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까다로운 조건 맞출 전기차 별로 없다?

2022-08-11     홍명표 editor
테슬라에 이어서 차량 가격을 올린다고 발표한 포드의 인기있는 전기차 F-150 라이트닝/홈페이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전기차 제조업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CNBC가 10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라 전기차에 부여되는 세금공제는 조건에 맞는 전기차가 적어서 판매에는 그다지 도움이 안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전기차 산업이 중국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전기차와 배터리의 미국내 생산을 장려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투자사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인 세스 골드스타인(Seth Goldstein)는 “세금공제를 받을 자격이 되려면 가격과 소득에 제한이 있다”고 CNBC에 말했다. 

 

전기차 가격, 구매자 소득, 연식, 원산지 등 까다로운 조건이 많아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전기차 관련 규칙을 살펴보면, 무척 까다롭다. 우선 신형 차량의 세금공제를 받으려면 세단의 가격은 5만5000달러(약 7196만원) 이하, SUV와 트럭은 8만달러(약 1억467만원) 이하여야 한다. 

중고 전기차의 경우도 연식이 최소 2년 이상이어야 한다. 보조금은 최고 4000달러(약 523만원) 또는 중고 전기차 가격의 30%로 책정돼있다. 

소득상한제 조건도 있다. 소득이 7만5000달러(9813만원) 이상인 개인은 세금공제 자격이 없다. 부부가 공동으로 신청하는 경우는 소득상한은 15만 달러(1억9626만원), 가장이 신청하는 경우는 11만2500달러(1억4720만원)가 된다고 한다.

신용카드 제한도 있다. 총소득이 15만달러(약 1억9626만원)를 초과하는 납세자는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부부가 공동으로 세금공제를 신청하는 경우 소득한도는 30만달러(약 3억9253만원)를, 한 가정의 가장이 신청하면 소득한도 22만5000달러(약 2억9440만원)를 초과하면 신용카드를 쓸 수 없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골드스타인은 “문제는 많은 전기차들이 고급차라는 점”이라고 지적하며, “고급차를 사는 고소득층이기 때문에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한편, 세금공제를 받으려면 전기차의 원산지가 북미여야 한다는 요건도 있다. 배터리용 핵심 소재의 출처에 대한 제한과 배터리 부품의 특정 부분을 북미에서 제조 또는 조립해야 한다는 의무 등의 조건도 있다. 

 

전기차 가격 오르는 추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많지 않아

이렇게 까다로운 조건을 다 통과하는 전기차는 많지 않다는 게 미국 전기차 업계의 평가다. 

지난 6월에는 테슬라가 원자재의 가격 상승을 이유로 차량 가격을 올린 바 있다. 포드의 전기차 중에서 인기가 많은 F-150 라이트닝 픽업트럭의 경우도 가격을 최소 6000달러(약 785만원)~8500달러(약 1112만원)까지 올릴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관련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전기차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연방 정부는 전기차 판매를 촉진하고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도구로 전기차 세액 공제를 사용해 왔다. 전기차는 현재 비싼 배터리 때문에 휘발유 차량보다 훨씬 더 비싸다. 자동차 회사들은 배터리에 필요한 리튬과 코발트 비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를 위한 차량 가격 인하를 위해 보조금에 의존해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반대론자들은 "배터리에 사용되는 중요한 원자재 가격 책정 및 소싱 규칙이 너무 공격적이어서 단기적으로는 대부분의 전기차가 인센티브의 자격을 못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현재의 기준과 달리, 자동차는 북미에서 생산되어야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도 걸림돌 중 하나다. 

반면, 법안의 지지자들은 자동차 산업이 외국, 특히 중국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기차와 배터리의 국내 생산을 장려할 것이라고 환영한다. 

 

법안 지지자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벗어날 수 있다고 주장

자동차혁신연합(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은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전기차의 70%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면 세금 공제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자동차혁신연합의 CEO인 존 보즐라(John Bozzella)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법안의 장기적인 목표를 지지하지만 업계는 생산 계획을 세우고 자동차용 국내 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의 공급망으로는, 향후 몇 년간 기업이 생산하려고 하는 모든 전기차를 지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릴스 스트래티지 어드바이저스(Berylls Strategy Advisors) USA의 전무인 마틴 프렌치(Martin French)는 "새로운 요건이 미국 자동차 산업에 장기적인 이익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