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시멘트 공장의 배출허용기준 초과 1742건 중 행정처분은 ‘0건’...무엇이 문제였나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노웅래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시멘트 공장에서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하는 양의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례는 총 1742건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모두 관련 법규에서 예외조항을 규정하고 있는 특례를 통해 행정처분을 피해 갔기 때문이다.
최근 환경부가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적용하기 위해 시멘트 업계와 협의체를 발족해 논의 중인 가운데, 이러한 예외조항에 관한 논의도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멘트 산업 5~8% 온실가스 배출, 전 세계 시멘트 제조사 합치면 중국과 미국 이어 배출량 3위 국가로 맞먹어
시멘트 산업은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업종 중 하나다. 전 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 중 시멘트 산업에서만 5~8%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다. 전 세계 시멘트 제조 회사를 모두 합쳐 하나의 국가로 치면 중국(22%)과, 미국(11%)에 이어 배출량 3위 국가가 될 정도다. 국내에서도 시멘트 산업은 철강과 석유화학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 업종이다.
대기환경보전법은 시멘트 산업의 과도한 오염물질 배출을 막기 위해 일정한 배출허용기준을 두고 있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실이 한국환경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전국의 시멘트 공장에서 이 기준을 초과해 오염물질을 배출한 사례가 총 1742건이었다. 이는 시멘트 공장의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측정한 먼지(TSP), 질소산화물(NOx), 염화수소(HCI)의 30분 평균 측정값이 배출허용기준을 1742건이나 넘어섰다는 것이다.
오염물질별 초과 건수는 초미세먼지의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이 985건(56.5%)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먼지 524건(30.1%), 염화수소 233건(13.4%) 순이었다. 업체별 초과 건수는 삼척공장이 540건(31.0%)으로 가장 많았으며, 한일시멘트 단양공장 357건(20.5%), 쌍용씨앤이 동해공장 326건(18.7%), 성신양회 단양공장 211건(12.1%), 한일현대시멘트 삼곡공장 126건(7.2%), 쌍용씨앤이 영월공장 78건(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수많은 배출허용기준 초과에도 불구하고 개선명령, 조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내의 ‘배출시설에 대한 특례’ 때문이었다.
특례는 허용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멘트공장 소성시설(시멘트 반제품을 생산하는 가마)의 경우 가동개시·재가동 이후 8시간, 가동중지 이후 2시간 동안은 허용기준을 초과해도 예외로 인정된다. 지난해의 초과 사례 1742건 중에서는 581건(33.4%)이 예외로 인정돼 행정처분을 피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다른 50건(2.9%)은 개선계획서를 제출해 예외로 인정받았다.
한편 나머지 1111건(63.8%)은 예외로 인정되지 않아 ‘실제 초과’로 판단됐지만, 이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은 없었다. 특례에서 ‘초과 사례가 3회 연속 이상 기록되거나 일주일에 8회 이상 확인될 때’만 행정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1742건의 초과 사례 중 행정처분은 단 한 건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노웅래 의원실, "시멘트제조업 부과금 적어 배출 저감 유도 안돼"
이에 따라 배출허용기준이 오염물질 저감을 유도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한 보도자료에서 “행정처분 사례가 드물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부과금이 산정되기 때문에 오염물질 기준의 배출 저감 유도 역할은 유효하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부과금이 시멘트 업체에 충분한 부담을 가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 지난해 시멘트 제조업을 포함한 TMS 측정 사업장 전체에 대해 산정된 부과금은 약 194억5000만원인데, 해당 사업장들 중에서 발전업(7만4765t)에 이은 두 번째 다배출 업종인 시멘트제조업의 배출량(5만138t)은 총량 대비 26% 수준이다.
이러한 배출량 비중에 따르면 지난해 시멘트 제조업의 부과금은 약 50억57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앞서 초과 건수가 가장 많았던 삼표시멘트의 지난해 매출액만 해도 5600억원 이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부과금이 시멘트 업체의 배출 저감을 유도할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을 수밖에 없다.
환경부, 시멘트업계 '시멘트 업종 통합허가 협의체' 발족
환경부,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강화 방침
한편 환경부와 시멘트업계는 ‘시멘트 업종 통합허가 협의체’를 발족해 지난 7월 6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올해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1차 협의체, 내년 7월부터는 2차 협의체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 협의체는 ‘환경오염시설의 통합관리에 관한 법률’이 개정돼 6월 10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시멘트 제조업에도 ‘통합환경관리제도’를 적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과 지침을 논의한다. 통합환경관리제도는 오염물질 다배출사업장의 배출시설과 관련한 10종의 환경 인허가를 하나로 통합해 오염물질 배출 저감 및 기업의 자율관리체계를 유도하는 제도다.
특히 환경부는 위 협의체에서 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을 이전보다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아무리 허용기준을 강화하더라도 대기환경보전법의 특례와 같은 예외조항이 여전히 존재한다면, 결국 통합환경관리제도 하에서도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질적인 배출 저감 효과를 가지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해당 협의체에서는 예외조항의 적용 범위에 관한 논의가 심도 있게 이루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환경부는 2003년과 2007년, 2010년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특례를 개정하면서 시멘트 제조업의 오염물질 배출 규제를 완화해왔다. 기존에는 4시간이었던 소성시설의 가동개시·재가동 이후 초과배출 가능 시간을 2003년에는 6시간으로, 2007년에는 8시간으로 늘렸다. 2010년에는 냉각시설의 가동중지 이후 초과배출 가능 시간을 기존 2시간에서 6시간으로 연장했다. 이러한 전례에 따르면 이번 협의체에서도 예외조항의 적용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관련해 노웅래 의원은 “환경부가 배출기준을 강화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1700여건 기준치를 위반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라며 “기준치를 초과해 배출된 미세먼지가 동해·삼척, 단양·제천 등 시멘트 공장 인근 주민들의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즉각 전수조사하고, 배출 예외기준을 최소화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병희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김병희 청년기자(유세이버스 15기)는 연세대학교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환경정책과 그린워싱, ESG 경영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정부의 올바른 정책, 기업의 올바른 경영, 소비자의 올바른 인식을 통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