptic)을 2월에 인수했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재배 위해 인공지능 적극 활용

한편, 실내에서 수천 개의 작물이 동시에 재배되고 있으며, 각각 고유한 환경 선호도가 있어 농장은 복잡한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도입은 필수적이다.

보워리 파밍의 운영시스템(OS)은 각 농장에서 식물에 대해 개별화된 관리를 한다. 보워리의 OS는 빛을 더 필요로 하는 식물을 식별함과 동시에 내일 수확해야 할 베이비 버터 양상추 등을 농부들에게 알릴 수 있다.

보워리 파밍에서는 식물이 번성하기 위해 필요한 환경 조건을 ‘작목 레시피’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실외의 기상 조건이 없는 상태에서 빛의 스펙트럼, 광동작(낮/야간 주기), 빛의 강도, 관개 일정, 영양소, 공기 흐름, 온도, 습도, CO2 등 완전히 새로운 세분화된 요소가 있다. 보워리 파밍은 인공지능을 사용해 이러한 변수를 제어하고, 식물의 건강상태와 궁극적으로는 맛과 향기를 최적화하기 위해 매시간 또는 매분 조정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방법은 보워리 파밍의 농부들이 이전에는 농업에서 달성할 수 없었던 속도로 과학 탐사를 테스트, 반복, 확장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인공지능은 보워리 파밍의 에너지 소비량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스타벅스에서 14년간 근무하다가 보워리 파밍에 입사한 캐티 시웰(Katie Seewell)은 "우리는 딸기가 시작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산딸기, 블랙베리, 등 다양한 과일 작물들이 있다. 딸기는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수직농업의 기초연구 대부분은 미항공우주국에서 개발

한편, 수직 농업을 위한 기초적인 연구의 대부분은 미항공우주국인 나사(NASA)에서 나왔는데, 나사는 우주선의 좁은 공간에서 식량을 재배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수십 년 동안 소련과 경쟁한 바 있다.

LED 조명의 효율성과 정교함이 크게 발달한 덕분에 수직 농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활기를 띠었다. 전통적인 농장이나 온실과는 달리, 수직 농장들은 햇빛을 받지 않기 때문에 LED조명은 필수적이다. 

2012년 설립된 크롭 원(Crop One)의 최고 운영 책임자인 앤드류 그리머(Andrew Grimmer)는 "태양을 교체하고 실내로 가져오는 것은 분명히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한다. 크롭 원(Crop One)은 현재 두바이에 에미레이트 항공의 기내식을 위한 4000만달러(약 525억 원), 16만평방피트(약 4496평) 규모의 수직농업 시설을 건설하고 있는데, 이 시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수직 농장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크롭 원에 의하면 모든 수직농장과 마찬가지로, 에너지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조명 외에도, 자동화된 시스템을 가동하여 공장을 돌보고 환경을 유지하는 대규모 난방과 환기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그리머는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면 수직농업이 승리한다"며 크롭원 농장 운영비의 절반가량을 전기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수직농업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보워리 파밍의 경우는 농장에 100%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베들레헴은 수력 전기로 움직인다. 그러나 회사는 재생 에너지를 선택하는 것이 단순히 기존의 전력 그리드에 연결하는 것보다 더 번거롭다는 것을 인정한다. 

 

수직농업은 전기 에너지 많이 사용하는 단점

보워리 파밍은 재생 에너지 사용

수직농업 업계의 전환점이 된 사건은 2017년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수직농업 스타트업인 플렌티(Plenty)에 2억 달러를 투자하면서부터다. 여기에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참여했다. 
인디애나에 기반을 둔 농업 투자 전문 회사인 세레스 파트너스(Ceres Partners)의 사모펀드를 감독하는 앤드류 하웰(Andrew Howell)은 "그때부터 정말 큰 달러가 유입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하웰은 "만약 여러분이 세계의 주요 도시 옆에 농장을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은 벤처 자본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이라고 말한다. 

하웰은 생존하기 위해서는 수직농부들이 적어도 세 가지 사항에 숙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첫째는 센서, 로봇, 정교한 조명 및 거대한 냉난방공조시스템을 갖춘 시설을 설계하고 건설하는 공학적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농업 및 운영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24시간 내내 생산물을 재배하고 관리함으로써 일관된 품질과 최대 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는 어느 공장은 40%의 습도를 필요로 하고 좀 떨어진 곳의 다른 공장은 50%의 습도를 요구하기도 한다. 기술적 결함이나 정전으로 농작물 전체가 소실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