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빨대 금지 한달맞은 인도... 전역에서 아우성

2022-07-22     김환이 editor

7월 1일부터 전격적으로 시작된 인도의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 조치로 인해 인도 전역에서 아우성이 빗발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미 2019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겠다고 약속했지만, 2년 후 막상 시행에 돌입하자 식음료 제조업체들은 준비가 돼있지 않아 뒤늦게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는 상황이라고 한다. 

국내에서도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장소와 품목이 확대돼, 카페와 식당, 마트, 제과점, 운동경기장 등에서 일회용컵, 플라스틱 빨대, 우산비닐, 일회용 봉투 등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인도의 상황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는 의미다. 

 

8만8000개 기업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생산, 100만명 고용

이브로기아 에코케어(Evlogia Eco Care)는 코코넛 야자나무잎으로 빨대를 만들고 있으며 주로 수출용이나 고급 리조트 및 레스토랑에 납품하는데, 최근 인도의 플라스틱 빨대 금지로 주문이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Evlogia Eco Care 홈페이지

인도에서는 7월 1일부터 빨대를 포함한 19개의 일회용 플라스틱제품을 금지시켰다. 주스와 음료팩에 부착돼있는 빨대도 해당 금지항목이다. “2022년 말까지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겠다”년 2019년 당시 모디 총리의 공약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야심찬 목표에 가까웠다는 게 블룸버그NEF 애널리스트 일한 사뷔(Ilhan Savut)의 설명이다. 매년 생산되는 3억8000만톤의 플라스틱 중 절반 가량은 포장, 식기, 빨대 등과 같은 일회용품이며, 매년 최소 1400만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있다. 

올해 유럽과 인도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금지하거나 제한함에도 불구하고, 미국 한 나라에서만 매일 최소 1억7000만개의 플라스틱 빨대가 버려지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인도에서는 약 8만8000개 기업이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이 산업군이 고용하고 있는 직원만 해도 100만명에 달한다는 게 인도플라스틱협회(All India Plastics Manufactures Association) 샘팟 회장의 말이다. 

2년의 시간이 있었지만, 코로나19와 공급망의 혼란, 인도 국내에서의 대안 부재 등이 맞물려 상황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인도 최대 음료제조사 중 하나인 다부르 인디아(Dabur India), 팔레 아그로(Parle Agro)를 포함한 회사들은 이 플라스틱 빨대를 수입 종이빨대로 대체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지난 6월 수입 종이빨대로 교체하고, 저가의 주스팩에 이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늘어난 수요로 인해, 일부 청량음료 박스 재고가 바닥났다고 한다. 

팔레 아그로의 샤우나 초한 CEO는 “비용은 치솟고 전 세계적으로 운송에 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는 종이 빨대 수입에 큰 압박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음료제조업체들의 연합체인 ‘AARBC(Action Alliance for Recycling Beverage Cartons)’ 프라빈 아가월(Praveen Aggarwal)은 “인도의 음료 제조업체들은 연간 약 60억개의 빨대를 사용하는데, 국내에서 제조되는 종이빨대는 제로”라며 “현재 인도의 생분해성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수요의 최대 8%를 충족할 수 있는 용량만 보유하고 있어서, 음료회사들은 결국 필요 수량의 20% 이상을 수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도 스타트업 주문 10배 이상 쏟아져

이 때문에 플라스틱 빨대를 대체하는 몇몇 인도 스타트업은 급속히 번창하고 있다. 이브로기아 에코케어(Evlogia Eco Care)는 코코넛 야자나무잎으로 빨대를 만들고 있으며 주로 수출용이나 고급 리조트 및 레스토랑에 납품한다. 기존 플라스틱 빨대보다 5배가 넘는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공동창업자인 마니간단(Manigandan)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 이후 고객들의 주문 규모가 5배까지 늘어나고 문의가 쇄도하는 등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며 “현재 우리 생산 능력의 10배에 해당하는 수요가 밀려온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자동화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식물성 제품의 경우 여전히 전체 시장의 극소수에 불과하고 설명했다. 투자를 하기엔 시장의 규모가 아직 미미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현재 인도에서는 빨대를 규모의 경제에 맞게 생산하기 위한 인프라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탁(Kotak Institutional Equities)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입 종이 빨대로 바꿀 경우 개당 비용은 0.25루피에서 1.24루피(2센트)로 증가한다. 인도에서 인기있는 음료인 팔레 아그로의 망고 푸르트 음료 150ml 팩이 10루피임을 감안하면, 원가 부담이 상당히 높아지는 상황이다. 다부르와 팔레 아그로는 아직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종이 빨대 수입경쟁으로 인해 인도 최대 낙농협동조합인 구자라트 협동조합 우유 마케팅 연맹은 공급 부족 현상을 맞고 있다고 한다. 인도무역협회(COMF)의 파라빈 칸델왈 사무총장은 “특별단속반이 일회용 플라스틱의 핫스팟을 공략하기 위해 설치되었고, 불시검사를 실시해 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1986년 제정된 환경보호법에 따라, 이를 위반하면 최대 10만루피 이하의 벌금 또는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인도 시골지역의 작은 소매상에선 일부 상점들이 여전히 플라스틱 빨대로 재고품을 팔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올해 말까지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금지에 이어, 더 두꺼운 비닐봉투 또한 금지할 계획이다. 인도에서 두 곳의 카페를 운영하는 우르비카 카노이씨는 블룸버그에 “빨대를 포함한 지속가능한 포장 옵션을 플라스틱에 비해 훨씬 더 비싸고, 가격을 올리거나 포장비를 더 내게 하면 소비자들이 크게 화를 낼 것”이라며 “정부는 규칙만 만들뿐, 이런 규칙을 실행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불만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