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첫 인권 보고서 발간...일각에서는 ‘화이트 워싱’ 의혹 제기
메타(전 페이스북)는 지난 14일(현지시각) 첫 번째 인권 보고서를 발간했다. 83페이지에 달하는 보고서는 메타가 제품을 결정하고 개발하는 과정이 인권 원칙에 부합하도록 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
메타는 2021년 3월 인권 정책을 도입하고 인권 영향 평가를 담은 연례 보고서를 발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는 2020년 1월 1일부터 2021년 12월 31일까지의 인권 실사 결과를 담았다.
이번 보고서는 메타가 인도와 미얀마 등지에서 실제 폭력 사건으로 이어진 온라인 학대를 방치했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나왔다. 일각에서는 메타가 정보를 선택적으로 공개하여, 부정적인 인권 문제를 무마시키는 ‘화이트 워시’를 목적으로 보고서를 낸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메타 첫 인권 보고서, 어떤 내용 담겼나
보고서는 인권 정책과 인권 실사, 구제 수단을 큰 범주로 메타의 인권 문제 관리 원칙과 현황이 포함됐다.
메타는 2011년 UNGP(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를 채택하고, 인권에 관련된 다양한 국제 조약을 바탕으로 인권 정책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메타가 2013년 GNI(글로벌 네트워크 이니셔티브)에 가입하여 인권 실사와 거버넌스에 대한 평가를 받는 노력을 했다고 전했다. GNI는 정부의 인터넷 검열 방지와 개인의 인터넷 개인 정보 보호 권리라는 목표로 활동하는 비정부 조직이다.
메타는 2019년 인권정책팀을 신설하고, 2020년 5월에 감독위원회를 설립했다. 감독위원회는 메타가 인권 정책에 따른 규칙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정책 권장사항을 제공하는 독립적인 제3자 기관이다. 인권정책팀은 실사, 인권헌장, 임직원 교육 등의 초기 작업을 담당했다.
인권 실사는 2018년 미얀마 독립 인권영향평가(HRIA, Human rights impact assessment)를 처음 발표했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스리랑카의 인권 영향에 대한 요약은 2020년 5월에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필리핀과 인도의 인권영향 평가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필리핀은 인권 위험과 권장 사항, 메타의 응답에 대한 내용이 모두 담겼으나, 인도는 인권 영향 평가의 목적과 방법론 등의 간략한 요약만 기재됐다.
인권팀 8명, 관련 업무에 100명 배치…인권 경영 시동거나
메타의 인권 보고서는 2019년에 입사한 미란다 시슨즈 인권국장이 주도하여 작성됐다. 해외 미디어 CNBC에 따르면, 시슨즈 국장은 8명으로 구성된 팀을 이끌고 있으며, 인권 정책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전체 인원은 100명에 달한다.
한 기업이 100명을 인권 정책 업무에 투입한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메타가 첫 인권 보고서를 발간한 것은 기업이 인권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의미에서도 긍정적이다.
기업들이 인권 정책을 마련할 때, 일반적으로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지침(UNGPs)과 OECD 실사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지침들은 기업들이 인권 실사를 실행하도록 권장한다.
기업 인권 실사는 ▲인권 정책 선언 및 내재화 ▲인권영향평가 ▲인권경영 시스템 수립 및 이행 ▲모니터링 및 공시 ▲고충처리 메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인권 실사에는 인권영향평가와 인권 시스템 수립 및 이행, 고충처리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개하는 ‘공시’도 포함한다.
메타는 이번 발간에 대해 “잘못된 건강 정보와 잠재적인 위협에 맞서는 정책을 통해 표현의 자유와 보안 사이의 균형을 잡았다”고 평가했다.
자축하는 메타…인도 인권영향평가 정보는 왜 안밝히나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를 포함한 인권단체들은 메타의 인권 보고서에 폭로할 내용은 거의 없으면서 자축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권단체들은 요약만 기재된 인도의 영향평가 전문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는 지난 1월 인도 인권영향평가에 대한 전체 내용을 공개하라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라틱 아소칸 인도 시빌 워치 인터내셔널 대표는 로이터에 “요약본은 메타가 조사 결과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화이트워싱)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인권영향평가에 참여한 바 있다.
문제가 된 인도 인권영향평가는 법률사무소 폴리 호그(Foley Hoag LLP)가 2020년 3월에 맡아 실행했다. 보고서는 인도는 투명성 센터에서 월간 투명성 보고서 형태로 발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즌스 국장은 로이터에 "보고 형식은 보안상의 이유를 포함한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영향 평가에 대한 전체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소칸 대표는 “메타가 그 보고서에 담긴 정보에 대해 매우 불편해한다는 것이 (인도 인권 실사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명백한 증거"이며 "최소한 독립 로펌이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 수 있도록 집행 요약본을 공개하는 용기라도 보여달라"고 강조했다.
데보라 브라운 휴먼 라이츠 워치 연구원은 “이 요약은 일부 정보만 선택적으로 공개한 것이며, 인도에서 혐오 발언이 확산됨에 따라 회사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