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유사들, 지금이 재생에너지기업 대규모 인수의 적기?
파이낸셜 타임지(FT)는 글로벌 정유사들이 빠른 시일 내에 재생에너지 기업을 대규모 인수합병할 것이라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전망을 둘러싸고 산업계와 전문가들은 “정유사들이 넷제로 전환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글로벌 선도 에너지 기업에 비해 인수 규모가 적다”, “아직 실행가능한 기후 목표가 부족하다”는 등 여러 의견을 내놓았다.
정유사들은 왜 재생가능 에너지를 인수할까
BP, 셸, 토탈 에너지는 올해 초에도 재생에너지 기업을 인수합병했다. 지난 4월 셸은 인도 재생 에너지그룹 스프링 에너지(Sprng Energy)를 15억5000달러(약 2조181억원)에 인수했고, 5월에 토탈은 24억달러(약 3조1248억원)에 미국 풍력 및 태양광 발전 개발 업체인 클리어웨이 에너지 그룹(Clearway Energy Group)의 50%를 인수했다. BP는 금액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호주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의 40% 지분을 획득했다고 발표했다. 쉐브론도 지난 2월 지속 가능한 연료를 개발한 재생에너지그룹에 31억5000만달러(약 4조1013억원)를 투자했다.
코로나 여파가 가장 심각했던 2020년에는 유가 폭락으로 석유기업 주가는 하향세였던 반면 재생에너지는 상향세를 달렸다. 셸과 BP의 시가총액은 각각 900억달러(약 117조1800억원), 510억달러(약 66조4020억원) 이하였지만, 오스테드의 시가총액은 700억달러(약 91조1400억원)를 넘어서면서 그 당시 석유기업들이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을 인수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가 100달러(약 13만원)를 넘어서면서 시장의 판도가 또 한번 뒤바뀌었다. 셸의 주가는 30% 상승해 기업 가치가 1850억달러(약 240조원) 이상을 기록했고, 오스테드의 시가총액은 460억 달러(약 59조8920억원)로 올 1월 이후 3% 가량 하락했다.
그 동안 정유사들은 전체 자본 규모에 비해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한정적으로 투자한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횡재세'를 거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만큼 수익성이 늘어난 올해야 말로 재생에너지 투자로 보고 적극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유사들, 재생에너지 기업 대규모 인수 가능할까
정유사들의 재생 가능 에너지 인수 관련 소식이 들리자 여러 업계와 전문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내놓았다. FT에 따르면,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정유사들의 '블록버스터급 인수'를 기대하기에는 실행 가능한 목표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재생가능 기업 인수를 통해 정유사들이 진정한 ‘녹색 에너지 거대 기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독일의 RWE나 덴마크 최대 해상풍력 기업 오스테드가 재생에너지 거래에 수백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며, 앞으로의 인수 규모도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재생에너지 사업을 수익성 있게 운영할 수 있을지도 더 큰 미지수라는 것이다.
한 재생에너지 사모펀드 그룹의 대표는 "인수 거래를 승인하기 위해서는 석유가스 회사의 주주들이 RWE와 같은 회사보다 더 잘 운영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의 석유 및 가스 부문 책임자인 짐 피터킨(Jim Peterkin)은 "석유가스 사업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통합되면 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의 수익을 증가시킬 수도 있지만 이는 1년이 아닌 10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인수보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먼저 투자해야
벤 반 뷰든 셸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우리는 재생에너지 분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대규모 거래를 자제하고 있다"며 "우리가 크게 움직인다면 재생가능 기업의 전력자산 수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전력고객 수가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RWE나 오스테드와 같은 대규모 인수를 다른 기업이 실행하기에는 어려우며, 그만큼 혁신적인 재생가능 에너지 기업이 많지 않지도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FT는 석유 기업들이 대규모 인수에 바로 뛰어들기 보다는 재생가능 에너지 사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자ㆍ운영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토탈은 2010년부터 10년 간 약 60억달러(약 7조8120억원)의 저탄소 사업에 투자했다. 투자은행인 RBC 캐피털 마켓은 토탈의 저탄소 사업을 셸(240억달러, 31조원)과 BP(120억달러, 15조원)보다 높은 350억(약 45조 5700억원) 달러로 평가했다.
토탈은 시가총액 대비 40% 저렴하게 아다니 그린 에너지(Adani Green Energy) 주식의 20%를 25억달러(약 3조2550억원)에 매입했으며, 지난 5월에 있었던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의 인수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 걸쳐 25기가와트(GW)의 풍력, 태양광 및 저장 프로젝트의 파이프라인을 이용할 수 있다.
크레디트스위스 짐 피터킨 책임자는 "메이저 석유가스기업들이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재생에너지 자산을 개발ㆍ소유한다면 두 자릿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성과에 기반해) 앞으로 기업들이 더 큰 규모의 재생가능 기업 인수를 할 수 있도록 주주들을 설득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