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뱅가드 뺀 거대 투자자들 정부에 화석연료 단계적 중단 요구

2022-09-15     홍명표 editor
사진은 미국의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홈페이지

파키스탄 사례는 기후 위기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일까. 지난 6월 시작된 집중 호우와 홍수 등으로 인해 파키스탄에서는 현재까지 10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33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는 BBC 등 외신의 보도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에 13일(현지시각) 유엔은 "각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목표를 설정하지 못함에 따라, 지구의 기부현화 영향이 '미지의 파괴 영역(uncharted territories of destruction)'에 진입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CNBC에 따르면, 세계 기상기구(WMO)가 작성한 보고서는 기후 관련 재해가 지난 50년 동안 5배 증가했으며 하루 2억달러(약 2700억원)의 비용이 든다고 밝히고 있다. 안토니아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파키스탄의 홍수, 유럽의 폭염, 미국과 중국 일부지역의 기록적인 가뭄 상황을 언급하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화석연료 생산을 억제하는데 실패했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재난은 인류가 화석연료에 중독된 대가"라며 "올해의 '보고서(United in Science)'보고서는 기후 영향이 미지의 파괴영역으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여러 유엔기관과 파트너들이 수집한 데이터를 인용해,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최고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전 세계 기후 완화 약속이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거의 200개 나라가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세계기후정상회담에서 메탄 오염, 삼림 벌채 및 석탄자금조달에 대한 새로운 약속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2도 이내로 제한하려면, 2030년 기후약속은 4배 가량 더 높아야 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7배는 더 높아야 한다"고 밝혔다. 

 

5경원 운용하는 투자자들, "화석연료 단계적 중단, 과학기반 전환 계획 세워라"

이런 상황이 되자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한층 과감해지고 있다. 39조달러(약 5경4000조원)를 가진 투자자들이 정부에게는 화석연료 계획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도록 요구하고, 기업에게는 과학기반의 전환 계획을 세우도록 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한 야망을 높일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가 1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번 발표를 주도한 상위 자산운용사들의 움직임은 오는 11월 이집트에서 열리는 제27차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7)을 앞두고 나온 것이다. 올해의 서한은 메탄에 의한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개도국에 기후 대응을 위한 재정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추가 요청이 주요 내용이었으며, 이는 지금까지 가장 야심찬 호소라고 로이터는 밝혔다. 

이번 발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투자자 중심 그룹인 '인베스터 어젠다(Investor Agenda)'에 의해 조직된 '2022년 기후 위기에 관한 각국 정부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 성명'에서 진행했으며, 올해는 13번째 발표다. 

성명서에서 "투자자들은 법에 의해 허용된 것뿐만 아니라 많은 경우에 핵심적인 수탁자의 의무로서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배출 제로 경제로 전환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이와 함께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규모 확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증가하는 탄소 가격책정 메커니즘 ▲삼림 벌채를 끝내기 위한 새롭고 야심찬 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이번 서한에 서명한 기관은 UBS 자산운용(Asset Management), 아문디(Amundi),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Federated Hermes) 등 532곳의 투자자들로 이뤄졌다. 

하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인덱스펀드 운용사이자 세계 3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 뱅가드, SSGA 중에는 단 한 곳도 이 성명서에 서명하지 않았다. 

이러한 침묵과 관련, 최근 미국에서 ESG에 투자하는 프로세스가 점점 더 많은 공화당의 압력을 받고 있는 환경과 관련이 깊다고 로이터는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