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 81% "차별 없다"는데...여성 직장인 10명 중 7명 "차별존재"

고용노동부,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 발간 최근 간접적, 누적된 차별 늘어

2020-09-15     박지영 junior editor

'승진에 유리천장이 존재한다(64.3%)'

'여성 관리자 임명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다(44.7%)'

'여성에 대한 편견이 있다(31.3%)'

'휴직 후 인사상 불이익이 걱정된다(44.3%)'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여성 직장인 300명과 기업 인사 담당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여성 직장인은 10명 중 7명이 회사생활 전반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하다고 느낀 반면, 기업의 인사담당자 81%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답했다. 기업 내 양성평등이나 일·가정양립 관련 제도가 속속 도입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소할 수 없는 장벽이 아직 존재한다는 얘기다.

여성직원은 느끼고, 인사 담당자는 느낄 수 없는 미묘한 차별은 어떻게 드러날까. 고용노동부는 지난 9일 ‘고용상 성차별 사례집’을 발간하며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래 그간의 법원 판결, 인권위 결정 등 59개 사례를 소개했다.

고용노동부는 “직접적인 차별로 드러났던 과거에 비해 최근에는 간접적으로, 또는 누적된 차별로 바뀌고 있다”며 “고용상 성차별 문제는 다른 노동분쟁에 비해 수면위로 드러나는 경우가 적어 참고할 선례가 부족하다”며 사례집을 발간한 이유를 밝혔다.

 

‘여성’만을 채용해도 차별

여성이 다수인 직장에서 특정 성별을 우대하는 것도 ‘비합리적’

퇴사 압박 넣는 조직 분위기도 차별에 해당

고용 과정에서 여성만을 뽑는 것도 차별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법기관의 답은 ‘그렇다’이다.

A검진센터는 업무 특성상 여성 간호사만 채용할 것이라며 남성의 이력서 접수를 거부했다. 검진센터는 “위·자궁 내시경 및 자궁암 검진을 주로 해 남성보다는 여성 간호사가 적합하다”며 고객의 선호를 내세웠지만, 인권위원회는 이를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신체가 노출되는 치료를 받는 여성 환자들이 남성 간호사를 꺼릴 수는 있으나 업무 재배치, 부서 이동 등으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고객의 선호는 차별의 이유로 많이 주장되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차별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D항공사는 객실 승무원 채용과정에서 여성은 사내공모와 공개채용을 병행해 채용한 반면, 남성은 공채 일반ㆍ전산ㆍ기술직 직원 중 사내공모를 통해 채용했다. 인권위원회는 이 또한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남성에게 이중 채용과정을 부여해, 남성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이다. D항공사는 “여성이 남성보다 섬세하고 친절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서비스 업무에 적합하다”고 했지만, 인권위는 판단근거가 없다고 봤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 업무는 여성에게만 요구되는 업무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직군에 대한 편견 또한 보이지 않는 차별에 해당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다수인 집단에서 남성을 우대한 것도 차별에 해당했다.

A여자고등학교는 2006년도 교과목 담당 교사를 배치하면서 일부 교과에 남성을 우선 배정했다. 같은 교과를 담당하는 여교사는 배치 상 순번이 밀려난 것이다. A여자고등학교는 “등하교 지도를 위해 남교사가 다수 필요했다”고 밝혔지만, 인권위원회는 “등학교 지도 등을 남교사가 더 잘한다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어렵다”며 차별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한 당시 교내 남·녀 교사 성비는 3대7이라 남교사를 우대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었지만, 인권위는 “단지 다양성 확보만을 위해 특정집단을 우대하는 것은 차별 해소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교내로만 따지만 남성 비율이 적지만, 교장ㆍ교감 등 고위관리직엔 남성이 많아 성비불균형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에게 불합리한 조직의 관례나 관습도 차별의 요소로 인정됐다.

C방송사는 결혼을 앞둔 계약직 여직원에게 “결혼하면 퇴직하는 것이 관행”이라며 퇴사를 종용했다. 인권위원회는 “명시적인 규정엔 없더라도 퇴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결혼퇴직 관행이라면 차별에 해당된다”며 실체가 있음을 증명하기 어려웠던 조직의 분위기 또한 차별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송홍석 고용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고용상 성차별을 인지하고 판단하는 일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차별적 현실 개선 요구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며 “근로감독관이나 사업주ㆍ근로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