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왜 기후약속을 잘 지키지 않을까? HBR 칼럼보니
최근 2-3년 사이 ESG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유명 대기업들 중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내놓지 않는 경우를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11일(현지시각) 기업들이 왜 기후약속을 지키지 않는 지에 관해 존 고다드(John Goddard)의 칼럼을 실었다. 미국의 경우이지만 ESG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기 시작한 우리에게도 참고가 될 만하다.
HBR에 의하면, 현재까지 미국 증시에 상장한 2000개 기업 중 700개 이상이 넷제로 약속을 했으며, FTSE(런던증권거래소) 100개의 우량기업 중 59개가 2050년 넷제로를 약속했다. 스탠다드 푸어(S&P) 500의 3분의 2는 어떤 식으로든지 탄소 배출량의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경영진 400명 조사한 결과 대부분 기후약속의 이행 어려워해
하지만 칼럼기고자 존 고다드가 속한 L.E.K.컨설팅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 조사대상 기업들은 대부분 기후약속을 이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L.E.K.컨설팅은 400명의 글로벌 C-레벨과 다양한 업종 및 규모의 기업 고위 경영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28%는 연매출이 100억달러(약 13조원)가 넘는다. 리더의 51%는 "장기적인 지속가능성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기 재무 성과를 절충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58%는 "조직이 어떤 절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실제로 조사 결과, 리더가 지속가능성을 운용하려고 하면 할수록 조직이 이 작업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조직 내부가 잘 조정되지 않고, 필수적인 스킬과 지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이번 조사 결과, 각 조직은 지속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상장기업 임원(54%)은 전체 설문 조사대상자(51%)보다 ESG 문제에 대처한다는 의향이 훨씬 더 높았다. 단기적인 재무 성과가 저하되더라도 대처하겠다고 했다. 조사 대상 리더 중 51%는 ESG를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었다. 또 다른 20%는 혁신의 관점에서 ESG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또 조사 응답자에 의하면, 향후 5년간의 기업 C레벨의 행동과 투자의 주된 초점은 ‘지속가능한 서비스, 제품과 유통’이라고 답했다.
존 고다드는 "리더들이 이러한 태도를 보이는 데도 기업의 기후약속의 실천이 그다지 진척을 보이지 않는 것은 언뜻 보기에 이상해 보인다"며 "그 이유는 외부 이해관계자 및 리더십 팀과의 연계 부족 때문"이라고 봤다.
58%가 단기적인 우선순위와 장기 ESG 목표의 균형에 대해 이견
어느 것에 우선 순위를 두고 균형을 맞추어 추진하는가가 주요한 걸림돌이었다. 경영진의 58%는 단기적 우선 순위와 장기 ESG 목표의 균형에 대해 "지도부 내에서 상당한 의견 차이가 있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내부의 의견 차이는 보고 부담이 얼마나 어려울 수 있는지를 반영한다. 지속가능성을 전략의 핵심으로 하기 위해서는 ESG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의 재무적, 비재무적 이점을 분석하고 ESG 보고서에 내재된 많은 리스크를 이해해야 한다.
이사회나 경영진은 이러한 리스크를 인식하고 있지만, 진척 상황을 추적하기 위한 지표나 핵심성과지표(KPI)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조사대상 기업의 4분의 1(27%)만이 ESG KPI를 도입하고 있으며, 아직 풀 세트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은 거의 없었다(3%에 불과).
존 고다드는 "ESG KPI와 같은 지표가 없으면 기업은 경영진의 보수를 ESG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계속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봤다. 경영진의 보수와 지속가능성 목표를 연계하는 것이 ESG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는 것을 리더들은 인정했지만, 현 시점에서는 너무 적은 수의 기업이 이를 채택하고 있었다.
33%, "리더십 팀 내에서 지속가능성 관련 연계 부족"
지표와 보수의 연계처럼 부족한 것은 내부적인 것만이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장벽에 대한 질문에는 33%가 리더십 팀 내에서의 연계가 부족하다고 답했지만 34%는 주요 이해관계자 간의 외부 전략적 연계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다른 요인들도 있었다. 33%는 "조직이 올바른 문화나 사고방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장벽이라고 응답했다.
ESG 목표를 달성할 준비가 가장 안 된 주요 분야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43%는 '보상과 인센티브 프레임워크'를, 40%는 '상위로부터의 분위기(tone)와 참여를 포함한 올바른 문화'를 꼽았다.
그외에 조사 대상자들이 손꼽은 문제점은 ▲79%가 기술과 역량을 위해 더 많이 일해야 한다 ▲59%는 기후로 인한 재정적 위험과 기회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고 ▲54%는 ESG요소를 자본배분방식에 통합하는데 실패했으며 ▲48%는 제품과 서비스의 포트폴리오가 지속가능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끝으로 이번 조사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해, 리더는 ▲전략적 연계의 추진 ▲교육에 투자 ▲전략적 선택지의 평가 ▲KPI의 확립 ▲보수의 조정 등 5가지를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