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식품쓰레기 줄이기 위해 '유통기한 라벨' 뜯는다
영국 소매업체 막스앤스펜서(M&S)는 과일, 야채 등 300여 개의 신선제품에 '유통기한(best before)' 라벨 스티커를 모두 제거할 예정이라고 가디언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농산물이나 생선, 육류 등 일부 제품을 제외하고 고객들이 직접 냄새를 맡거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식품에 주로 적용된다.
최근 귀리, 콩, 아몬드, 감자 등의 식품 소비가 증가하면서 음식물 쓰레기와 함께 유통기한 라벨 폐기물도 증가했다. 영국 기후행동 비영리단체 랩(WRAP)에 따르면, 과일, 야채 등에 부착된 유통기한 라벨로 인해 매년 9억 파운드의 폐기물이 발생하고 있다. 베스트 비포 라벨이 폐기되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5%를 감축할 것으로 추정된다.
M&S는 "고객들이 라벨 스티커에 의존하는 것보다 음식 섭취가 가능한지 직접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장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계획은 이번 주부터 시행되며, 영국 전역 200여 개 매장에 있는 농산물 및 신선제품의 약 85%에 적용될 것이다. M&S가 제거할 유통기한(best before) 라벨은 식품이 최상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나타내며, 날짜가 지나도 맛과 식감 등 품질이 떨어질 뿐 섭취해도 건강상 안전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베스트 비포 라벨을 제품 안전과 직결된 유즈 바이(use-by) 라벨과 혼동해 유효기간이 지나면 음식을 모두 폐기했다. 유즈 바이 라벨은 유효기간 이후 음식이 변질되거나 상할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생선, 육류, 유제품, 이미 만들어진 음식 등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고위험 식품에 적용된다.
이에 영국 정부는 베스트 비포 라벨로 인해 음식 폐기물 증가가 야기됐다고 판단해 슈퍼마켓 및 소매업체에 베스트 비포 라벨을 제거할 것을 요구했다. 식품 품질은 고객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국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테스코는 2018년 100여개 제품에 베스트 바이 라벨을 이미 없앴으며, 모리슨도 지난 1월 자사 브랜드 우유 제품에 라벨을 제거했다. 모리슨은 대신 고객들에게 제품을 폐기하기 전 우유의 상태를 확인하는 '스니프 테스트(sniff test)'를 할 것을 독려했다. 모리슨의 자체 브랜드인 유기농 및 농장 우유 뿐 아니라 요거드 및 치즈 제품의 베스트 바이 라벨을 모두 제거했다.
음식물 쓰레기 절반 감축 위해 잉여 음식 기부에서부터 소량 판매까지
최근 영국에서는 음식물 폐기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다. 가정에서만 매년 130억 파운드의 폐기물이 버려지며, 30억 파운드의 음식물이 추가로 발생한다.
M&S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판매 제품의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고, 2025년까지 재고 식품을 100% 재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음식 폐기물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다양한 혁신 방안을 시행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WRAP이 이끄는 '코톨트(Courtauld) 2025' 프로그램을 통해 남은 음식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며, 공급업체와 협력해 재료와 음식을 효율적으로 생산 및 활용한다. 또한 유통기한(used-by)이 다가오는 식품은 할인 판매하거나 실시간 재고 시스템을 도입해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처음부터 적정량을 주문한다.
고객들이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구매하지 않기 위해 1-2인용 소량의 음식을 포장해 판매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5개의 바나나를 묶음 판매했는데 앞으로는 3개씩 살 수 있는 구매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다. 또한 당일 판매되지 않은 빵들은 30일 이내 섭취할 수 있는 냉동 빵으로 재판매된다.
재판매 혹은 재활용되지 않은 음식은 매립지, 폐수처리장 시설에서 혐기성 처리(anaerobic digestion) 방식을 통해 처리된다. 혐기성 처리 방식은 혐기성 미생물을 이용해 음식물을 분해하는 생물학적 공정으로, 온실가스가 발생되지 않는다.
M&S 식품 기술 책임자 앤드류 클라펜은 "공급업체들과 함께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자 유통기한(best-before) 라벨을 없애는 것 외에도 고객들이 남은 음식을 친환경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방안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도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도입 예정
한편, 우니라라에도 내년부터 유통기한제 대신 소비기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소비기한은 식품을 먹어도 안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기간이다. 유통기한은 실제 제품의 섭취 가능한 기간의 70%이지만 소비기한은 80%로 기간이 좀 더 길다.
국내 생산 식품 뿐 아니라 내년 1월 1일 선적분부터 소비기한이 표시된 물품 수입만 허용된다. 이로써 식품업계는 제품 판매 기간이 훨씬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소비자들은 제품을 보관·섭취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부가 2017년 발표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일일 음식물 폐기물은 1만5903t로,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폐기물 감축을 위해 소비기한제가 도입되었지만 제도 시행을 두고 식품업계에서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부터 적용된다면 재고제품 회수 및 재포장, 스티커 부착 등 각종 비용과 이 과정에서 추가 폐기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