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와 파업, 설탕 생산량 감축의 상관관계
프랑스에 닥친 에너지 위기가 설탕 공급까지 막아서고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면서다.
지난 30일 프랑스 최대 설탕 제조기업 테레오스(Tereos)는 설탕 생산량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테레오스는 설탕 비트를 설탕과 에탄올로 가공하는 공장으로 운송하는 농부들에게 연료를 조달하는데, 토탈 에너지사의 파업으로 석유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프랑스 노총 CGT와 포스 오브리에르(Force Ouvriere)는 지난 20일 유럽 지역 인플레이션 상승과 관련해 토탈 에너지·엑손모빌 등 정유사와 임금 협상을 벌인 뒤 파업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하루에 24만 배럴을 생산하는 토탈 에너지 노르망디 곤프레빌 정유공장은 3일째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장 폐쇄 단계에 직면했다. 라메데, 페이진, 플랜더스 정유공장도 파업 중이다. 엑손모빌 정유사 2곳도 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파업으로 프랑스 내 에너지 공급은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최근 몇 달간 에너지 부족 상태였는데, 이번 파업으로 정제유 공급과 조달까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공장은 프랑스 내 석유 공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CGT 엑손모빌 지부는 “파업이 끝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석유업계 뿐 아니라 운송, 소매, 교육 부문 노동자가 대거 파업에 참여하면서 혼란은 더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생활비에 위기가 왔다며 임금 상승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이번 대선에서 마크롱 대통령 공약인 연금개혁과 65세 정년 연장 추진을 중단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1100유로(약 154만원) 상당의 최저 연금을 상승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CGT, FSU 등 3개 주요 노동조합은 "최저연금을 2000유로까지 올리고 주당 32시간 노동과 함께 정년을 60세로 낮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 통계 경제 연구소(Insee)에 따르면 8월 생활비가 전년 동기 대비 5.9%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노조는 최저임금을 시간당 11.07유로에서 15유로 총액으로 인상하고, 매월 최소 2000유로의 연금 지급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CGT 필립 마르티네즈 노조위원장은 “이 나라에서 생활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임금이 인상되어야 한다”며 “실업자가 너무 많은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하는 건 청년세대에게도 중장년층에게도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설탕 제조기업은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설탕 생산은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산업 중 하나다. 보통 9월 중순에서 2월 초 사이에 집중적으로 가동하는데, 러시아로부터 가스 수입이 막히면서 겨울 가동이 어려운 상황에 놓인 것이다.
프랑스 정부까지 올 겨울 에너지 규제를 실시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테레오스와 크리스탈 유니온은 올해 생산 개시를 일주일 앞당기겠다고 했다. 크리스탈 유니온은 “에너지 규제에 대비해 한겨울 공장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 1월에는 중형 공장 1곳만 가동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파업으로 인해 석유 공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테레오스는 “이번주 토탈 에너지로부터 석유 공급이 중단되면서, 생산속도와 생산률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위기로 설탕 가격은 상승하고 있다. 런던 설탕 선물가격은 공급이 우려되면서 2개월째 사상 최고치를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유럽 설탕 생산자들이 겨울철 에너지 위기를 피하기 위해 조기 생산을 개시하면서 올해 설탕 생산량이 줄어들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