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2050 탄소중립 발표, 어떻게 봐야 하나

2022-09-15     박란희 chief editor

삼성전자가 ‘2050 탄소중립 선언’을 포함한 대대적인 신환경경영전략을 선언했다. RE 100 이니셔티브에도 가입한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7조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탄소중립 발표는 로이터에서 실시간으로 기사화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관심이 높았다. 지난해 글로벌 기업들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 RE 100’ 가입 선언이 잇따르면서, 삼성전자를 향한 탄소중립 압박은 계속돼왔으나 줄기차게 침묵을 지켜왔기에 더욱 이목을 끌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삼성전자가 환경 관련 인력을 다 스카우트해간다”고 할 정도로 이번 탄소중립 전략 발표를 위한 준비작업을 오래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4대 핵심 전략, 무엇이 담겼나 

삼성전자의 신환경경영전략에는 온실가스 직간접(Scope1,2) 감축부터, 제품을 통한 에너지 감축, 제품 생애주기(LCA) 자원순환 극대화, 수자원 재활용 등 4대 핵심전략, 이밖에 탄소포집과 대기오염 저감 등까지 전방위적인 내용이 포함됐다. 

먼저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스코프1, 2의 탄소중립을 달성한다고 발표했다. 스코프1은 제품의 생산과정과 연료사용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이고, 스코프2는 사업장의 사용전력, 스팀 등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가리킨다. 

삼성전자는 2021년 기준 1740만톤 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는데, 2019년 1380만톤, 2020년 1480만톤으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로이터는 “전체 배출량 중에서 칩과 부품이 1560만톤으로 90% 가량을 차지하고, 모바일 등 기기 사업은 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참고로 국내기업을 기준으로 볼 때, 철강회사인 포스코(8000만톤)와 현대제철(2200만톤), 발전사인 한전 자회사들, 시멘트회사 등을 제외하면 삼성전자가 그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2050년까지 1740만톤을 줄여야 하는 과제이니만큼 만만치는 않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모바일과 가전 등 DX부문은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하고, 반도체에 해당하는 DS 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탄소중립 목표달성 연도로 잡는 등 투트랙 전략을 썼다. 

스코프1을 감축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효율을 개선한 신기술 개발, LNG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 확대와 전기열원 도입 등을 검토한다. 

전력사용으로 인한 탄소를 줄이기 위해, 그동안 삼성전자의 가입 여부 그 자체로 관심의 대상이었던 ‘RE 100’에도 가입을 확정했다. 해외사업장의 경우 5년 내 RE 100 달성을 명시했는데,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ㆍCISㆍ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목표를 달성한다. 이미 RE 100을 달성한 미국과 중국, 유럽에서는 PPA(재생에너지 직접공급계약)를 확대키로 했다. 

DX부문의 RE 100 달성시점은 2027년으로 잡았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 수밖에 없고, 핵심 반도체사업장이 자리잡은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여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의뢰로 발간한 ‘발전원가 기준 에너지 효율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원가는 kWh당 264.6원으로, 원전 54원보다 5배 비싸다. 미국이나 유럽은 이미 태양광이나 풍력의 발전단가가 화석연료보다 싸다.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2021년 기준 7.5%로, OECD 평균인 30%에도 턱없이 못미쳐 ‘RE 100 2020’ 연례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이 어려운 10개국에 포함됐다. 

로이터 또한 산업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삼성 반도체와 한국의 다른 제조업체들에게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는 경쟁력의 핵심이지만, 지금까지 재생에너지 발전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너무 느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RE 100을 선언하고, 직접 PPA까지 도입된 만큼 국내의 재생에너지 시장에도 규모의 경제가 커지고 발전단가 또한 낮아질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 1월 삼성전자 DX부문장 한종희 부회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미래를 위한 동행’을 주제로 CES 2022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초저전력 반도체, 전력사용 절감 전자제품 개발 

삼성전자는 이번에 스코프3 배출량 목표를 반영하지 않았다. 스코프3란 공급망의 협력업체를 비롯해 임직원 출장, 제품소비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이 배출량만 해도 2020년 기준 1472만톤에 달한다. 삼성전자에서 배출되는 총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 전 과정에서 스코프3까지 감축 목표를 제시한 곳은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저전력 기술확보를 통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목표는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모델 대비 30% 개선이다. 고효율부품(압축기, 열교환기, 반도체) 적용, AI 절약모드 등이 도입된다.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차량 1500여대를 100% 전기, 수소차로 전환한다. 

삼성전자의 전략은 바스프를 비롯한 화학회사, 글로벌 통신회사 등에서 준비해오고 있는 ‘스코프4(Scope4)’ 전략과도 비슷하다. 일명 배출회피(Avoided Emission)이라고 불리는 전략이다.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나 화학소재 등은 모든 제품의 기초가 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저전력 반도체나 저탄소 화학소재를 만들면 결국 이를 이용하는 고객사의 탄소발자국을 줄이게 되는 효과를 낸다. 때문에 이를 온실가스 감축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 SBTi를 비롯한 과학기반감축목표를 제시하는 글로벌 기관에서는 스코프4를 인정하지 않지만, WRI(세계자원연구소)를 비롯한 핵심 기관에서는 관련 논의와 연구가 몇년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향후 스코프3 중장기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협력사 대상 온실가스 감축목표 수립과 이행을 체계적으로 이행하겠다”면서 “삼성 EHS전략연구소가 준비한 탄소 감축성과 인증체제에 참여해 성과를 측정,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탄소감축 인증위원회’를 구성해 객관적인 점검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순환경제연구소 설립…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 적용  

삼성전자는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조직인 ‘순환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장 EU의 재생 플라스틱 의무 사용, 배터리 여권제도 등 규제가 확대되고 흐름에 맞춰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레진(resin, 수지)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갤럭시Z 폴더4에 적용된 폐어망을 재활용한 플라스틱 적용 제품도 확대한다. 

폐배터리의 경우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 현재 50여개국에서 이뤄지는 수거체계를 2030년까지 180여개국으로 확대한다. 중고 스마트폰 회수와 이를 다른 용도로 재사용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도 적극 추진한다. 

삼성전자가 15일 ‘新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사진은 평택사업장 내부에 조성된 연못 모습으로, 삼성전자는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제공

2030년 취수량 2배 늘어도 2021년 수준으로 용수 동결할 것 

최근 글로벌에서 가장 리스크가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수자원’이다.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가뭄과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러한 물부족 문제가 산업에 치명적이 될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예측도 계속 나오고 있다. 특히 반도체산업은 물 부족 문제가 핵심적인 리스크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 반도체 라인 증설로 하루 취수 필요량이 2030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용수 재이용을 최대한 늘려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칩과 부품 부문은 2021년 1억4400만톤의 물을 사용했는데, 이는 전체 1억6400만톤의 88%에 해당한다”고 “반도체 생산 확대에도 용수 사용량은 2021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라고 덧붙였다. DX부문도 수처리 시설 고도화로 용수 재이용을 확대한다. 

이외에 대기와 수질 오염물질 최소화, 폐기물 제로 인증, 탄소포집 및 활용 기술 개발을 위한 탄소포집 연구소 설립,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 등의 다양한 계획을 밝혔다. 

한편, 삼성의 이번 계획에 대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반응이 주목된다. 블랙록은 올 3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에 찬성은 했지만, 이례적으로 투자 스튜어드십 메모를 공개해가면서 탄소중립 전략을 압박해왔다. 경쟁사인 애플이 지난 5년간 탄소발자국을 40% 감축하고, 2030년까지 공급망과 제품 전반에 걸친(스코프3까지 포함한) 탄소중립을 선언한 데 반해, 삼성의 움직임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삼성전자는 흔히 애플과 같은 글로벌 IT기기 제조사와 비교되고, TSMC와 같은 글로벌 반도체 회사와도 비교된다. 하지만 제조를 외주화시킨 애플, 반도체 회사만 운영하는 TSMC에 비해 기기 제조와 반도체 제조까지 모두 껴안고 있는 삼성전자의 탄소중립이 훨씬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연간 5억대의 다양한 제품을 공급하는 방대한 사업 구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김수진 전무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지속적으로 “우리는 직접 제조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도전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결국 우리는 테크놀로지 기업이기 때문에, 기술 개발을 통해 기후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고 제품을 통해 규모의 경제로 임팩트를 내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