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하락세, ESG는 시험에 들었나

2022-07-14     홍명표 editor

요즘 주식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하락세다. 이런 하락장 속에서 ESG 투자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13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이 다뤘다. 

ESG 원칙에 기초한 투자는 2009년부터 올해 초까지 계속된 주식의 상승세에 힘입어 35조 달러(약 4경5717조원) 규모의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지금과 같은 하락장에서 계속 ESG 주식을 붙들고 있을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의 우려로 올해 약세장이 시작되면서 투자자들의 ESG에 대한 약속이 시험받고 있다. 투자전문 미디어인 모닝스타에 따르면, 미국의 지속가능자금에서 5월에만 35억 달러(약 4조5717억원)나 빠져나갔다. 

물론 이전부터 지속가능자금으로의 유입 흐름이 둔화되고 있었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5월까지 350억달러(약 45조원)를 벌여 들였지만 올해에는 첫 5개월 동안 75억달러(약 9조7965억원)를 벌어들였다.

 

ESG자금에 자금유입이 둔화되고 있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닝스타의 지속가능성 조사담당 부소장인 알리사 스탄키위츠(Alyssa Stankiewicz)는 "ESG펀드로부터 자금 유출이 단순한 '딸꾹질'이 아닌 보다 심각한 상태가 되려면 자금 유출이 지속적으로 일어나야 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스탠키위츠는 "만약 우리가 ESG 자금에 대한 수요가 실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하려고 한다면, 수요가 더 빨리, 그리고 더 오랜 기간 동안 더 많은 시장에서 감소하는 것을 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SG 주식형 펀드는 올해 두 가지 측면에서 포트폴리오에 역풍을 맞았다. 하나는 기술주의 실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ESG펀드는 보다 친환경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IT기술주에 과도한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는데, 올 상반기 기술주의 실적이 나빴다. 또하나는 전통적인 에너지 가격의 상승이다. ESG 펀드의 부진한 실적 대비 석유와 가스 주식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실적이 좋았다.

모닝스타 다이렉트에 따르면, 미국의 지속가능펀드는 지난 6월 30일까지 5년간 다른 펀드 대표 그룹보다 연간 1.4% 이상 높은 성과를 냈지만 2022년 상반기에는 오히려 2% 가까이 성과가 떨어졌다. 

그러나, 아직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달 재무기획저널(Journal of Financial Planning)과 재무기획협회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무고문의 28%가 향후 1년간 ESG펀드의 사용이나 추천을 늘릴 계획이라고 답해서 2021년의 24%에 비해서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동안 15%가 사용을 줄일 계획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는데 이는 지난해에 4%가 그렇게 대답한 것에 비하면 대폭 증가한 것이다. 

RBC 웰스 매니지먼트(Wealth Management)가 4월에 미국에 소재한 976명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중 절반 가까이가 ESG 영향보다 재무 실적과 수익률을 더 우선시된다고 답해 지난해의 42%에 비해 증가했다.

커먼웰스 파이낸셜 네트워크의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인 피터 에셀(Peter Eselle)은 “ESG투자가들은 전통적인 투자가에 비해 성과에 중점을 더 크게 두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있는 기간에도 투자 포트폴리오를 확 변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를 포함한 월가의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견해를 공유한다. 

투자 어드바이저인 웰스파이어 어드바이저스(Wealthspire Advisors)의 상무이사 팀 휴즈(Tim Hughes)는 ESG 투자에 대한 고객의 관심이 지난해 증가했음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적은 저조했지만 솔직히 고객으로부터 별로 반발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향후 몇 개월 동안 ESG펀드 포트폴리오에 대한 시장 동향의 선호가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기술주는 지난달부터 ESG 펀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소폭 상승세를 보였다.

ESG 투자자인 트릴리움 자산관리(Trilium Asset Management)의 경제학자 겸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쉐릴 스미스(Cheryl Smith)는 "경제 성장률이 저조한 기간 동안 ESG 친화적인 기술 및 의료 분야를 포함한 안정적인 성장 전망을 가진 기업들이 선호된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투자 회사인 미로바(Mirova US)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에임버 페어뱅크스(Amber Fairbanks)는 "단순히 ‘기분 좋게’ ESG에 투자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본다"고 말했다. 

 

증시 불황 속에서도 ESG에 대한 지지는 여전해

한편, 로이터는 ESG관련 제안들이 주주총회에서 여전히 지지를 얻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기업의 ESG 토픽에 관한 주주 결의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2021년 32%에서 올해 26.6%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동단체인 애즈유소우(As You Sow)와 연구기관인 프록시 임팩트(Proxy Impact), 지속가능한 투자기관(Sustainable Investment Institute)가 로이터에 제공한 7월 1일까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활동가들은 올해부터 지금까지 34개의 ESG 결의안에 대해 전년 동기와 동일한 수준의 지지를 여전히 획득했다.  

지속가능한 투자기관의 전무이사인 하이디 웰시(Heidi Welsh)는 "지난해는 지지자들이 대담해진 대단한 한 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ESG 활동가들은 6월에 69%의 투표율을 기록한 총기 제조업체 스텀 러거(Sturm Ruger & Co)에 대해서는 승리를 주장했다. 스텀 러거는 지난달 주주 과반수가 인권영향보고서를 요구하는 주주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진 바 있다. 

주주 ESG 결의안은 많은 기업 연례 회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은 지난 5월 ESG 관련 주주제안이 너무 규범적이어서 더 적은 수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은 총기 대여와 같은 문제에 대한 그들의 입장을 위해 금융회사들을 목표로 삼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ESG에 관한 주주 결의안은 사상 최대인 266건이 제안됐으며 이는 지난해 223건에서 증가한 것이라고 웰시는 전했다. 웰시는 "ESG가 죽었다는 기사는 확실히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