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내뿜는 전기차 필수품 니켈?
세계 최대 니켈 매장지인 인도네시아에서 석탄이 문제다.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부품으로, 전기차 보급이 확산되면서 세계 탄소 배출량은 감축할 수 있지만 니켈 가공 과정에 석탄이 사용되면서 한편으론 탄소 배출을 증가한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산업 컨퍼런스 ‘니켈 서미트 2022’에선 이런 부분이 지적됐다. 다국적 로펌 노턴 로스 풀브라이트(Norton Rose Fulbright)사의 앤드류 디지스 아시아 책임자는 “인도네시아의 킬로와트시(kWh)당 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보다 훨씬 높다”며 “인도네시아는 2030년까지 캐나다에 비해 kWh당 8~9배 탄소를 배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되는 니켈은 주로 라테라이트 광석 형태다. 캐나다, 러시아, 호주에서 발견되는 황화광물보다 배터리에 사용되기까지 더 많은 처리 과정이 필요하다. 황화광물은 고갈되고 있지만, 라테라이트는 매장량이 풍부해 인도네시아는 향후 전기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니켈 가공 프로젝트는 중국의 스테인리스 강 대기업 팅샨과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인 CATL 등 중국 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팅샨 등 중국 기업은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에 위치한 모로왈리 산업단지에서 라테라이트 광석에서 배터리 등급 니켈을 생산하기 위해 고압산 침출(HPAL)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 니켈 선철(NPI)을 니켈 매트로 전환해 가공하는 방식도 쓴다.
그러나 이 과정은 에너지 집약적이고, 폐기물을 생산한다는 부작용이 있다. IEA에 따르면, 황화물 자원 처리는 니켈 1톤당 10톤의 이산화탄소를 생산하는 반면, HPAL 기술은 탄소 배출량이 2배, NPI를 니켈 매트로 변환할 때는 약 6배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니켈 광산 주변 대규모 삼림 벌채와 열대우림과 해양 생물의 생물 다양성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유독성 퇴적물도 문제다.
팅샨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 광산 기업 에라메트와 함께 합작회사인 웨다 베이 산업단지(IWIP)를 통해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3~5년 내 완공 예정이며, 최소 2GW 상당이다. 그러나 전기가 많이 사용되는 만큼, 석탄화력발전소도 함께 건설한다. 팅샨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탄소 배출량 제로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또한 보르네오 섬의 북부 칼리만탄 주 근처 강에 최대 23GW 상당의 수력발전소를 짓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일부 니켈 제품을 수출할 때 누진세를 적용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탄소 집약도를 기반으로 하는 누진세를 적용하되, 탄소 배출량이 많은 프로젝트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방안이다. 올해 초 시행하기로한 탄소세 계획에 니켈 산업을 포함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다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IEA는 “니켈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모두 계산하더라도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탄소 효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에너지 전환은 배터리에 의존하고 배터리는 니켈에 의존하며 니켈은 인도네시아 의존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보고서에서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