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후변화 책임자, 섬나라 국가에서 깜짝 임명...사이먼 스티엘

2022-08-18     유미지 editor
11월 열릴 COP27을 앞두고 UN 기후국장으로 그레나다의 전 환경부 장관이었던 사이먼 스티엘이 임명되었다./ 사이먼 스티엘 제공

중남미에 위치한 섬나라 '그레나다'의 전 환경부장관이 차기 유엔 기후국장으로 깜짝 임명됐다. 사이먼 스티엘(Simon Stiell)은 향후 유엔의 기후변화 대응을 이끌 수장이 됐다.

기후 위기가 생존과 직결되는 섬나라 국가들의 목소리가 강조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올해 이집트에서 열릴 제27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을 앞두고 어떤 변화가 생길지 주목받고 있다. 

 

개도국 출신 세 번째 UN 기후 국장 임명

지난 15일,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차기 유엔 기후 국장으로 그레나다의 전 환경 장관, 사이먼 스티엘을 임명한다고 전했다. 그레나다(Grenada)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로, 우리나라의 강화군 정도의 면적을 지니고 있는 나라다.

스티엘은 전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인 파트리샤 에스피노사(Patricia Espinosa)의 후임이다. 에스피노사는 전 멕시코 정부 장관이었으며 이전 전임자는 2015년 파리 협정을 감독한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Christiana Figueres)로 코스타리카 출신이다.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 출신 인물이 세 번 연이어 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이 된 것이다.

스티엘은 2013년부터 지난 6월까지 그레나다 환경부 장관으로 활동했다. 특히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해 지구온난화 대응을 촉구하는 등 다양한 행보를 보인 것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임명은 자메이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환영을 받았다. 자메이카 경제부 장관인 매튜 사무다가 축하 메시지를 남긴 모습. / 매튜 사무다 트위터

 

개도국들이 이번 임명을 반기는 이유

유엔 전문가들은 “카리브해 출신의 사람을 임명하는 것은 섬나라 국가들의 기후 위기를 감지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전했다.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초과하면 심각한 홍수에 직면하는 등 기후 위기의 영향에 가장 취약한 섬나라 국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처사라는 것이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사무총장을 역임하고, 현재 이니셔티브 글로벌 옵티미즘(Global Optimism)의 창립 이사인 피게아스(Figueres)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에서 세 번째 임원을 선출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은 불충분한 조치에 직면해 있는 저지대 섬 국가와 세계의 취약한 지역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강조한다”라고 전했다.

이 같은 임명은 개발도상국의 큰 환영을 받았다. 자메이카 정부의 경제부 장관인 매튜 사무다(Matthew Samuda)는 트위터를 통해 “무엇보다 그는 개발도상국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있다. 자메이카와 카리브해 전체가 그와 함께 일하기를 고대한다”라고 전했다. 유엔과 바베이도스, 가나, 에티오피아의 청소년 대표와 나이지리아 환경부 장관도 축하 인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COP27은 다가올 11월, 이집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COP 27 홈페이지

 

이번 임명이 갖는 의미...COP27과 관련 있어

COP27개최가 세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임명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개발 도상국을 비롯해 작은 섬나라들은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을 통해 빈곤한 나라들이 처해있는 곤경과 기후 변화에 대해 대처하고 적응하기 위한 지원책이 논의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 여름 스티엘과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그가 “그레나다에서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현실이 되었다며 상황이 더 나빠질 것을 알고 있고, 인식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그레나다는 실제로 적응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도전"이라며 "개발도상국은 재정적 지원과 기술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파리협정에서 각국은 기온이 섭씨 2도를 넘지 않도록 하고 섭씨 1.5도 이내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추구”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섬 국가들은 취약성 때문에 2도 대신 1.5도에 다시 초점을 맞추도록 했다. 스티엘의 이번 임명은 그러한 노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여겨진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이 최근 몇 주 동안 급격히 높아진 것도 합의를 위협하는 요소 중 하나다. 중국은 지난번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기후 문제에 대한 미국과의 협력을 철회한 바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런던 정경대 그랜섬 연구소(the Grantham Institute of the London School of Economics)의 정책 책임자인 밥 워드(Bob Ward)는 영국 가디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제 27차 COP를 앞두고 사이먼 스티엘의 임명이 확정된 것은 매우 좋은 일이다. 그는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려는 목표가 어그러지는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났다”라고 전했다. 이어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의 긴장 고조, 막대한 화석연료 비용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지속 등 국가 간 긴박감을 높이고 장애물에 맞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 터프츠 대학교(Tufts University)의 플레처 스쿨(Fletcher School) 학장이자 유엔 기후 회담의 전문가인 레이첼 카이트(Rachel Kyte) 역시 “그가 중요한 시기에 큰일을 하고 있다”라며 “섬 국가 출신 검증된 관리자로서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UNFCCC가 지명을 승인함에 따라 스티엘 기후 국장은 곧 업무를 시작하며, 이어 올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COP27 정상회담을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