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행동 바꿔 연간 4조 비용 절감하는 에너지 스타트업, 오파워
얼마 전 국내의 유명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우리 나라 사람들처럼 물과 전기를 펑펑 쓰는 사람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지금까지의 에너지 절약대책은 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측면에 편중된 경우가 많았다. 새로운 기술로 에너지를 만들고, 절약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실용화하는데 만만치 않은 문제들이 있기 대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절약을 생산이 아니라 소비 측면에서 접근하는 역발상으로 큰 효과를 보는 스타트업이 있다. 지금까지의 소비자 에너지 절약 대책은 그냥 단순한 캠페인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스타트업은 철저하게 소비자 행동과학 등을 활용해서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어떻게 보면 단순해 보이는 접근방식이 무려 32테라와트시의 에너지를 절약하고 33억 달러(약 4조3599억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한다면 믿을 수 있을까?
소비자 행동 바꿔서 32테라와트시 에너지 절약,
33억 달러 비용도 절감
14일(현지시각) 미국의 CNBC가 소개한 오파워(OPOWER)가 그러한 회사다. 오파워는 알렉스 래스키(Alex Laskey)와 댄 예이츠(Dan Yates)라는 두 명의 대학동창이 2007년에 설립한 회사다. 오파워는 전력회사와 협력하여 소비자의 에너지 절약과 비용 절감을 지원한다.
오파워는 창업 7년만에 상장했고 2016년에는 IT공룡 오라클(Oracle)이 5억3200만달러(약 7022억원)에 인수했다. 현재 오파워는 유틸리티에 중점을 두고 오라클 내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초창기 직원인 매트 오키프(Matt O’Keefe)가 운영하고 있다.
2016년 이후, 오파워는 고객이 절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에너지 양을 3배로 늘렸다. 오파워의 에너지 효율 권장사항을 사용하는 전력회사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는 가정에서는 32테라와트(TW) 시간 이상의 에너지 절약을 달성했다. 1테라와트는 1조 와트 혹은 1기가와트의 1000배다. 1기가와트는 315만개의 태양전지판이나 1억1000만개의 LED 조명을 켤 수 있다. 따라서 테라와트는 31억5000만 개의 태양 전지판이나 1100억 개의 LED 전구의 1000배다.
오파워 측은 "32테라와트 시간의 에너지 절약을 통해 고객의 전기료 비용을 33억달러(약 4조3599억원)를 절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32테라와트 시간의 에너지를 절약했다는 것은 1600만 미터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였다는 이야기다.
오파워가 이렇게 막대한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오파워의 목표는 측정가능한 에너지 절약을 이끌어 내는 것이며, 5가지 행동원칙을 잘 지키는 것이다.
5가지 원칙을 살펴보면, ▲행동과학기술을 동원해서 소비자들이 매일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연구한다 ▲소비자들이 기본적으로 에너지 절약에 대해서 시간을 쓸 여유가 없다는 것을 가정하고 친숙하고 분명한 메시지를 만든다 ▲소비자들이 행동을 바꿔서 실천할 수 있는 요령을 제공한다 ▲오파워가 제공하는 보고서와 제품을 소비자가 이해하고 사용하도록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누구나 어디서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라는 내용이다.
오파워는 5가지 원칙을 잘 준수해서 엄청난 성과를 이끌어 낸다
어떻게 보면 단순하고 싱거워 보이는 원칙이지만 오파워는 놀라운 성과를 이루고 있다.
오파워를 설립한 공동 설립자는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을까? 이들 대학동창은 각각 다른 승용차를 갖고 있었는데 각자의 승용차 연비는 알고 있었지만 각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이웃집에 비해서 얼마나 에너지 효율이 좋은 지는 전혀 알지 못한다는 점에서 착안을 했다.
이들의 지인이 행동 심리학자인 로버트 시알디니(Robert Cialdini)를 소개해줬다. 시알디니는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강력한 도구는 개인이 그룹의 평균과 비교해서 자신의 점수나 순위를 비교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였다.
시알디니의 이론을 받아들인 후 래스키와 예이츠는 공공 회사 및 정치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했다. 2007년에 첫 번째 고객은 캘리포니아의 새크라멘토에 있는 공공사업자였다.
에너지 절약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가진 회사를 설립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점 중 하나는 오파워의 직원들이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유명 대기업을 떠나서 월급을 더 적게 주는 오파워로 왔다는 점이다.
오파워의 기업목적에 공감한 인재들이 빅테크 기업 대신 이직해와
오파워는 최근 볼티모어 가스 & 일렉트릭, 버뱅크 워터 & 파워, 콤에드(ComEd), 콘 에디슨(Con Edison), CPS 에너지(Energy), 델마바 파워(Dellmarva Power), PECO, 새크라멘토시 유틸리티 구역(Sacramento City Utility District) 등 전력회사에게 극단적인 기후로 에너지 수요가 최고에 달할 때 소비 행동을 변경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오파워는 영국의 다국적 기업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와 함께 에너지 사용내역과 히트 펌프가 왜 좋은지 설명하는 맞춤형 비디오를 사람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러한 개인화된 비디오는 온라인에서 실행되는 오파워의 표준화된 에너지 보고서 버전과 비교하여 12배의 성공률을 보였다.
오파워를 운영하는 매트 오키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청결하게 만드는 것 외에 더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며, “시민들이 화석 연료로 움직이는 기계를 전기로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전기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