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글로벌 ESG 포럼 ①] 게임 체인저로서의 ESG

2022-08-29     송준호 editor

ESG 전문가와 실무자가 ESG의 국내외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국제ESG협회가 주최하고 대한상의와 고려대 경영대학 ESG 연구센터가 주관하는 ‘2022 글로벌 ESG 포럼’이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포럼은 29부터 31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 포럼 공동대회장인 옥용식 고려대 교수는 개회사를 통해 “한국기업들은 ESG 관련 기존 규칙을 단순히 따르는 수동적 입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규칙을 제정하는 데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회식 기조강연에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기후변화가 위기를 넘어서서 이제는 재앙으로 현실화되고 있고, 따라서 가장 책임이 큰 기업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기업 기후 대응 경영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준성 ㈜LG ESG팀장(전무)은 LG의 ESG 비전을 공유했고, 아멜자데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자본시장에서 ESG는 ‘리스크 관리’에서 ‘영향 측정’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향후 ESG 정보를 활용하는 데 있어서 주주활동, 포지티브 스크리닝 그리고 자산운용 프로세스 내 ESG요소 통합이 투자자들에게 더 중요하게 고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포럼은 이날부터 오는 31일까지 총 3일간의 일정으로 △ESG 전반 △기후변화·생물다양성 △폐기물·플라스틱 △탄소중립·에너지·그린수소 경제 등 18개 세션을 다루고, 행사 둘째 날인 30일에는 네이처(Nature) 포럼과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ESG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세계적인 석학 100여 명을 포함 전문가, 기업인 등 총 55개국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임팩트온은 포럼에 참석해 주요 소식을 전한다.  

2022 글로벌 ESG포럼 프로그램/글로벌 ESG포럼 홈페이지

 

ESG와 지속가능성, 트러블 메이커 아닌 게임 체인저

'ESG와 지속가능성' 세션의 좌장은 이재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겸 국제ESG협회 공동 협회장이 맡았다. 이재혁 교수는 “대한민국에 반기업 정서가 존재하는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3.6%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ESG에 대한 요구가 점차 구체화되며 적용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는 상황을 지적했다. 

임성택 법무법인 지평 대표 변호사는 “기업은 대중들에게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트러블 메이커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체인지 메이커로 발돋움하여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모두의 영화관 프로젝트’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청각장애인은 자막이 있어야 영화를 볼 수 있으나, 전국 6405개 상영관 중 18곳에서만 한글 자막을 제공하여 이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 소송은 1심과 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에 올라가 있다.

임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앱손(Epson)과 리걸 시네마(Regal Cinema)가 스마트 안경을 만들어서 청각장애인에게는 자막을 보여주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영화를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 화면해설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임성택 변호사는 “한국기업과 미국기업의 차이는 장애인을 소비자로 생각하는지 단순한 수혜의 대상으로 생각하는지 여부에서 차이가 있으며, 미국 기업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 창출의 기회로 삼는 임팩트 비즈니스를 한다”고 설명했다. 

ESG와 지속가능성 세션에 참여한 발제자들. 왼쪽부터 임성택 대표변호사, 이재혁 교수, 나석권 원장, 김동수 소장/ⓒ임팩트온

나석권 사회적가치연구원 원장은 다보스 포럼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선언한 ‘다보스 매니페스토’ 1과 2를 비교하여 ESG 개념의 변화를 설명했다. 나석권 원장은 “다보스 포럼은 설립된 지 3년이 지난 1973년에 다보스 매니페스토를 발표하고 ‘윤리강령(Code of Ethics)’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나아가야 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다보스 포럼은 출범 후 50년이 지난 2020년에 ‘다보스 매니페스토 2’를 발표했다. 나 원장은 “1과 2를 비교해볼 때,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연성 규범에서 보편적 목적으로 변화했고, 조화(Harmonize)에서 관여(Engage)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나석권 원장은 “기업은 돈만 버는 경제주체 그 이상이며, 기업의 성과에는 경제적 성과뿐만 아니라 ESG 성과도 측정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변화를 해석했다. 

김동수 김앤장 ESG경영연구소장은 향후 5년간 중요해질 다섯 가지 ESG 현안을 소개했다. 현안은 ▲ESG의 제도화 ▲ESG 투자 확대 ▲ ESG 정보공시 ▲ESG 통합 ▲ESG 이슈 파이팅(Fighting)으로 정리됐다.

김동수 소장은 “ESG 통합이 가장 큰 변화로 앞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사례는 M&A, 기업 실사, 투자 등 다양한 부분에 ESG가 반영될 것이며 향후 5년간 기업들은 어떻게 ESG 통합을 이뤄낼지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례로 인수합병 대상 기업에 ESG 정보를 요청할 수 있으며, 공시 정보에 좌초자산이 많으면 투자 철회도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ESG 실무 및 정책적 시사점…내재화가 핵심

조윤남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는 ‘ESG: 실무 및 정책적 시사점’ 세션에서 “ESG 실천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재조망되고, 재적립이 필요하며, 대한민국도 ESG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으나 ESG 역사가 짧으므로 아직 포트폴리오의 성과를 두고 논의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조윤남 대표이사는 “최근 코로나19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한 경기 침체는 1965년부터 1980년에 전 세계를 15년간 고통스럽게 만든 인플레이션 시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경기가 이렇게 될수록 ESG를 잘 관리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 간에 간격이 점차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점차 ESG를 잘하는 기업을 더 지원해서 ESG를 전 세계로 확산시킬지, 상대적으로 ESG를 잘 못하는 기업을 지원해서 평균을 높일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는 ESG의 법제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안수현 교수는 “ESG 법안은 21년 3월까지 세부 내용을 살펴본 결과 69개가 나왔고, E(환경) 17개, S(사회) 39개, G(지배구조)는 13개가 나왔다”고 말했다. 

안 교수는 “환경법안은 비용과 인센티브를 통해 기업의 ESG 경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는 “21대 국회에 제출된 사회 관련 법안은 공정거래, 노동 조건, 산업안전, 대⋅중⋅소 기업 상생과 관련된 이슈가 많이 포함돼 있으며, 거버넌스는 이사회 의무나 이사 보수 및 내부 통제 이슈가 많이 담겨 있다”며 “거버넌스는 이사회 주의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대표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짚었다.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ESG센터 전략그룹장은 국내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여섯 가지 고민 지점을 제시했다. 고민점은 ▲ESG경영 ▲신사업 ▲탄소 목표 수집 및 목표 달성을 위한 인프라 투자 확대 ▲비즈니스 윤리 및 컴플라이언스 리스크 관리 고도화 ▲공급망 관리 체계 강화 및 활동 확대 ▲인적자본 관리 기반 HR 정책 확대이다.  

이준희 그룹장은 “한국 기업은 새로운 제도에 대한 대응력이 상당히 빠른데, 예를 들어 상당한 수의 ESG 위원회가 불과 2년만에 만들어졌다”며 “문제는 ESG 위원회를 만들어 놓고 위원회에서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준희 그룹장은 “기업들이 외부의 이해관계자에게 정보를 어떻게 공시하고 커뮤니케이션할지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내부의 데이터나 시스템에 ESG를 어떻게 통합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연금과 ESG평가사, 오해와 이해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과 윤진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 사업본부장은 각각 국민연금의 ESG투자와 ESG평가에 대한 오해에 관해 설명했다.

원종현 위원은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이익과 제도적 지속성을 포괄하는 수탁자 책임이 최우선이며, 그 최우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지표와 방안을 찾아보니 ESG가 방향성에 맞아서 ESG 투자를 하는 것”이라며 “ESG를 하기 위해 투자하는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원 위원은 “국민연금은 개별 주식을 사는게 아니라 인덱스 매매를 하기 때문에, 예를 들어 삼성전자에 총 자금의 21.5%를 투자하고 있으면 여기에 1%를 더할지, 덜할지를 결정할 수 있고 투자 목록에서 제거하는 것은 어렵다”며 “석탄 채굴과 발전 산업도 국민연금의 가입자로서 투자를 배제하는게 아니라 공정한 전환을 어떻게 이끌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진수 본부장은 “최근 머스크가 ESG 평가에 대한 비판을 한 것을 포함해서 평가에 대한 다양한 오해가 있다”며 “ESG 등급은 어떻게 측정되는지 알 수 없는 블랙박스라는 비판이나 신용평가는 평가 결과 간 상관관계가 높은데 ESG는 그렇지 않다는 비판이 있다”고 지적했다.

윤 본부장은 “ESG등급은 해당 기업에 자세한 피드백을 통해 구체적으로 안내하지만, 평가기준과 정보는 평가기관의 지적재산이므로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할 의무가 없다”며 “신용평가는 재무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한정적인 지표로 평가하지만, ESG는 굉장히 많은 지표를 바탕으로 평가기관의 철학과 방법론을 바탕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상관관계가 낮다는 이유로 신뢰성이 낮다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