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O 50%, SEC 기후 정보 공개 반대... CNBC 조사결과

2022-10-04     박지영 editor

미국 CNBC 조사에 따르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절반 이상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 규칙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FO들은 “기후 데이터와 재무제표 간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며 ESG의 기세에 관한 규제당국과 자산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표한 것이다.

CNBC가 5월~7월 21명 CF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5%가 "SEC의 기후 규칙에 반대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35%는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응답 대상에는 포춘(Fortune) 500대 기업 CFO가 44% 포함됐으며, 그 중 절반은 포춘 100대 기업의 CFO다.

CFO들은 기업에 영향을 미치는 SEC의 기후 공개 제안 등 ESG 규제에 불만을 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FO는 주요 외부 위험 요인 중 과잉 규제를 항상 걱정하는데, 기후 데이터와 재무제표 간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규제가 늘어나는 건 과잉 규제라는 것이다. 

전 SEC 회장이자 다국적 로펌 설리번 앤 크롬웰의 선임 정책 고문인 제이 클레이턴은 SEC의 규제에 대해 “투자자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는 희망을 가지고 기후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건 공개 의무를 제안하는데 있어 드문 접근 방식”이라며 CFO의 우려를 뒷받침했다. 

클레이턴은 “SEC는 기업의 탄소 배출량 공개에 대해 탄소가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 비즈니스와 가장 관련성 높은 기후 요인을 설명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부동산 회사나 손해보험사의 경우 현재 탄소 배출량보다 향후 수십 년 동안 기온 및 해수면 상승으로 받을 수 있는 피해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미 기후 공개의 중요성이나 ESG의 광범위한 가치가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기후 정보 공개 비용을 장애물로 간주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세계 최대 기관 자산 운용사 중 하나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에일린 머리 전 공동 CEO는 “지금은 너무 당연해진 신용 노출도 공개를 둘러싸고도 (한때) 걱정이 기대보다 앞섰다”며 “ESG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만약 신용 노출을 관리할 정책과 절차, 인력이 없었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경쟁사보다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됐을 것”이라며 “만약 기업이 기후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ESG에 참여하지 않는 경영진이 있는 경우, ESG에 신경 쓰지 않은 비용도 기업에 청구될 수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CFO 45%도 "ESG 배제하는 주 정부 움직임 찬성"

ESG 투자자들은 정치권으로 번지는 논란 때문에 다소 불편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주지사들이 블랙록과 같은 기업에서 주식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인들이 동의하지 않는 ESG 요소를 바탕으로 투자를 한다는 이유에서다. 텍사스 주, 웨스트버지니아 주, 플로리다 주 등에서는 주 자금 관리나 새로운 주 사업 계약에 ESG 친화적인 자산관리자가 입찰하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디즈니사는 플로리다주의 성적 정체성 교육 금지 법안을 금지하다 주지사로부터 특별세 지위를 박탈당한 바 있다. 

CNBC 설문조사에 따르면 CFO들도 이런 흐름에 찬성하고 있다. 45%는 "ESG 요소를 사용해 국가 연기금 사업을 금지하는 주 정부의 움직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0%는 "중립적"이라고 답한 반면 25%만이 "이런 움직임에 반대한다"고 했다. 5%는 강력한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ESG를 지지하는 대규모 인덱스 펀드 매니저가 투자 흐름을 지배하면서, 기업 입장에서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볼 수 있다. ESG와 함께 주주 제안과 주주 투표에 조명이 쏟아졌는데, 이 과정에서 기업을 위협할 수 있는 요구가 쏟아져 나오면서다.

ESG 투표에 앞장섰던 블랙록은 '패스 스루 투표(path-through voting)'라고 불리는 과정을 통해 대리 투표(proxy voting)에서 자사의 영향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고, 지배하고 있는 주식을 기본 고객에게 다시 투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관련기사: 블랙록, 이젠 ESG 지원 안하나?…주주제안 지지 절반 이상 철회

이런 흐름에 ESG를 주창했던 투자자들도 다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를 내건 임팩티브 캐피털의 로렌 테일러 울프 공동 창업자는 “우리는 수익 없는 ESG는 지속 가능하다고 믿지 않는다”며 “위험 조정 측면에서 ESG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SG 연구 비영리단체 저스트 캐피탈의 마틴 위태이커 CEO도 “ESG를 포괄적으로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표적인 예로 ESG 등급을 언급했다. 그는 “ESG 등급을 누가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기본 데이터에 대한 표준 메트릭과 검증도 없기 때문에 일종의 블랙박스 같다”며 “ESG 커뮤니티에서도 많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도 “자본과 비즈니스 세계를 선의를 위한 힘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선 시장에 더 많고, 더 정확한 데이터가 도입돼야 한다”며 ESG의 필요성에 대해서 언급했다. 

ESG를 전 세계적으로 알린 블랙록 또한 정치적 공격의 대상이 되면서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ESG가 ‘요크(Woke) 자본주의’라는 주장은 일축했다. 그러면서도 최근 주주에게 보낸 연레 서한에선 “탄소 집약적인 자산을 공공 시장에서 프라이빗 시장으로 옮긴다고 해서, 또는 전체 부문에서 철수한다고 해서 전 세계가 제로(0) 상태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며 “블랙록이 정책적으로 석유·가스 기업의 분리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Trend Insight】이해관계자 자본주의 & 오크(woke) 자본주의 논쟁

다만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에일린 머리 전 공동 CEO는 ESG 논의 방향에 대해선 “우려스럽다”고 평했다. 그녀는 “ESG는 승리를 위한 것이 아닌 진보를 위한 것이지만, 지금 ESG에 대한 논의는 매우 양극화되어 있다”며 “솔루션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