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폭스바겐, 벤츠는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어떻게 대응하나

2022-08-24     홍명표 editor
사진은 현대자동차가 내놓은 최신형 전기차 아이오닉6/홈페이지

최근 미국에서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 폭스바겐, 벤츠의 소식을 청정기술 전문 미디어 클린테크니카(CleanTechnica)가 24일(현지시각) 전했다. 

클린테크니카는 "대부분의 미국 국회의원들은 700페이지짜리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아직 읽지 못했지만, 폭스바겐, 벤츠, 현대차와 같은 주요 기업들은 확실히 읽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또 "만약 이 자동차 3개사들이 법안의 구멍을 제대로 메울 수 있다면, 이들 고객들도 전기차에 대한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금공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조지아주 현지공장의 건설에 박차를 가할 듯

먼저 현대자동차의 경우, 이들 3개사 중에서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상당히 빠른 투자 움직임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통과되면서 최근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클린테크니카는 "현대차는 이미 조지아주 사바나(Savannah) 인근에 공장 건설을 착수했으며, 이 공장에서는 미국인들이 가장 갈망하는 전기차인 현대 아이오닉7과 기아의 EV9을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며 "건설 중인 공장은 8500명의 노동자를 고용하여 조지아주에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미국에서 제조된 차량에 대해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조지아 공장은 2025년에야 가동할 예정이다. 2주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수입된 현대차와 기아는 미 연방 전기차 세금공제를 7500달러(약 1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이번 법안이 통과된 후 갑자기 세금공제 혜택이 사라졌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문제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국 정부의 제소의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조지아 공장의 건설을 서두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원래 내년에 착공하려던 조지아 공장을 올해 착공할 계획이다. 2025년에 전기차를 생산하려 했으나, 이를 1년 앞당긴 것이다. 

한편, 이와 관련해 국내 자동차업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보조금 제외 문제를 대응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으며, 공영운 현대차 사장과 정의선 회장은 23일 미국 출장을 떠났다고 알려졌다. 법안은 이미 의회를 통과했지만, 미 재무부가 내년 발효를 위해 세부적인 기준을 결정하기에 앞서 최대한 유리하게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포석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인기차종인 아이오닉5와 EV6 가격은 3만9950달러(약 5337만원)부터 시작해 보조금을 받을 경우 4000만원대에 구입이 가능했으나, 향후 비용이 1000만원 이상 더 비싸질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과 벤츠는 캐나다에서 원자재 조달하려고 노력하는 중

그럼 폭스바겐과 벤츠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블룸버그는 24일(현지시각) 폭스바겐과 벤츠가 캐나다에서 니켈, 코발트, 리튬을 공급받기로 합의한다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인 잘롭니크(Jalopnik)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수상 올라프 숄츠(Olaf Scholz)는 8월 22일 저스틴 트뤼도(Justin Trudeau) 캐나다 총리와의 협상을 승인하기 위해 캐나다로 떠났다. 숄츠는 캐나다가 러시아와 비슷한 천연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신뢰할 수 있는 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6월, 미국 폭스바겐의 CEO 요한 드 나이스첸(Johan DeNysschen)은 블룸버그에 "폭스바겐이 북미에 배터리 제조 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 또는 승인된 무역 파트너인 국가에서 배터리를 제조해야 한다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요구조건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다. 현재의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에 따르면, 미국 무역 관계자들은 캐나다나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모든 제품은 국내에서 생산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더 나아가 제품 제조에 사용되는 재료도 승인된 무역 파트너로부터 조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승인된 무역 파트너 국가 중 하나가 캐나다다. 흔히 전기차의 원자재인 코발트와 리튬 등을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많이 생산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캐나다는 이 자원들의 숨은 '보고'에 가깝다. 

구글에서 스타티스타( Statista)의 보고서를 찾아보면, 2020년에 캐나다의 래브라도와 뉴펀들랜드에서 1510톤, 퀘벡에서 1543톤, 온타리오에서 1028톤, 매니토바에서 198톤의 코발트가 생산된 것을 알 수 있다. 

리튬도 비슷하다. 캐나다 정부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캐나다는 현재 리튬을 생산하지 않고 있지만 리튬 자원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다만, 아직 개발되지 않은 것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곧 바뀔 전망이다. 이 웹사이트에는 2020년 캐나다 니켈 생산량이 16만7000톤으로 세계 광산 생산량 6위에 올랐다고 적혀 있다. 

캐나다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을 지원할 수 있는 천연 자원을 가지고 있으며, 폭스바겐이나 벤츠 같은 회사들이 이를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전기차 배터리 소재의 새로운 공급원에 대한 쟁탈전을 벌였다. 블룸버그가 24일(현지시각) 클린테크니카에 보낸 이메일에서 밝힌 바와 같이 코발트 가격은 올해 1월 이후 40% 하락했다. 

결국 이번에 통과된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결론은, 침체된 북미 공급망을 재건하는 데 집중될 전망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