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전기요금으로 약품생산 중단 위기에 처한 유럽 제약사

2022-10-04     홍명표 editor
메디슨 포 유럽의 홈페이지

유럽 제약회사들이 치솟는 전기요금 때문에 일부 값싼 제네릭(generic) 의약품의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정부 당국에 에너지 위기 심화에 따른 가격 재책정을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제네릭 의약품 산업의 로비 단체인 메디슨 포 유럽(Medicine for Europe)는 제네릭 매출 1위인 이스라엘 테바(TEVA)를 비롯, 스위스 노바티스(Novartis)의  제네릭 부문 산도스(Sandoz), 독일의 프레제니우스 카비(Fresenius Kabi) 등은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에너지 및 보건장관들에게 공개 서한을 보냈다. 

 

"비특허 의약품, 국가 지원에 포함되게 해달라" 요청

EU의 27개 에너지 장관들은 유럽의 에너지 위기 완화 조치들에 대한 합의를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열고 있으며, 화석연료 회사들에 대한 횡재세 부과가스가격 상한제를 논의했다.

유럽연합 에너지 장관들은 30일(현지시각), 위기에 처한 사람들과 기업을 돕기 위해 횡재세(초과이윤세)를 부과해 1400억달러(약 200조9000억원)를 모금하자는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합의했으나, 휘발유 가격 상한제는 합의하지 못한 채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서한에 따르면, 유럽의 일부 제약공장의 전기가격은 10배 올랐고 원자재 가격은 50~160% 올랐다고 한다. 이들은 서한에서 "제약 산업은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한 EU의 움직임에서 면제되어야 하며, 제약사의 전력소비가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해달라"며 "특히 비특허 의약품(off-patent medicines) 부문이 국가 지원에 포함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로비 그룹인 메디슨 포 유럽은 국가 보건당국에 약품가격을 보다 유연성 있게 해달라고 청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의 라트비아 공화국의 대변인은 복제약 업계 로비그룹으로부터 서한을 받았음을 확인하고, 다만 이러한 조치들은 지금까지 특정 제약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제네릭(복제약) 및 약품원료 제조업체인 메디켐(Medichem SA)의 CEO인 엘리자베스 스탬파(Elizabeth Stampa)는 “에너지 비용 상승의 직간접적인 영향 때문에 3~5개 제품의 생산을 중단할 수도 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메디슨 포 유럽의 총괄이사 아드리안 반 덴 호벤(Adrian Van Den Hoven)은 로이터에 "에너지 비용 상승이 약품 가격에 압력으로 작용해서 제약사에 타격을 주고 있으며 시장이 더욱 공급 중단과 제품 부족으로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 덴 호벤 총괄이사는 "높은 에너지 비용 때문에 의약품의 가격이 고정되어 있는 유럽에서 필수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사의 마진을 모두 갉아 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로비그룹에 따르면 복제약은 유럽의 모든 조제 의약품의 약 70%를 차지하며, 이들 중 상당수가 감염이나 암과 같은 중병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고, 유럽의 의약품 비용의 29%를 차지한다고 한다. 

에너지 비용의 급등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유럽의 의약품 생산을 늘리고 이 지역을 자급자족할 수 있게 만들려는 노력을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현지 분석이다. 또한, 중국의 코로나 19 봉쇄 조치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류와 원자재 공급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 비용 지난해보다 7배나 비싸"

한편, 약품 공급 부족은 자금난에 시달리는 의료 시스템에서 가장 효율적인 업체만 살아남는 유럽의 비특허 복제약 부문에서 1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병원용 표준 주입제는 살균을 위해 가열 및 냉각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약물 중 하나다. 흔히 사용되는 항생제와 치료용 호르몬의 발효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반 덴 호벤은 로이터에 말했다.

메디켐(Medichem)의 스탬파(Stampa)는 "에너지 비용의 상승으로 운송료 인상에서부터 폐기물 처리업체들이 비용을 30% 더 청구하는 것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스탬파는 올해 연례 검토로 인해 영향을 받는 약이 어떤 것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제품이 단계적으로 폐기된다면 제약사의 고객들은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까지 약 6~12개월의 시간이 주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지주사들은 지난해 항생제 링거, 혈액 희석제, 정신분열증 치료제 등 비특허 제품으로 1억1000만 유로(약1552억원)의 매출을 올려 테바, 비아트리스 등 복제약 회사에 판매했다. 스탬파 CEO는 "일부 비특허 처방 안약이 껌보다 싼 유럽에서 생산 비용을 고려하여 약값을 지수(index)로 만드는 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 제약산업협회의 마르첼로 카타니(Marcello Cattani) 회장은 "에너지 비용이 지난해보다 7배나 높다"며, "더 이상 비싼 비용을 전가할 수 없다. 의약품의 생산과 이용 가능성에 대한 부정적인 위험이 매우 크다"고 로이터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