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기후 압력’ 증가… 일본 기업 체질 개선 나섰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SMBC·J-Power 기후 행동 이끌어
올해는 일본 주식회사의 환경운동에 있어 역사적인 해다. 기업의 방침에 반기를 들지 않았던 기관투자자들이 주주총회를 통해 기업에 기후 관련 압박을 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주주 제안이 높은 찬성률로 나타나면서 일본 기업의 기후 행동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에서는 최초로 기관투자자 세 곳이 팀을 이뤄 J-파워(J-Power)를 압박하고 나섰다. 진지하게 탄소배출 감축에 임하라는 것이었다. 자산 운용사인 맨그룹(Man Group), HSBC, 아문디(Amundi)는 J-Power에 2015년 파리 협약에 따른 배출량 감축, 회사의 운영 지출 조정, 임원 급여 수준이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 공개하도록 요청했다. 통상적으로 기업 운영을 방관해온 기관 투자자들로서는 드문 조치다.
요구는 끝내 거대 자산운용사의 지원이 부족해 6월 2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통과되지는 못했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은 이번 제안이 “지나치게 규범적이다”며 “경영진의 의사결정 능력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제안에 앞장선 활동가들은 낙관적인 입장을 전했다. 주주권익단체인 호주기업책임센터(ACCR) 브린 오브라이언(Brynn O’Brien) 전무는 “이번 제안은 전진하는 과정이라고 기대한다”고 모럴머니(Moral Money)와의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J-Power 사례는 환경과 관련한 투자자의 압박, 이를 통한 일본 기업 이사회의 변화를 보여준다.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 2년간 열린 일본 기업의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후 결의안을 제시하는 것이 규범화됐다고 도쿄도립대학(Tokyo Metropolitan University) 지에코 마쓰다(Chieko Matsuda) 교수는 분석했다.
한편 주주들의 압력을 받는 기업이 에너지와 금융 산업에 한정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일본에선 292건의 주주 제안이 77개 기업에 제기됐다. 미쓰비시 UFJ신탁은행에 따르면 총제안 건수는 지난해 대비 80% 늘었고, 2017년의 212건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간사이전력(Kansai Electric Power)에 반대하는 기후 결의안은 올해 주주들의 36% 지지를 얻었다. 일본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SMBC)에서도 올해 비슷한 청원이 27%의 지지를 얻었다. 30% 이상 지지를 얻은 안건은 기업 경영진이 청원의 근본적인 요구를 무시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요구로 여겨진다.
실제로 미쓰이스미토모는 투표 이후 주주들의 압력에 굴복했다. 청원서를 제출한 마켓포스(Market Force)의 활동가인 멕 후쿠자와(Meg Fukuzawa)는 "미쓰이스미토모가 인도네시아와 호주 등 신규 화력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조달을 중단하는 방향으로 석탄정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미쓰이, IBM, Persefoni 파트너쉽, 일본에서 탄소 회계 솔루션 제공
이와 함께, 미쓰이스미토모는 IBM, 기후 관리 및 회계 플랫폼(CMAP) 제공업체인 페르세포니(Persefoni)와포괄적 탈탄소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파트너십은 규제 및 투자자의 지속가능성 준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지원 서비스 요구가 늘어나는 현상을 반영한다.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일부 상장사에 데이터 수집과 활용을 의무화하고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가 있었다. 기후 관련 금융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와 실질적으로 연계된 정보를 공개하라는 압박도 있다.
2020년에 출시된 페르세포니의 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인 사스(SaaS) 플랫폼은 기업과 기관 투자자가 탄소 발자국의 관리를 돕고, AI를 활용해 사용자에게 조직의 상황별 지속가능성 성능 점수를 제공한다. 기업은 이를 통해 쉽게 탄소 거래 및 재고를 관리할 수 있다. 페르세포니는 CMAP를 일본 시장에 전달할 계획이다.
IBM과 미쓰이스미토모는 최근 기업의 기후변화 공개를 위해 기후변화 위험 및 기회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두 회사는 페르세포니와의 협업을 통해 고객에게 탄소 발자국 모니터링과 함께 기후변화 리스크 및 기회 분석 기능을 갖춘 탈탄소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로써 미쓰이스미토모는 일본에서 페르세포니와 다년 계약을 체결해 자체 운영에 CMAP를 사용하는 최초의 다국적 금융기관이 된다. 페르세포니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카와모리 켄타로(Kawamori Kentaro)는 “탈탄소 생태계는 일류 은행이 녹색 금융 상품과 나란히 위치한 일본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일본의 총배출량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킬 현실적인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 기업이 일본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많은 투자자가 연례 주주총회 전에 투표 방식을 발표해 기습적으로 이사회에 요구하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켓포스의 활동가 후쿠자와는 "주주 제안은 결과가 나타나는 데에 시간 소요가 있지만 대기업의 기후 및 에너지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