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차 국제 온실가스 콘퍼런스’ 개최…EU ETS 두고 EU⋅영국⋅한국 입장 차이
환경부 산하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가 11일 제13차 국제 온실가스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행사는 2010년부터 매년 열리는데, 기후변화와 온실가스 감축 부문의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해서 최신 연구와 국제 동향을 공유한다.
서흥원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장은 개회사에서 “에너지 위기로 인해 국제사회 대응 기조가 다소 주춤했다는 우려가 있으나,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국내외 기후 전문가들이 모여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 수단이라는 주제로 최신 국제 동향과 정책적 시사점을 논의하는 게 매우 시의적절하고 의미 있다”라고 전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축사를 보내왔다. 한 장관은 “탄소중립은 과학적 분석에 기반한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정부는 과학기술과 혁신해 기반해 실현할 수 있는 부문별 감축 목표의 달성 방안을 마련하고, 유상할당 제도를 확대하는 등 배출권 거래제도를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알스테어 리치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국장이 ‘ ‘유럽연합의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그 역할’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를 했는데, 이에 관해 조나단 우드랜드 주한영국대사관 팀장과 박지영 환경부 기후경제과 사무관이 EU ETS(배출권거래제)와 CBAM(탄소국경조정제도)에 각각 영국과 한국의 입장을 밝혔고, 리치 국장과 의견 차이를 보였다.
EU는 ETS로 탄소누출 어떻게 잡나
알스테어 리치 국장은 EU-ETS를 온실가스를 비용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고 소개했다. 리치 국장에 따르면, ETS가 2005년에 도입되고 2019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35% 줄었고, 2019년에 9%, 2020년에 13%가 줄었다.
리치 국장은 “ETS는 배출량 총량을 야심차게 설정하고 톤당 100달러의 탄소 가격을 달성했으며, 이를 통해 에너지원에서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고 청정에너지원의 비중을 높이는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ETS를 통해 청정에너지의 가격이 화석연료보다 더 저렴해졌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EU ETS는 현재 4기 시장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하고 있다. 4기 시장은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이다. 기존에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43% 줄이려고 했으나, 60% 이상 줄이려는 새 목표를 세웠다.
리치 국장은 “EU ETS는 유럽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에 발생하는 탄소누출(carbon leak)을 잡기 위해 고안했으므로, ETS로 발생한 수익을 탄소누출로 피해를 볼 수 있는 기업을 보호하는데 사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탄소누출은 기업들이 세금 회피와 비용 절감을 위해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나라나 장소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EU는 ETS에서 나온 수익을 혁신 기금(Innovation Fund)에 이전해서, 탈탄소화에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회적 기후 기금(Social Climate Fund)을 통해서는 탄소배출권 제도에 대응하기 어려운 저개발 국가와 빈곤층을 돕는다”고 말했다.
리치 국장은 한국 ETS에 대한 제언도 전했다. 그는 “EU가 탄소배출 총량을 2030년 NDC 목표에 맞춰 결정했는데, 우리나라도 NDC에 맞춰서 총량을 설정하면 적정한 탄소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력 부문은 100% 경매 할당을 도입해서, 전력 생산시설 운영 비용과 전기료에 탄소 가격이 반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리치 국장은 “EU는 탄소배출권 무상할당에 상위 10% 벤치마크를 도입하는데, 한국도 야심 찬 벤치마크를 도입하고 유상경매 할당 비중을 높여서 탈탄소화 유인을 마련하는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알스테어 리치 국장은 “한국 ETS는 정말 많은 발전이 있었으므로 인도, 중국, 베트남, 태국 등 ETS를 개발하고 있는 국가에 한국이 좋은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전했다.
영국, CBAM 고려하지만 실행은 신중할 것
조나단 우드랜드 팀장은 “ETS가 성공적으로 작동하려면 넷제로 목표와 궤적을 잘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드랜드 팀장은 “ETS를 넷제로 궤적에 맞추기 위해 CBAM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영국은 CBAM에 관해 국내외 이해관계자들의 피드백을 받고 있으며, 산업과 제품의 탄소 배출량 기준에 관련된 정책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CBAM이 영국에서 반드시 실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우드랜드 팀장은 “영국은 어떤 정책이든 균형을 맞추도록 고려하고 있으며, CBAM이 반드시 실행된다고는 말하지 못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탄소누출을 피할 해법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
리치 국장은 패널 토론에서 우드랜드 팀장의 의견에 반박했다. 리치 국장은 “CBAM은 EU지역으로 수출하는 상품에 적용되는 제도로, 한국과 EU가 거래할 때처럼 영국도 똑같이 CBAM을 적용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드랜드 팀장은 리치 국장의 반박에도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영국은 CBAM이 산업에 미칠 여파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드랜드 팀장은 “CBAM으로 인해 오히려 영국 기업들이 규제가 적은 국가로 빠져나가는 탄소누출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영국은 넷제로를 법제화한 국가이고, 기후변화위원회를 설립하여 이 문제에 대해 정부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ETS는 간접배출도 포함…시장 참여자 확대가 관건
박지영 환경부 사무관은 “EU ETS는 직접 배출(스코프 1)만 포함하는데 한국의 ETS는 간접 배출(스코프 2)도 포함하며, EU는 3대 온실가스를 적용하고 한국은 6대 온실가스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지영 사무관은 “한국은 2015년에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해서, 지금은 3기 시장”이라며 “684개 업체가 거래제에 적용받는데 수는 적지만 총배출량의 70%가 커버된다”고 말했다. 박 사무관은 “한국의 ETS는 거래량이 많이 늘고 배출량 적용 범위도 넓지만, 적용되는 업체 수가 적고 금융사의 참여가 제한된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박지영 사무관은 “산업계, 이해관계자와 토론을 통해 유상할당 제도를 확대하고, 기업과 금융사 등의 시장 참여를 활성화하고 시장을 선진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임대웅 BNZ파트너스 대표는 알스테어 리치 국장에게 “K-ETS가 스코프 1과 2를 모두 포함한 반면 EU-ETS는 스코프 1만을 포함하고 있는데, 스코프 2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제도적인 문제가 아닌가”라고 질문했다.
리치 국장은 “EU도 간접배출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 유럽 의회에서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최신 정보는 없으나 스코프 2를 적용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