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이탈리아 최대 석유회사 에니, 그린워싱기업에서 친환경기업으로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세계적인 이탈리아 석유회사인 에니(Eni)는 오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영국에서 개최되는 ‘2022 에너지 인텔리전스 포럼 (Energy Intelligence Forum)’에서 에너지 혁신상(Energy Innovation)을 수상할 예정이다.
'에너지 인텔리전스(Energy Intelligence, EI)’는 에너지 산업의 지속가능성 평가 기준을 통해 기업의 에너지 데이터를 조사ㆍ분석하는 기관이다. 이번 포럼은 세계 각국의 에너지, 금융, 정치 및 비즈니스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21세기가 직면한 에너지 과제에 대한 지속가능한 해결방안을 토론한다.
올해 에니(Eni)는 에너지 혁신 부문에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부문은 기존 정유 및 가스 회사가 에너지 전환에 적응하는 단계에서 이루어낸 성과를 평가한다.
에너지 인텔리전스는 에너지 전환 부문의 핵심 평가 요소인 ‘배출량 감소 목표’, ‘포트폴리오 탄력성’ 및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에서 에니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에니는 지난 2년 간 다양한 분야에서 에너지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저탄소 투자의 가속화를 위한 경영 전략을 크게 확장했다.
에너지 혁신상을 수상하게 된 에니(Eni) CEO인 클라우디오 데칼지는 “이 상은 국가 공동체의 에너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에너지 전환을 위한 필수 약속을 반영한다"며 “전통적인 에너지 모델에 기반을 둔 산업 및 경제 시스템에서 우리는 에너지 자립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탈탄소 목표를 견고히 할 것”이라는 수상 소감을 전했다.
에니, 그린워싱으로 5백만 유료의 벌금 내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 에니는 에너지 과장 광고로 인해 수백만 유료의 벌금을 냈다.
2020년 에니는 팜유 기반 친환경 연료 ‘디젤 플러스(+)’를 과장 마케팅을 한 혐의로 이탈리아 경쟁당국(Italian Competition Authority, ICA)으로부터 500만유로(약 68억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해당 판결은 이탈리아 역사상 그린워싱 혐의로 처벌한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린워싱이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위장한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해 경제적 이익을 취하는 기업의 행위를 뜻한다.
에니의 ‘디젤 플러스(+)’는 팜유 기반의 수소화 식물성오일(HVO, Hydrodrated Vegetable Oil)이 15% 함유된 연료로 친환경성을 강조한 녹색 연료로 홍보됐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소비 및 환경 캠페인 단체는 “디젤 플러스는 수송용 경유로 환경에 미치는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에 ‘친환경’ 연료로 광고하는 것은 허위 광고”이고, “산림 파괴의 원인으로 꼽히는 팜오일을 친환경 연료로 광고했다"다며 에니를 고발했다.
당시 에니는 “친환경은 절대적인 진술이 아닌 경쟁 회사 제품과의 비교를 위한 상대적인 의미로 사용한 표시”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경쟁당국(ICA)은 “팜오일은 온실가스의 간접 배출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재생가능한 그린 연료’로 광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 며 거액의 벌금 부과와 광고 금지 결정을 내렸다.
에니(Eni), 그린워싱 기업에서 친환경 기업으로
에니는 '그린워싱 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친환경 기업으로 빠른 속도로 전환하고 있다.
에니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기업의 목표를 요약한 16번째 지속가능성 보고서(Eni for 2021)을 올해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니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의 직간접 배출량인 스코프1, 2, 3까지 총 배출량을 2018년 대비 35% 감축하고, 2040년까지 80%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또한 재생가능연료, 바이오 또는 탄소중립(수소) 공급원으로부터 100% 가스를 공급받고 전력과 잔류 배출 상쇄를 통해 2040년까지 공급망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았다.
이번 보고서에서 특히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스코프 1-2 배출량 감축 목표만 내놓은 반면, 에니는 공급망 탄소배출량에 해당하는 스코프 3 배출량 저감을 목표로 하는 구체적인 산업전환 계획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에니의 재생에너지 자회사인 플레니튜드(Plenitude)의 새로운 에너지 솔루션이 스코프 3의 저감 목표 실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에니의 데칼지 대표는 "플레니튜드는 미국 및 이탈리아의 태양광 발전 프로젝트 인수를 통해 올 상반기 재생에너지 설치 용량을 약 1.5기가와트(GW)로 늘렸다"며 "연말까지 2GW를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에니가 친환경 전력 수요 변화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경영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에니의 지속가능 보고서에 따르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공급 용량을 15GW까지 확대하고, 2050년에는 60GW 이상을 공급하는 계획을 바탕으로 탈탄소 전력 공급의 점진적인 증가를 이뤄낼 계획이다.
신지희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 기자
신지희 청년기자는 건국대학교에서 시스템생명공학을 전공하며 생명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바이오 산업에서 이루어지는 생물공정의 효율화를 공부하고 있다. 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한 ESG 경영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실현하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알리고픈 포부를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