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해양환경 NGO…해양오염의 책임 아시아로 돌리던 보고서 철회
미국에 본사를 둔 해양 환경보호단체 오션 컨서번시(Ocean Conservancy)가 아시아 5개 국가가 해양 플라스틱 오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 보고서를 철회했다.
2015년 2월 사이언스지는 육지 폐기물의 관리 잘못으로 해양으로 유입된 플라스틱의 양을 추정해 192개국에 순위를 매긴 논문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 오션 컨서번시는 사이언스지에 기재된 추정치를 바탕으로 맥킨지 등 외부 컨설턴트와 함께 개발한 보고서 'Stemming the Tide'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해양 플라스틱 폐기물의 책임을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베트남 탓으로 돌렸다. 북반구 선진국의 플라스틱 과잉 생산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폐기물 수출입의 영향을 완전히 무시한 것이다. 또한 이 보고서는 소각과 폐자원 에너지화 등을 플라스틱 폐기물에 대한 해결책으로 설명했다.
보고서의 출판 이후 아시아 전역의 수백 개 환경, 보건 및 사회 정의 단체는 “쓰레기 식민주의”라며 비난을 가했다. 쓰레기 식민주의는 선진국이 환경 규제와 그에 따른 높은 비용을 피하고자 폐기물 관리 체계나 환경 규제가 없는 개발도상국에 폐기물을 수출하는 관행을 말한다.
오션 컨서번시 보고서 철회…쓰레기 식민주의 종식의 기회일까
오션 컨서번시는 자신들이 바다에 유입되는 플라스틱의 양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을 사과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의 해결책으로 소각을 옹호한 것을 전면 철회했다.
또한 오션 컨서번시는 성명문에서 플라스틱 쓰레기의 근본적 원인 및 지역사회와 NGO의 업무에 대해 고려하지 못한 오류를 인정했다. 오션 컨서번시는 현재 보고서 'Stemming the Tide'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하며 참조 자료로의 제공 또한 중단했다.
또한 환경단체인 GAIA(Global Alliance for Incinerator Alternatives)와 협력하여 잘못된 보고서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사회에 복구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오션 컨서번시와 GAIA의 합의에는 ▲플라스틱 감축 정책의 우선순위 부여 ▲소각과 폐자원 에너지화 등 잘못된 해결책에 대한 규탄 ▲제로 웨이스트 솔루션으로의 이동 등이 포함됐다.
GAIA와 2000개 이상의 단체로 구성된 환경조직인 '브레이크 프리 프롬 플라스틱(Break Free From Plastic)’은 오션 컨서번시의 사과와 보고서 철회에 대해 "오래 전에 했어야 할 일”이라며 환영했다. GAIA의 아시아 태평양 조정관인 프로일란 그래이트(Froilan Grate)는 “이 전례없는 보고서 철회 사례는 수십 년간 지속된 쓰레기 식민주의를 종식할 기회”이며, “오션 컨서번시가 다른 조직과 정책 입안자들에게 보고서에 유포된 잘못된 이야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울 위치에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temming the Tide'는 미 의회와 환경보호청 등 미국 연방기관에 의해 자주 인용되어 왔다.
GAIA의 국제 조정자인 크리스티 키스(Christie Kieth)는 “보고서에 언급된 아시아 5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해 비난받아서는 안 되며 이러한 책임은 지속적으로 플라스틱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기업에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필리핀 마더 어스 재단의 소니아 멘도사 회장은 "각국은 발생하는 쓰레기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며 '무역'을 가장해 수출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잘못된 솔루션으로 인한 영향..바로 잡아야
오션 컨서번시는 성명에서 "우리는 이러한 기술들이 플라스틱 생산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를 어떻게 지원하고 순환 경제와 탄소 제로로의 이동을 방해하는지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소각과 기타 유사한 기술에 대한 입장을 재고했다. 브레이크 프리 플라스틱에 따르면, 오션 컨서번시 보고서로 인해 소각에 대한 금지규제가 완화됐고 플라스틱 오염 위기에 대해 잘못된 해결책을 안내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소각금지령이 내려진 필리핀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필리핀에서는 폐기물을 에너지로 소각하는 것을 허용하며 소각금지령이 위협받고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폐기물 기반 발전소나 소각로의 개발을 가속화하기 위해 개발에 반대하는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소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한편, 오션 컨서번시는 현재 모든 경제에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재사용하며 더 나은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