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석유·가스 개발 요구 VS 이집트 친환경 전환 방안 모색
자금 지원 지연에 선진국 대 개도국 갈등, 개최국 이집트 중재해낼까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이 11월에 열릴 예정인 유엔 기후정상회의(COP27)에서 아프리카의 화석 연료에 대한 대규모 신규 투자를 요구할 것으로 지난 1일(현지시각) 가디언지가 보도했다. 선진국의 자금 지원이 지연되는 상황으로 인해 '선진국 대 개도국'의 갈등 양상으로 접어들면서 COP27 개최국인 이집트가 중재자로서 국면을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아프리카 화석 연료 개발하면 전 세계 기후 목표 위협
아프리카에서 신규 가스를 탐사하고 매장된 석유를 개발하면 전 세계 파리협약의 목표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예측도 나온다.
전 세계 가스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아프리카의 가스 공급은 각국에 매력적인 선택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을 포함한 선진국은 가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개발에 대한 지지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에너지 장관 회의인 '교통, 대륙횡단 및 지역 간 인프라 및 에너지 관련 전문 기술위원회 2차 임시회기'가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진행됐는데, 가디언지는 당시 아프리카 연합에서 작성한 문서의 내용을 보도했다.
문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연합은 11월 이집트에서 개최 예정인 COP27 UN 기후정상회의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화석 연료 생산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문서에 “단기적으로 화석 연료, 특히 천연가스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용을 가속하는 동시에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접근성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이익 허용하고, 선진국 감축 앞장서라
아프리카 연합 회원국은 아디스아바바에 모여 입장을 공표할 예정이다. 과거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아프리카의 화석 연료를 통한 이익 창출을 허용하고 선진국에서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아프리카 연합이 주장할 것으로 가디언지는 예상했다.
아프리카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아프리카 내 환경 운동가들은 "가스와 석유 개발이 기후 목표를 무너뜨리고 아프리카의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방해한다"며 비판했다. 화석 연료 개발을 통한 이익은 다국적 기업, 투자자, 엘리트에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싱크탱크인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Power Shift Africa)의 책임자인 모하메드 아도우(Mohamed Adow)는 “아프리카가 신재생에너지로 곧장 나아가는 대신 화석 연료를 선택하는 것은 실수”라며 “아프리카는 태양과 바람 등 풍부한 신재생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프리카가 앞으로 수십 년간 화석 연료에 속박돼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 석탄 네트워크의 조정자인 로레인 치폰다(lorraine Chiponda)는 “가뭄과 기아, 반복되는 홍수, 사이클론으로 수백만 명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며 “기후 영향을 고려할 때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가스 개발을 추진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밝혔다. 이어서 “화석연료 프로젝트는 6억 아프리카 인구에 에너지 빈곤 문제 해결도, 사회·경제적 정의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화석 연료를 개발할 경우, 아프리카도 기후 위기의 영향으로 큰 피해를 받는다는 예상이 나온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가뭄이 이미 아프리카를 뒤덮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기아를 향해 행진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행동 네트워크의 아랍 지역 조정자인 파티마 아울리(Fatima Ahouli)는 화석 연료 개발을 추구하는 지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식민주의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아울리는“아프리카의 화석 연료에 대한 개발 요구는 아프리카를 금광으로만 보는 국가들에 의해 이뤄진다”고 밝혔다.
현재 아프리카의 약 5억8000만명의 인구는 전기와 신에너지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상황이다. 파워 시프트 아프리카(Power Shift Africa) 측은 “아프리카에는 신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기회가 있지만, 인프라 건설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OP27 개최국 이집트, 기후 목표의 후퇴에 맞서 싸운다
이집트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달리 친환경 노선을 지지하고 나섰다. COP27 개최국인 이집트는 세계 지도자들이 식량 부족, 에너지 위기, 높은 인플레이션과 씨름하는 와중에 기후변화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약속을 이행할 계획이다.
홍해의 휴양도시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예정된 11월 COP27 회의의 의장국인 이집트는 6년 만에 COP 회의를 주최한 첫 아프리카 국가로서, 기후에 적응하고 친환경 에너지 체제 전환을 위한 개발도상국의 자금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데에 방점을 둘 계획이다.
각국을 대표하는 수천 명의 기후 외교관이 매년 COP에서 만난다. COP는 환경 운동가, 사업가, 언론이 주목하는 세계 최대의 국제 정상회의로 기능한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회담에는 약 4만 명의 사람들과 120명의 세계 지도자가 참석했다.
이집트 외무장관인 사메 슈크리(Sameh Shoukry) 장관은 유럽에서 이집트의 천연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현상과 관련해 "지금의 상황에선 재생 가능한 전력으로의 전환이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 회의의 예상보다 지연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개발도상국, 특히 아프리카 국가의 경제 성장에 악영향을 줄이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행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올해 회의의 우선순위도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청정에너지 전환을 돕기 위해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은 아프리카의 천연가스를 사들이는 한편, 친환경 인프라와 가스 파이프라인, 발전소에 대한 지원은 지연되고 있다. 앙골라,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의 국가는 화석 연료에 의존해 수억 명의 시민에 대한 전력 공급도 연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선진국의 1000억 달러 지원 합의 파기와 관련, 슈크리 장관은 "COP27 회의에서 2025년 이후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개발도상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은 2030년까지 총 6조 달러 규모(약 7848조 원)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OECD 보고서, 선진국의 1000억달러 기후금융 지원 현 수준 및 COP27의 미래는?
이집트는 기온과 해수면 상승으로 나일강 삼각주의 염분화되면서 식량 생산에 영향을 받고 있다. 건조한 국가에서 발생하는 사막화, 나일강 상류의 에티오피아가 건설한 댐의 영향도 받는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의미다.
이집트는 2020년에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최초로 약 7억5000만달러(약 9806억원) 상당의 녹색 채권을 발행해 친환경 교통, 물 공급, 폐수 관리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를 공략했다.
COP27 회의를 불과 몇달 앞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갈등 양상이 나타나면서 개최국인 이집트가 중재 역할을 해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