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인플레이션 감축법 때문에 바빠진 광산업체들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바이든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을 앞두고 전기차에 들어가는 광물을 조달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미국에 공장을 지어야 한다. 이 때문에 미 광산업체들이 엄청 바빠졌다고 로이터가 1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법안에는 기후 및 청정에너지 정책과 코발트, 리튬, 니켈, 흑연과 같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에 대한 규칙을 포함하는 포괄적 내용이 담겨있다.
사이먼 무어스(Simon Moores)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의 CEO는 "광산과 정제 공장을 짓는 데 7년이 걸리지만 배터리 공장을 짓는 데 24개월밖에 걸리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2030년까지 미국에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설립하는 좋은 기간"이라고 말했다.
전액 세금공제 받으려면 배터리를 미국 또는 FTA국가에서 조달해야
인플레이션 감축법에는 신품 전기차에 대해 7500달러(약 976만원)의 세금공제가 있지만, 전액 공제를 받으려면 2023년 전기차 제조사가 최소한 배터리 재료의 3분의 2를 미국에서 조달하거나 캐나다, 칠레, 호주 등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파트너로부터 배터리 소재를 조달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은 핵심 금속인 니켈과 리튬의 두 공급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아르헨티나는 제외하고 2026년까지 배터리 재료의 소싱 목표를 80%까지 늘린다. 즉 배터리 재료의 80%를 미국내에서 조달하거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조달해야 한다. 자동차 회사들은 조달할 자격이 되는 국가의 수를 확대하라고 의회에 압력을 넣은 바 있다.
우드맥(WoodMac) 배터리 원자재 서비스 분석가인 맥스 레이드(Max Reid)는 "가장 실현 가능한 옵션은 재활용을 사용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도로에서 전기차를 보기 힘들다면 재활용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전기차 시장을 키워야 배터리 재활용도 노려볼 만하다는 이야기다.
미국에 배터리 재료를 채굴하거나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 빨라져
미국은 포드, GM과 같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들의 본거지다. 그러나 자동차 부품 공급뿐만 아니라 미국 내에서 자체 개발한 배터리 제조 및 정제 능력이 제한적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인해 미국 내에서 재빨리 공장을 지으려는 움직임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2030년 말까지 미국 남동부에 리튬 가공 공장을 지을 계획인 세계 최고의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Albemarle Corp)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내 공급망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 긍정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알베말 대변인은 "배터리 산업이 주로 아시아에서 운영되고 있고 미국내 공급망이 초기 개발 단계에 있기 때문에 전기차 보조금에 대한 조건과 시간 일정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메이저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Rio Tinto)는 미국 유타주와 캐나다에서 정제 및 제련작업을 하고 있는데 미국내 채굴과 가공에 대한 법안을 환영한다면서 자동차 분야의 고객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전기차 금속 광산업체인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과 글렌코어(Glencore)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한 코멘트를 거부했다.
미국의 새로운 광업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와 환경론자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힌 상태다. 기후변화를 완화할 수 있는 전기차의 잠재력과 광산 근처 거주민들의 권리가 충돌하면서 미국 내 긴장을 초래하고 있다.
예를 들어, 칠레의 광산채굴 다국적기업인 안토파가스타(Antofagasta)의 경우 미국 내무부가 지난 1월 환경상의 이유로 미네소타 트윈 메탈스 구리 및 니켈 광산의 임대를 취소했으며, 백악관은 지난해 안토파가스타가 지하 광산 건설을 희망하고 있는 미네소타주 경계수역에서 20년간 광산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반 아리아가다(Ivan Arriagada) 안토파가스타 대표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내에서 조달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해지고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국가 안보와 에너지 전환에 바탕을 두고 여러 프로젝트들이 벌어지는데, 더 많은 원자재가 없는 한 2050년 탄소 중립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모순이 있지만 이러한 광물자원 프로젝트들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방향으로 물결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전기차에 사용되는 핵심 광물에 대한 독립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노력은 서방과 중국 및 러시아 간의 긴장 고조와 함께 가속화되었고, 코로나 팬데믹은 공급망이 폐쇄되거나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해 백악관은 "미국 내에서 중요한 배터리 재료를 채굴하고 처리할 수 없고, 처리할 필요도 없다"고 언급하면서, 전기차 배터리에 필요한 광물 확보를 동맹국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피치솔루션즈(Fitch Solutions) 상품분석가 닉 트리켓(Nick Trickett)은 "시장이 본질적으로 글로벌하고 현물가격이 우세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하는 기업들이 캐나다와 호주와 같은 FTA 파트너들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도록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압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