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이젠 ESG 지원 안하나?…주주제안 지지 절반 이상 철회

2022-07-29     유미지 editor
블랙록이 26일(현지시각) 주주제안 투표를 분석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ESG 주주제안에 대한 찬성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

8조5000억달러(약 1경1062조원)를 관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올해 연차총회 시즌 ESG 이슈에 대한 주주 제안 지지를 절반 이상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이 올 상반기 주주총회 ESG 제안 중 약 24%에만 찬성 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찬성률이 43%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으로 줄어든 수치다. 

블랙록은 지난 5월, “주주 제안이 지나치게 규범화되고 있으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투자 계산이 바뀌었다”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결과를 경고한 바 있다. 

블랙록은 이어 26일 발표한 투표 보고서를 통해 "많은 기후 관련 주주 제안들은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수요를 고려할 때 재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채 기업의 에너지 전환 계획의 속도를 좌우하려고 했다. 나머지 기업들은 (기후 관련) 진척 상황을 인식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요소들이 제안들을 지지하지 못하게 만들었다”라며 ESG 주주 제안에 찬성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블랙록은 6월 말까지 12개월 동안 일본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진행된 321개의 ESG 관련 결의안 중 71개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총 22%에 달하는 양이다.

블랙록은 ESG 주주 제안 지지를 철회한 데 대해서 주주제안의 규범화, 전쟁으로인한 투자 셈법이 바뀐 것을 이유로 들었다./ 블랙록

 

블랙록을 비롯한 다른 자산운용사의 지지율 역시 떨어져

블랙록의 변화는 대부분의 다른 투자자들보다 훨씬 더 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록이 분석한 글로벌의결권 자문사 ISS 자료에 따르면, 환경 및 사회 제안에 대한 총 주주 지지는 지난해 회의 시즌 투표율 36%에서 올해 27%로 떨어졌다. 블랙록의 하락폭은 43%에서 24%로 나타났다. 

또 다른 대형 자산운용사인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환경 및 사회적 제안에 대한 지지는 지난해 25%에서 올해 20%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3대 자산 운용사 중 하나인 뱅가드는 아직 투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블랙록의 이러한 변화가 지난 몇 달 동안 미국에서 벌어진 움직임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블랙록과 설립자인 래리 핑크는 ESG 투자를 강조하면서 에너지 부문, 총기 제조 업체를 포함한 산업을 차별하는 ‘오크(Woke) 자본 주의’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공화당 정치인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블랙록과 스테이트 스트리트 모두 화석 연료를 차별하는 미국 대형은행들을 보이콧하겠다는 텍사스와 웨스트버지니아 주 정부들의 경고에 직면하기도 했다.

하버드 로스쿨의 루시안 벳추크(Lucian Bebchuk) 교수는 “거대 자산가들은 책임감 있는 관리인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또한 기업 경영자들과 함께 하길 원하며 될 수 있다면 그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피하고, 그들의 권력에 대한 정치적, 대중의 반발을 줄이는 것을 추구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조합은 블랙록이 그동안 왜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모습을 나타내기 원했는지 알려주는 신호가 된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라고 벳추크 교수는 덧붙였다. 

블랙록은 투자자들의 장기 수익에 영향을 준 이슈에 대해 기업들에게 책임을 계속 물었다고 밝혔다. 총 7024개사의 제안 중 단 한 개에 대해서도 지원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블랙록은 "우리는 변하지 않았다. 우리 주변에서 맥락이 바뀌고 있다"라고 말했다.

블랙록의 투표는 여러 기업의 이사회 구성에 영향을 미쳤다/ 블랙록

 

기업의 이사회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 블랙록의 결정

블랙록은 또한 이사회 투표시 반대하거나 기권해 6555명의 이사들, 즉 투표한 회사들의 이사회 구성원의 3분의 1을 바꾸는데 영향을 끼쳤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치다.

미국 내에서는 이사회 투표에 부정적이었던 이유가 다양성 부족이었던 것에 비해 유럽에서는 이사회의 책무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아시아에서는 독립성 부족이 문제시되었다.

SSGA는 2022년 상반기에 적어도 한 명의 이사에게 반대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2022년 11.6%로 2021년 11.2%와 비슷한 수치다.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주주 제안은 이사회에 중요한 E와 S이슈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중요한 통로이다. 그러나 우리는 연례 총회에서 이사 선출에 대한 투표가 기업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훨씬 더 강력한 방법이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