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 다양성 상실, 국가 신용등급에도 영향 준다

세금 인상, 긴축, 인플레 유발, 가능성… 생물다양성 고려 불가피

2022-08-16     양윤혁 editor

지구 내 모든 생명체에 영향을 미치는 생물 다양성이 급감하고 있다. 현재 생물 다양성은 역사상 가장 빠른 감소 추세를 보여 경제 분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러 보고서에서 예측하고 있다. 

유엔(UN)의 조사에 따르면 약 100만 종의 동식물들이 현재 멸종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특히 인간의 활동이 지구 표면적의 약 3분의 2에 변화를 일으켰다. 자연에 압력을 가하고, 인간이 야생 동물과 접촉하면서 코로나-19 같은 동물성 질병의 위험도 늘고 있다.

곤충의 종류 감소의 양상. 생물 다양성의 감소는 경제 영역까지 여파를 미친다. /World Economic Forum

영국 왕립학회의 조사에선 이번 세기 후반까지 생물 다양성 손실의 가장 큰 요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았다. 기온 상승과 강우 패턴 변화는 삼림 벌채 및 농업으로 인한 영향과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영국 왕립학회 조사 결과, 생물 다양성 감소폭이 커지고 있다. /Royal Society Scientific Journal

케임브리지 대학의 보고서에 따르면 생물 다양성 상실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케임브리지 대학 베넷 공공 정책 연구소(Cambridge University’s Bennett Institute for Public Policy)의 수석 저자인 매튜 아가왈라(Matthew Agarwala) 교수를 비롯한 경제학자 팀이 세계 최초로 생물 다양성을 고려한 국가 신용등급을 제시했다.

생태학적 파괴가 어떻게 신용등급을 낮추고 대출 비용을 높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보고서는 토양을 재생하고 홍수를 막는 농작물과 식물을 수분시키는 벌과 같은 자연이 제공하는 "생태계 서비스"의 저하는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킬 수 있다 경고한다. 

 

국가 신용 등급 시스템의 새로운 시대 올까?

국가 신용등급은 국가 또는 정부 기관의 신용도에 대한 독립적 평가다. 투자자는 해당 국가의 부채(국채) 투자 관련 위험을 확인하는 척도로 활용된다. 

케임브리지 대학 보고서에선 국가 신용등급 평가 기관은 잠재적인 지정학적 사건 등의 위험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환경 악화로 인한 재정적 여파를 눈여겨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보고서 연구진은 위험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물 다양성 손실을 계산에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케임브리지대 보고서, 대규모 생물다양성 손실 글로벌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것

케임브리지대 매튜 아가왈라(Matthew Agarwala)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자연 파괴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설명한다. 매튜는 “경제 성과가 감소하면 국가는 부채 상환이 어려워지고 세금 인상 또는 긴축 정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는 자칫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일반 시민의 고통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를 진행한 케임브리지 대학 베넷 공공 정책 연구소./Cambridge University

생물 다양성 손실 반영 시, 많은 국가 ‘신용 경색’된다

지난해 세계은행이 발표한 보고서에선 현행 기업활동이 유지될 때 ‘생물 다양성 손실이 중단되는 시나리오’와 함께 현행 기업활동을 유지해 ‘생태계가 악화하는 시나리오’를 통해 26개국의 신용등급을 분석했다. 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억1400만 에이커의 토지가 사라지는 상황까지 고려한다.

생태계가 부분적인 붕괴를 겪는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시나리오를 검토한 결과에 따르면 어업, 야생에서의 수분, 열대 지방의 목재 공급은 약 90%까지 감소했다. 연구진은 “환경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하면 26개국 중 절반 이상의 신용등급이 떨어진다”며 “26개국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부채에 대한 연간 이자를 최대 530억달러(약 69조4300억원)까지 늘려 일부 개발도상국은 국가 채무 불이행(사실상 파산)의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진은 26개국 중 절반의 파산 위험도 1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생물다양성 손실로 인해 26개국의 신용등급 영향./ Cambridge University

자연 지키면 돈도 아낀다?

연구진은 자연 자산을 보호함으로써, 국가 신용등급이 향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울리히 볼츠(Ulrich Volz)는 “생물 다양성 관련 위험은 국가 재정 및 경제 활동에 큰 영향을 준다”며 “자연 서식지 보호는 환경뿐만 아니라 거시 경제 안정에도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최초로 생물 다양성 손실을 고려한 국가 신용등급을 제시했다. '기후 스마트' 국가 신용등급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기후 변화와 관련해 일부 국가의 신용등급이 강등된다. 연구진은 생물 다양성이 경제에 미칠 잠재적 위험이 커지면서 계산에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생물 다양성 관련 이슈에 대한 국가와 기업의 협력도 시작됐다. 세계경제포럼의 자연 행동 어젠다(Nature Action Agenda)는 민관협력을 통해 '자연 친화' 경제를 위한 해결책을 마련하고 전환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유니레버(Unilever), 월마트(Walmart), 구찌(Gucci) 등의 회원사는 사업 활동에서 생물 다양성 손실을 해결하기 위한 약속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