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감시기구, ISSB에 '지속가능성' 정의 요구

지속가능성 가이드라인 의미 혼선 지속… 기업 혼란 가중

2022-07-14     양윤혁 editor
ISSB 홈페이지. ISSB EU, SEC 등 국제 가이드라인의 의미 통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ISSB 

EU(유럽연합)의 감시기구인 ESMA(유럽증권시장청)가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에서 '그린워싱'을 근절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의 정의를 밝혀야 한다고 밝힌 사실을 지난 1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U 감시기구는 ISSB가 사용하는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모호해 관계자들의 혼선을 유발한다며 명확한 정의를 요구한 것이다. 

 

ISSB 그린워싱 막고자 작년 출범, 공해 유발 기업 공개 요청

ISSB는 지속가능성에 관한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조직이다. 지난해 11월 유엔 COP 26 기후정상회의에서 출범했으며, 출범 이후 기후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기업을 공개하는 규정 등 글로벌 지속가능성 기준 초안을 발표했다. 세계 지도자들과 투자자, 규제 당국이 지속가능성 기준 제정을 요청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140개국에서 사용되는 IASB(국제회계기준위원회)의 자매기관이다. 

ISSB는 이사회에서 기업 공개에 관해 중국, EU, 일본, 영국, 미국 간 대화를 돕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달 17일 보도했다. ISSB의 엠마누엘 파베르(Emmanuel Faber) 위원장은 "전 세계 국가 및 시장 관계자의 지속적인 참여가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ISSB 이외에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기관이 있다. SEC(미 증권거래위원회), EFRAG(유럽연합 재무보고자문그룹)에서도 지속가능성 관련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그린워싱을 막고 지속가능한 투자를 제대로 이끌기 위한 여러 대책 중 하나인 셈이다.

세 기준 도입을 앞두고 기업에선 혼란을 피하고자 가이드라인 간 동일한 의미의 어휘를 사용할 것을 요구했다. 7000여 개의 글로벌 기업으로 구성된 ‘위민비즈니스(We Mean Business)’ 연합이 규제당국에 당장 올해 말 적용할 규칙을 정하기 이전에 정의, 용어 및 개념에 관한 의견 수렴을 요구했다고 지난 6월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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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에선 이미 ESG 문제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 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공개하는 자체 규칙에 합의했다. 미국도 자체 공개 규정을 제시했다. 

ESMA 측이 ISSB에 보낸 공문의 첫 장. 수신인은 파베르(Faber) 위원장으로 적혀있다./ ESMA

EU 유럽증권시장청(ESMA)은 ISSB의 제안이 어떤 지속가능성 관련 문제를 다루는지 명확히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ESMA는 ISSB에 지속가능성의 의미를 명확히 규정할 것을 공문을 통해 요구했다. ESMA의 베레나 로스(Verena Ross) 청장은 "지속가능성의 범위와 정의를 추려낼 것을 권고한다"며 "통합적 정의가 이뤄질 때 지속가능성의 진정한 표준 설정 솔루션 마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로스 청장은 "아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 지속가능성 관련 보고가 분열될 위험이 있고 투자 커뮤니티는 물론 국제적으로 발행사의 비용이 증가해 패러다임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혼선 줄이려면 가이드라인의 호환은 필수

가이드라인 간의 의미가 통일되지 않으면 업계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ESG와 지속가능성 개념을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ISSB가 사용하는 지속가능성의 의미가 무엇이고, 광범위한 ESG 관련 이슈 스펙트럼 중에서 정확히 어떤 주제를 밝히는 것인지 공유가 필요한 이유다.

데이터 회사인 ESG북(ESG Book)의 최고 경영자인 다니엘 클리어(Daniel Klier)는 세 가지 기준 간의 비교 가능성이 떨어질 때 시장에서 자본을 친환경 분야 투자에 직접 투입할 능력이 약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클리어는 “금융시장이 정보를 이용해 자본을 효과적으로 배분하는데, 일관성 없는 신호는 시스템을 약화한다”고 말했다.

ISSB도 기준 간의 의미 통일의 필요성을 알고 논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ISSB의 핵심인 IOSCO(국제증권감독기구)의 애슐리 올더(Ashley Alder) 회장은 "경쟁하는 세 가지 주요 기준이 아니라 충분히 상호운용이 가능한 기준이 돼야 한다"고 지난달 밝혔다.

ISSB는 올해 하반기 사회, 거버넌스, 생물 다양성 등 다른 환경 영역에 대한 기준 마련을 위한 자문을 앞두고 있다. EU, ISSB, SEC 등 국제 기준의 협의와 함께 기업의 혼선을 없애고 진전을 이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