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SG ETF, 하락장 속 흔들리는 투심 붙잡을까?
지난해엔 ESG 투자 열풍, 올해 하락장 여파 버텨낼지 주목
유럽의 ESG 관련 상장지수펀드(ETF)가 전반적인 시장의 하락세 속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이다. 최근 유럽의 ESG 관련 ETF에 대한 투심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반(反) ESG 진영 종목 대비 좋은 흐름을 보였다.
ESG 분야도 전반적인 하락장의 여파를 피할 수는 없었다. ESG 관련 ETF 수급은 2분기에 약 42억유로(약 5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유럽 ETF 시장 전체와 비교하면 수급 감소 폭은 적은 편이다. ESG 관련 ETF는 2분기 유럽 전체 ETF 수급의 약 42%를 차지한다. 지난 1분기에는 약 3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유추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ESG, 단기적 악재 겹쳤지만, 장기적 수요는 '청신호'
올해 2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서방 석유·가스·방산업체로 수급이 몰리면서 ESG 산업은 역풍을 맞았다. ESG 관련 펀드 수익률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투자리서치사 모닝스타(MorningStar)의 지속가능성 연구 글로벌디렉터인 홀텐스 비오이(Hortense Bioy)는 “최근 ESG 분야가 그린워싱 우려, 지정학적 사건 등 요인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다”면서도 “ESG와 지속가능성 상품에 대한 강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강력한 규제가 순조롭게 통과된 유럽은 ESG 관련 ETF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이끌었다. 비오이는 "EU가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정(SFDR)과 택소노미로 ESG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럽에서 8월 2일부터 시행 예정인 미피드 II(Mifid II) 규제 개정안을 통해 각 기업의 투자자들이 고객에게 재정적 목표 외에도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기업 운영을 요구할 것으로 비오이는 내다봤다.
미피드 II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금융시장의 기능을 개선해 효율성·유연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법안으로 2018년 1월 3일부터 시행됐다. 비오이는 미피드 II 개정안이 ESG 분야의 투자 수급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번 개정안에 투자 서비스 및 활동과 관련된 내용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투자운용업계를 대표하는 영국의 투자협회(IA)는 ESG 펀드가 전반적인 하락장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고 투심 감소는 ESG 펀드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IA 마켓인사이트 책임자인 미란다 시스(Miranda Seath)는 "최근 조사 결과 투자자들은 지속가능성 분야 투자에 여전히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ESG 관련 ETF의 수급 비율은 지난해 1분기 ESG ETF로 수급이 처음으로 유럽에서 다른 모든 분야 ETF 수급을 추월했던 작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투자 플랫폼인 서스테인파이(SustainFi)의 설립자인 라나 하바로바(Lana Habarova)는 “이번 42%라는 수급 비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평가하면서 동시에 “지난해와 비교한다면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I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ESG 관련 펀드의 범위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투자할 수 있는 종목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세스는 "업계에서 명확성과 일관성을 갖고 투자자들에게 상품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럽 에너지 위기, 화석연료에 눈 돌리나?
ESG 분야에 대한 비관론도 존재한다. 모닝스타의 안전 투자 연구 담당인 호세 가르시아 자라테(Jose Garcia-Zarate) 부사장은 ESG 투자에 대한 열망 감소로 일부 투자자는 수익을 올릴 것으로 본다. 가르시아-자라테 부사장은 "올해에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꼭 ESG 분야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며 "불행히도 올해는 화석 연료의 해"라고 말했다.
한편 ESG 관련 ETF가 지난해만큼 뛰어난 성과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ESG 분야가 입지를 잃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로 본다. ESG를 정의하는 데에 치열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자라테 부사장은 "올해는 ESG의 정의에 중대한 변화 가능성이 있다"며 최근 유럽의회가 천연가스와 원자력 에너지를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지정하기로 한 것을 예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