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로레알, 와인업계까지 플라스틱 제로에 '올인'
프랑스 정부, 2040년까지 일회용 포장 사용 금지하는 법률 시행... 로레알 2025년까지 모든 제품 친환경 패키징, 재생종이 와인라벨, 비스킷 컵까지 등장
친환경이 전세계적으로 보다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탄소중립(Net zero) 만큼이나 주목받는 것이 플라스틱 제로(Plastic Zero)다.
현재 인류가 철기시대를 지나 플라스틱 시대에 살고 있다는 지적처럼, 생활 곳곳에 플라스틱이 사용되지 않는 곳이 없다. 국제학술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 1950년부터 65년 동안 인류가 사용한 플라스틱 양은 약 83억 톤에 이른다고 한다. 한번 버려지면 500년 이상 썩지 않는 플라스틱 폐기물은 단지 9%만 재활용될 뿐이고, 나머지는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뿐만 아니라, 안토니우 구테흐스 (Anto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이 "바다에 있는 미세 플라스틱 양은 은하에 있는 별보다 많다"고 공개 지적했듯이, 이는 인간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다.
플라스틱 문제가 생태계의 위협으로 다가옴에 따라, 국제사회를 비롯해 국가, 산업 차원에서 플라스틱 저감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제품 포장에서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을 거부하는 의미에서 국내 온라인상에서 활발히 펼쳐지고 있는 ‘스팸’ 뚜껑 반납 운동이 증명하듯, 국가와 기업을 넘어 일반 시민들까지 플라스틱 제로 책임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플라스틱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지만, 그중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국가 중 하나가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로 변수가 발생했지만, 예정대로 ‘순환경제 법률’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률은 2040년까지 일회용 포장 사용 금지를 규정하고, 2021년 1월부터 시장에 출시되는 플라스틱 양을 감소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프랑스 정부의 적극적인 플라스틱 저감 정책에 발맞추어 산업계에서도 플라스틱 제로 움직임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 가장 활기를 띠고 있는 분야가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로한 ‘착한 패키징’이다.
로레알, 2025년까지 모든 제품에 친환경 패키징 목표
프랑스에 본사를 둔 화장품 업계 1위 로레알은 제품 포장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인지하고 10년 전부터 혁신적인 친환경 패키징 연구를 수행해 왔다. 이 가운데, 작년 10월 프랑스 화장품 용기업체인 알베아(Albéa)와 협력하여 개발한 종이 튜브형 화장품 용기를 공개했다. 또한, 로레알 브랜드 중 하나인 라로슈포제(La Roche-Posay)는 화장품 업계 최초로 65%가량 종이로 만들어진 용기를 사용한 선크림을 출시했다. 더 나아가, 로레알은 최근 덴마크 종이 제조 업체인 파보코(Paboco)와 협력하여 식물성 섬유로 만든 종이 병을 공개했다. 이 종이 병을 사용한 제품이 2021년부터 자사 브랜드인 키엘(Kiehl’s)과 라로슈포제에서 출시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로레알은 2020년까지 모든 신제품을 친환경 패키징을 사용해 출시할 예정이며, 2025년까지 모든 제품의 패키징을 100% 재활용할 수 있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업계, 라벨부터 포장까지 친환경 패키징
사실 프랑스에서 로레알보다 앞서서 착한 패키징을 출시한 곳은 주류, 특히 와인 시장이다. 1772년에 설립된 샴페인 생산업체 뵈브 클리코(Veuve Clicquot) 이미 2013년부터 감자 전분으로 만든 친환경 샴페인 상자를 공개해 사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를 더 발전시켜 샴페인 제조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잔류 포도 분말을 종이에 혼합한 샴페인 상자를 출시해, 내구성 측면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유기농 와인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와인에 사용되는 패키징 또한 친환경으로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프랑스 와인 생산업체인 비녜롱 아르데슈(Vignerons Ardéchois)는 올 초 첫 유기농 와인을 선보이며, 와인에 사용되는 라벨을 100% 재생 종이로 만들어 부착했다. 이 라벨은 특수공법으로 제작되어, 기존 라벨과 비교했을 때 나무 3800그루를 절약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을 35% 감소시킬 수 있다고 예상된다.
프랑스 스타트업도 착한 패키징에 동참
따시오페, 먹을 수 있는 커피잔 개발
착한 패키징 열풍은 프랑스 스타트업에서도 불고 있다. 2018년 프랑스 환경부는 플라스틱 컵은 연간 4억7300만개가 버리지고, 이중에서 1%만이 재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에 접근하기 위해, 스타트업 따시오페(Tassiopée)는 사용 후 먹을 수 있는 컵을 발명했다.
따시오페(Tassiopée)의 먹을 수 있는 컵은 비스킷으로 만들어지며, 뜨거운 온도에서 녹거나 모형 변형이 없도록 개발되었다. 특히, 커피와 초콜릿은 물과 기름처럼 서로 섞이지 않는다는 성질에 착안해, 컵 내벽을 초콜릿으로 코팅하여 커피를 본연의 맛 그대로 즐길 수 있게 했다. 커피를 다 마신 후, 비스킷까지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다.
프랑스 글로벌 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착한 패키징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들도 이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지난 5월, 데이터 분석 회사인 스타티스타(Statista)가 프랑스 18세 이상의 1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친환경 소비습관’에 대한 조사에 따르면, 약 95%의 응답자가 친환경 소비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은 패키징이 구매 결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자 수가 85%로, 상위 3개국 중 독일과 영국보다 더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