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본 트래커, 전세계 화석연료 레지스트리 공개

2022-09-20     유미지 editor
카본 트래커가 화석연료 생산의 첫 번째 공공 데이터베이스인 '글로벌 레지스트리’를 만들어 공개했다./ 카본 트래커

세계의 화석연료 매장량을 다 태우면 3조 5000억 톤의 온실가스가 방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지구 온난화를 허용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지키도록 한 1.5도일때의 배출되는 양 보다 7배 높은 수치다. 

금융시장에 대한 기후변화 영향을 연구하는 영국 비영리 싱크탱크 '카본 트랙커'(Carbon Tracker)와 전세계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적하는 미국 환경단체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GEM)는 19일(현지시각) 각국 석탄·원유·가스의 매장량·생산량·배출량 등을 한데 모은 데이터베이스 개념인 '글로벌 화석연료 레지스트리'를 공개했다고 가디언과 로이터 등이 밝혔다. 

글로벌 레지스트리는 전 세계 석유, 가스, 석탄 생산 및 매장량에 대한 최초의 오픈 소스 데이터베이스다. 이런 종류의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는 이번에 처음 나왔다. 89개국 내 유전과 가스전 등 5만곳에 대한 정보를 다뤘고, 이는 전세계 에너지 생산량의 75%를 아우르는 범위다. 
해당 DB에 따르면, 만약 각국이 현재까지 확인된 화석연료를 전부 추출하고 사용한다면 무려 3조5000억t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산업혁명 이후 누적된 배출량보다 많고,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5도 상승 억제를 기준으로 남아있는 탄소예산의 7배가 넘는다. 탄소예산이란 해당 기후목표를 해하지 않는 선에서 용인 가능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다. 

카본트래커는 "화석연료 생산에 대한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임으로써 남은 탄소 예산에 대한 추출 영향에 대한 이해를 개선하고 궁극적으로 정책 입안자를 비롯한 기업 의사 결정자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세계 여러 나라 중 미국과 러시아는 다른 모든 국가가 화석 연료 생산을 즉시 중단하더라도, 전 세계 탄소 예산을 소비할 만큼 충분한 화석 연료 매장량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의 설립자, 마크 캄파날리/ 카본 트래커

 

카본 트래커 설립자, 기후 변화 정책 "다이어트하지 않으면서 다이어트한다"고 말하는 것과 같아

각국 정부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을 섭씨 1.5도로 제한하는 데 합의했지만 화석연료 임대 또는 추출을 적극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대부분 거부한 상황이다.

카본 트래커 이니셔티브의 설립자 마크 캄파날리(Mark Campanale)는 "정부는 기후 약속과 완전히 동떨어진 석탄에 대해 새로운 허가를 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후 변화 정책은 다이어트를 한다고 점심으로 샐러드를 먹고 사무실로 몰래 돌아가 도넛 한 상자를 뒤적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입안 가득 도넛을 먹고 있으면서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국가와 화석 연료 개발자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가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세계가 4000억톤에서 5000억톤의 온실가스만 더 배출할 수 있다고 추정해 왔다. 그러나 미국만 해도 화석연료 매장량을 통해 5770억톤의 배출량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최초의 기후변화 법안을 주재하고 "인류에 대한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겠다"고 다짐하는 한편, 행정부는 멕시코 만의 광대한 지역을 포함한 석유와 가스 시추에 대한 임대권을 계속 나눠주고 있다.

글로벌 레지스트리에 따르면, 이들 매장량 중 270억톤은 이미 개발 승인된 미국 프로젝트에서 방출될 예정이며 여기에는 332억 배럴의 석유가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러시아는 4900억톤의 온실가스를 방출하기에 충분한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110억톤의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있다. 중국, 인도, 호주도 모두 세계를 기후 붕괴 직전까지 몰아넣을 만큼 충분한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손모빌, BP, 쉘과 같은 회사들이 주도하는 약 200개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가 조용히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픽사베이

각국의 기후 대책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도 문제

각국은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 1.5도 상승을 억제하기로 합의했지만 30년간 국제회의에서는 기후 비상사태의 주요 원인인 화석연료 연소를 실질적으로 줄이겠다는 어떤 약속도 양보하지 않았다. 지난해 글래스고에서 열린 유엔 회담에서 외교관들은 석탄 사용을 중단하는 대신 단계적 감축을 약속했다.

캄파날리는 "국가들은 배출량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화석 연료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배출은 화석연료의 사용에서 비롯된다. 또한 화석연료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 결론을 내릴 때까지는 배출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남은 탄소 예산보다 더 많은 화석연료가 두 배, 세 배, 네 배 더 많이 개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정책이 기본적으로 동기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엑손모빌, BP, 쉘과 같은 회사들이 주도하는 약 200개의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며, 이 프로젝트들은 각각 일생 동안 최소 10억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 회사들 역시 이 분야에 수십억 달러를 계속 쏟아 붓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와 가스 가격이 상승하고 유럽 지도자들이 전 세계에서 가스 수입의 확대를 모색하게 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캄파날리는 "새로운 가스 수입 시설들이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값싼 재생에너지로 대체됨에 따라 기업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발이 묶일 위험이 있다"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포함한 200개 이상의 보건 기구들은 지난주 세계적인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을 요구했으며, 곧 이집트에서 열릴 유엔 기후 회담에서는 활동가들이 국가들에게 광업 임대차 발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