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정책 힘입어 기후 기술 투자 기반 마련한다

중국 2060 넷제로 목표 맞춰 기후 기술에 자금 조달 이끈다

2022-09-30     양윤혁 editor
중국정부가 2060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기후기술에 대한 투자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Gettyimagesbank

중국 시진핑(Xi Jinping) 국가주석은 유엔(UN)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정점을 찍고 오는 2060년까지 넷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지난 2020년 9월 22일 발표했다.

이후 중국에선 국가 목표에 맞춰 기후 기술 부문에 자금을 투입할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각) 그린비즈가 보도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GHG) 배출의 약 30%를 차지하는 중국이 체제 전환에 나서면 전 세계 기후시장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그린비즈는 예측했다. 

 

중국 하이테크(High-tech) 산업, 변곡점 맞이했나

기후 기술 전문가는 2020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연설이 중국 산업의 전환점이 됐다고 분석한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이자 비영리단체인 뉴에너지넥서스(New Energy Nexus)의 중국지부 야푸 자오(Yafu Zhao) 대표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탄소 중립을 약속한 이후 중국 벤처투자자들이 기후 기술에 관심을 보인다”며 “좋은 기회를 놓칠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ESG 매체인 그린비즈를 통해 밝혔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UN연설이 산업 구조 개혁의 전환점이 됐다고 분석한다./ NewEnergyNexus China

그린비즈에 따르면, 중국의 전통적인 기술 기업은 중국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중국 규제 당국은 2020년 11월, 글로벌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Alibaba)의 계열사인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의 기업공개(IPO)를 막았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독점이나 부의 불평등 등 사회문제를 억제한다는 이유로 새로운 규칙과 벌금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은 중국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그린비즈는 분석했다. 실제로 앤트파이낸셜에서 IPO를 시도한 이후 약 12개월간 중국의 주요 인터넷 및 기술 기업 다수가 포함된 항셍테크 지수는 25% 이상 하락했지만, 신재생에너지 관련주로 구성된 CSI 신에너지지수는 100% 급등했다. 

 

중국 친환경발전기금, 지속가능한 운송에 큰 비중

상장기업 정보 플랫폼인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중국의 벤처투자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펀드인 세쿼이아 차이나(Sequoia China)의 최근 몇 달간 거래가 크게 늘었는데, 주로 기후 기술 관련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그린비즈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쿼이아 차이나는 11건의 기후 기술 거래에 참여했다. 전체 거래의 약 15%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쿼이아 차이나는 지난 5년간 기후 기술 관련 투자 가운데 절반을 지속가능한 운송에 집중했다.

민간 벤처캐피털(VC)뿐만 아니라 정부 기금은 기후 기술 투자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그린비즈는 분석했다. 특히 중국 최대 VC인 선전 캐피털 그룹(Shenzen Capital Group)은 중국 선전성 정부와 협력해 에너지 저장소와 지속가능한 운송 관련 기업에 투자했다. 선전성은 ‘중국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고 그린비즈는 밝혔다. 중국 중앙정부도 약 130억달러(약 18조6000억원) 규모의 친환경발전기금(National Green Development Fund)을 설립해 친환경 철강 등 분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한다. 

중국 최대 규모의 VC인 선전 캐피털 그룹. / ShenZhen Capital Group

중국의 정책 변화, 전 세계 움직인다

그린비즈는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국의 참여를 필수적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은 지난 2020년 기준 전 세계 GHG 총배출량의 약 30%를 차지했는데, 이는 미국의 배출량보다 약 10% 이상 많은 수치다. 중국의 GHG 배출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의한 선진국의 배출량도 앞질렀다.

한편 중국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2060년 넷제로 목표가 다른 국가와 비슷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UC 버클리 대학의 댄 카멘(Dan Kammen) 교수는 “2060년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중국의 정책은 영향력이 크다”며 “중국 산업이 석탄 집약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2060년 목표는 미국의 전략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그린비즈는 중국이 신재생에너지 전환의 전 세계 최대의 투자자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에서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에선 중국을 ‘세계 저탄소 투자성장의 엔진’이라고 칭했다. BNEF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저탄소 기술에 약 7550억달러(약 1082조원)이 투입돼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그중 중국의 자금이 약 2660억달러(약 381조 원)으로, 전체의 약 35%를 차지했다. 

 

미·중 경쟁, 기후 기술 개발 앞당길 것

기후 위기와 별개로 에너지 관련 기술은 국가 안보 및 경제적 독립에도 영향을 미쳐 중요하다고 그린비즈는 분석한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5년 '메이드 인 차이나 2025(Made in China 2025)' 계획과 함께 10대 핵심전략산업을 발표했다. 10대 핵심전략산업에는 신재생에너지, 에너지 절감 차량, 에너지 장비 등이 포함됐다. 

미국 접근법도 중국과 유사하다고 그린비즈는 분석했다.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으로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등 친환경 기술 관련 기업에 약 3000억달러(약 430조원) 규모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미국과 동맹국 내에 공급망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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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원연구소(WRI)의 먀오(Miao)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에게 산업정책에 관한 교훈을 얻은 것 같다”며 “중국은 서방으로부터 민간 자본을 활용하는 방법을, 서방은 중국으로부터 국가정책으로 산업을 지휘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평가했다.

기후 기술 분야와 함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의 미·중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뉴에너지넥서스의 자오 대표는 “반도체 분야는 기술적 독립이 중요하다”며 “신재생에너지 역시 에너지 독립성 측면에서 중요한 기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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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경쟁이 기후 기술의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그린비즈는 예측했다. UC 버클리 대학의 카멘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상호 보완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며 “미국은 대학과 국립 연구실 시스템이 뛰어나고 중국은 확장에 능숙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