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멘스는 8년 앞당겨 탄소중립 공장, 유니레버는 5개 사업부 탈탄소화
지멘스는 원래 목표보다 8년 앞당겨 탄소중립 공장을 짓고,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위해 설립한 새로운 사업부 5개를 모두 탈탄소화하기로 했다고 현지언론들이 17일(현지시각) 각각 보도했다.
먼저, 유럽 최대의 엔지니어링 회사인 독일의 지멘스(Siemens)의 영국 체셔(Cheshire)주 콩글턴(Congleton)지역 공장은 올해 탄소 중립에 도달할 것이라고 현지미디어 에디(edie)가 보도했다.
이는 지멘스의 원래 목표인 2030년보다 8년을 앞당긴 것이다. 지멘스의 콩글턴 공장은 50년 전에 설립되었는데, 1990년에는 400명의 직원이 연간 5만대의 가변 속도 드라이브와 제어 장치를 만들었다. 현재도 비슷한 수의 근로자가 60만 대의 가변 속도 드라이브(VSD)를 포함하여 120만 대의 전기 장치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공장은 산업 단위와 주택 단지로 둘러싸여 있어 확장할 여지가 없는데, 콩글턴 공장은 지멘스의 부지 중 평방미터(m2)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 중 하나다.
지멘스는 이미 지난 7월 지멘스 디지털 산업(Siemens Digital Industries)과 스마트 인프라(Smart Infrastructure)의 파트너십을 통해 공장 (탄소) 제로화를 가속화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지멘스는 이것이 제조업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이정표를 마련했다고 자랑하고 있다.
카본 트러스트의 도움을 받고 인증도 받아
지멘스는 과학기반 탄소감축이니셔티브(SBTi)의 전문 파트너인 카본 트러스트(Carbon Trust)에 의해 탄소감축 공정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지멘스는 '루트 투 넷제로 표준(Route to Net Zero Standard)'의 1등급(Tier) 인증을 받기도 했다.
수력 발전소를 통해 75킬로와트(kw)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인증 받은 탄소중립 바이오가스(biogas)를 이용해 전력을 공급한다. 자동 조정되는 건물 관리 시스템을 채택하여 에너지 효율을 개선했으며, 최신 스타일의 창문 및 LED 조명도 장착하여 전체 에너지 비용을 각각 최대 13%와 30% 절감했다. 직원과 방문객을 위한 전기차 충전, 쓰레기 매립도 제로웨이스트(zero waste)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원래 지멘스의 2015년 약속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보장하는 것으나, 지멘스는 올해 이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5년 탄소중립의 목표를 설정한 후, 지멘스는 이사회 조언에 따라 2030년 온실가스 목표를 포함해서 주요 지속가능성 목표에 대해 경영진의 급여를 연동시키기 시작했다. 이후 204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겠다고 서약했다.
한편 지멘스는 최근 '스틸제로(SteelZero) 이니셔티브'에도 가입했다. 지멘스의 재생에너지를 담당하는 계열사인 지멘스 가메사(Siemens Gamesa)가 가입했는데, RE100 및 EV100 이니셔티브로 가장 잘 알려진 클라이밋 그룹(Climate Group)이 창설했다. 기업은 스틸제로에 가입함으로써 늦어도 2050년까지 모든 사업장에서 100% 넷제로 강철을 조달, 지정, 비축 또는 생산하기로 약속한다고 한다.
유니레버, 뷰티ㆍ웰빙, 퍼스널 케어, 홈 케어, 영양, 아이스크림 등 5개 사업그룹 탈탄소화 추진
한편, 세계적인 소비재 제조사인 영국의 유니레버는 지속가능성 전략을 위해 설립한 새로운 사업부 5개를 모두 탈탄소화하기로 했다고 로이터가 17일(현지시각) 단독 보도했다. 유니레버가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5개의 사업 그룹은 뷰티ㆍ웰빙, 퍼스널 케어, 홈 케어, 영양(Nutrition), 아이스크림이다.
이번 보도는 유니레버의 이사회에서 활동 중인 행동주의 투자자 넬슨 펠츠(Nelson Peltz)가 로이터에 전함으로써 알려졌다. 억만장자 펠츠가 운영하는 헤지펀드는 트라이언 파트너스(Trian Partners)로, 펠츠는 펩시코, 다농, 크래프트푸드 등에 투자해 소비재기업을 뒤흔든 이력이 있다.
지난 1년 동안 유니레버의 주식은 P&G나 네슬레 등 경쟁사에 비해 저조한 실적을 내면서, 헤지펀드인 트라이언의 타깃이 됐다. 트라이언은 현재 유니레버의 지분 약 1.5%를 갖고 있다. "지난 7월 유니레버 이사회에 합류한 넬슨 펠츠의 지지를 얻을 경우 탈탄소 전략을 추진하기 더 쉬워질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펠츠는 소비재기업을 인수해 주가를 올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P&G 지분을 매입한 2017년 이후 2021년 이사회를 탈퇴할 무렵 P&G 주가는 67%나 올랐다. 이번에도 유니레버의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레버의 레베카 마모트(Rebecca Marmot) 최고 지속가능경영책임자는 로이터통신에 "펠츠와 나머지 이사회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매우 지지한다"고 말하며, "이사회가 100% 지지하는 이 과정은 유니레버가 공장을 운영하고, 연구개발(R&D)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트라이언은 공식적인 답변은 하지 않았다.
다만 모든 투자자들이 지지를 표시한 것은 아니다.
영국 투자회사 펀드스미스(Fundsmith)를 통해 유니레버 주식의 약 0.85%를 소유하고 있는 테리 스미스(Terry Smith)는 지난 1월 "유니레버가 사업의 기초에 초점을 맞추는 대가로 지속가능성 자격 증명을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데 집착한다"고 비난했다. 지속가능성에 너무 집중하느라 사업의 본질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이다.
일부 투자자 "식품사업 성장이 더딘 브랜드 고수"를 비판
3년 이상 최고 지속가능경영책임자로 근무한 마모트는 로이터에 "이전보다 더 많은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전에는 지속 가능성에 대해 주로 전문적인 투자자들에게 말했지만, 지금은 블랙록 및 모든 큰 투자자들과의 많은 대화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투자자는 유니레버의 전략에 대해 "포트폴리오 혼합으로 인한 낮은 매출 성장"이라고 불렀다. 유니레버는 특히 식품 사업에서 최근 몇 년간 성장이 더딘 일부 브랜드를 고수하는 것에 대해 비판을 받아 왔다.
마모트는 유니레버가 지속가능성에 덜 집중하기를 원하는 투자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로이터의 질문에 "모든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가질 권리가 있다. 우리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상한 접근법”이라며 "우리는 지금 5개 비즈니스 그룹에 대한 탈탄소 계획을 설정하는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라이브 프로젝트"라고 덧붙였다.
한편 주주들은 기업들이 전 세계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고하는지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금융 감독 기관으로부터 더욱 정밀한 조사를 받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 오베론 인베스트먼트(Oberon Investments)의 펀드매니저 잭 마틴(Jack Martin)은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주주 수익을 높이는 경향이 있으며 그것이 내가 주로 신경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은 덧붙여 "유니레버는 많은 상품을 만들기 때문에 만약 유니레버가 탄소발자국을 줄이고 더 지속가능하다면, 나는 그 주식이 프리미엄에 거래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로이터에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