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근거로 투자 결정 어렵다" 펀드매니저들의 답변은
자산 관리자의 절반 가까이가 ESG를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산운용사 중 43%는 최근 1년 동안 환경, 사회, 거버넌스를 기반한 투자 결정을 내리지 못한 것이다. 자산관리자들은 지속가능성에 대한 타당성을 입증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자 컨설턴트사인 레딩턴(Redington)이 유럽(16%), 영국(38%), 미국(44%)의 122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관리자 중 43%가 최근 1년 동안 ESG 관점에서 투자 결정을 내린 예시를 제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35%는 ESG를 확실한 근거 삼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는 1년 전 26%보다 증가한 숫자다.
응답자의 57%만이 ESG의 부정적인 성과에 대한 출구 전략이 있다고 답했다. 레딩턴사는 “ESG 정책과 프로세스에 대해 투자자들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여전히 행동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연기금 같은 대형 투자기관은 투자 관리자에게 넷제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한 축에서 감독 당국은 더 많은 정밀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자산관리자들은 이 과정에서 ESG가 그린워싱이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유럽 에너지 위기로 화석연료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일부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화석연료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감행하기도 했다.
레딩턴사는 이런 압박이 움직임으로 변하기 위해선 보수 정책과 ESG 성과를 연동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보수 정책을 지속가능한 투자 지표와 연계한 기업의 비율은 지난해 70%에서 올해 62%로 감소했다.
다만 ESG를 투자 결정 시 참고하는 움직임은 뚜렷했다. 주식 관리자의 78%와 고정 수입 관리자의 84%가 투자 시 ESG 요인을 고려했다고 답변했다.
레딩턴사의 닉 새뮤얼스 리서치 책임자는 “기후위기, 생활비 위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금융시스템, 사회 및 지구 간의 상호 연결성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며 “현장에서 투자 관행을 바꾸는 것은 매우 중요하며, 실제 결과를 위해 행동까지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6일 서스틴베스트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유가 상승 및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화석연료 및 무기 업종이 부상하면서 이를 배제하거나 투자비중을 낮추는 ESG 펀드에서 자금이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상반기 국내 ESG펀드 동향을 분석한 ‘ESG펀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ESG 펀드 순자산 규모는 7조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8% 감소했으며, 약 2836억원의 자금 유출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ESG 테마투자 전략과 주주관여 전략을 사용하는 ESG 펀드로는 순유입세가 지속됐다. 친환경 기술 관련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환경 테마 펀드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고, 액티브 펀드 중에서는 가치주 비중이 높은 펀드들이 성과를 냈다. 2022년 상반기 말 국내 ESG펀드는 총 127개로 전년 말 대비 11개가 추가되기도 했다.
서스틴베스트는 “2021년부터 유럽과 미국에서 ESG펀드 '그린워싱'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는 가운데 파리협정 연계 벤치마크(PAB)와 기후 전환 벤치마크(CTB) 등 해외 펀드시장에선 기후 벤치마크가 등장하기도 했다”며 “파리협약 목표와 투자 활동을 일치시키려는 기관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ESG 펀드 시장이 성숙해지고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올초 우크라이나 전쟁이 변곡점이 되면서 ESG 회의론이 제기됐지만, ESG 투자의 장기적 성격과 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ESG펀드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