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위해 '신의 직장' 버리는 이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직업을 바꾼다? 해외에서는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일이다.
구글과 같은 '신의 직장'을 버리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기업들에 입사한 기술직 근로자들을 CNBC가 인터뷰해서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정용 태양광 공급업체인 선런(Sunrun)에서 선임 기술자로 입사한 샌디 아누라스(Sandy Anuras)는 대표적인 사례다. 올 3월 입사하기 전 그는 여행 정보 플랫폼 익스피디아에서 3년 가량 일했다. 고액 연봉은 받았지만 내적인 만족감은 얻지 못했다고 한다.
연봉이 깎이면서 기후관련업체에 입사한 이유에 대해서, 아누라스는 "인생에는 고액연봉과 복지 이상의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뿐이다. 특히 민주주의보다 이윤을 우선시하는 회사가 내리는 결정을 보면서 사람들은 내가 느낀 것을 깨닫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CNBC에 말했다.
아누라스는 "'기후변화보다 우리 세대가 해결해야 할 더 큰 문제가 무엇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곳에서 제 시간을 보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구글에서의 5년 커리어를 떠나 기후변화 대응 기업으로 옮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탐 멜렌데즈(Tom Melendez)도 CNBC 인터뷰에서 "내가 평가하는 계량분석은 회사에는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정말 중요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2019년에 옮긴 직장은 메탄(Methane SAT)으로,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측정하는데 위성 자료를 처리하는 비영리 환경보호 펀드의 자회사다.
그에게는 12살, 16살 두 아이가 있다. 멜렌데즈는 CNBC에 "다음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 생각한다. 내가 무엇을 도울 수 있을까”하고 말했다.
멜렌데즈는 구글에 입사하기 전 스카이박스 이미징(Skybox Imaging)이라는 스타트업에서 위성 데이터를 다루었다. 그 경험은 그가 현재의 직업을 얻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그는 자신을 반드시 기후전사라고는 생각하진 않았다.
기후직업 웹사이트 클라이밋 베이스, 60만명 이용
한편, 이처럼 기술자들이 기후변화와 싸우기 위해 이직하려고 할 때 도와주는 매개 플랫폼도 생겨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기후직업 웹사이트 클라이밋 베이스(Climatebase)는 2020년 6월에 개설된 이래 6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이용했다. 또 3000개 이상의 기후기술 회사와 환경 단체로부터 4만개 이상의 구직 목록을 검토했다고 공동 설립자인 에반 하인즈(Evan Hynes)는 말했다.
구직자들을 위한 플랫폼 '워크 인 클라이밋(Work In Climate)'이라는 커뮤니티도 있다. 이 채널은 1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한 수치라고 이 채널의 공동 설립자인 유진 키르피초프(Eugene Kirpichov)는 말했다.
워크 인 클라이밋(Work In Climate)을 시작하기 전, 키르피초프도 구글에서 8년간 근무하며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시스템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구글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비행기 여행 중 기내에서 본 기후변화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 시리즈를 몰입해서 다 본 이후, 이에 관해 에너지 과학자, 환경 과학자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책을 읽으며 이 주제를 점점 더 깊이 공부했다.
키르피초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결국 내가 왜 아직도 기후에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정당화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것이 저를 상당히 불안하고 불안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인터뷰했다. 결국 그는 구글을 떠났다.
데이터과학자들 기후를 만나다
현재 탄소 회계 소프트웨어 회사인 '페르세포니(Persefoni)'에서 데이터 책임자로 일하고 있는 제임스 뉴섬(James Newsome)은 매우 특이한 기후 관련 커리어를 쌓은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기술이 어떻게 기후와 연결될지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뉴섬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 2000년대 초만 해도 기후 관련 박사학위를 가진 인물은 기후학자뿐이었다"고 말했다. 페르세포니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켄타로 카와모리(Kentaro Kawamori)가 뉴섬에게 접근하여 기후 공개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대해 말했을 때, 뉴섬은 "훌륭하지만, 나는 기후과학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뉴섬은 피닉스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후 독학으로 통계, 수학, 컴퓨터 공학을 공부했다. IT 서비스 및 컨설팅 회사인 인사이트(Insight)에서 데이터 과학과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모두 포함하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그룹을 6년간 운영했다. 하지만 그는 일에 대한 열정이 식기 시작했다고 한다.
뉴섬은 "페르세포니에서 일하는 건, 새로운 목적의식을 주며 개인적인 가치와 일의 가치를 일치시킨다"고 했다. 현재 약 40명의 엔지니어를 채용해, 톱 테크놀로지 기업과 인재 경쟁을 벌이고 있다. 뉴섬은 "구글과 아마존이 연간 30만달러(약 3억9310만원)를 탄소회계를 위해 우리에게 지불하고 있다"고 CNBC에 말했다.
한편, 브라이언 라파예트(Brian Lafayette)는 위성 데이터를 사용하여 식물의 성장을 감시하는 기술 스타트업인 오버스토리(Overstory)에서 일한다. 오버스토리의 기술은 열대우림이 산불을 일으켜서 전선을 망가뜨리는 걸 걱정하는 전력회사들을 위해 사용된다.
라파예트는 이벤트 기획 플랫폼 밋업(Meetup), 위워크(WeWork) 등에서 일했다. 그는 밋업에서 세상을 더 좋게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즐거움을 배웠다고 한다. 라파예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보다 더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