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기후 리더십, 정보 공시와 활용에 달렸다...KoSIF 세미나
기업이 기후변화 대응의 주요한 주체로서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4일 ‘기업의 기후 리더십 활성화를 위한 투자 데이터 활용 혁신’ 세미나를 열고 이 질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을 들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이 부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정보 공시를 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자인 원종현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과 크리스틴 차우 HSBC 글로벌 스튜어드십 총괄은 투자자 입장에서 정보의 활용을 설명했다. 아야코 노미즈 UN PRI 클라이밋 액션 100+ 매니저와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팀장은 투자자에게 어떤 기업 정보를 제공하는지에 대해 소개했다.
김태한 KoSIF 수석연구원은 패널 토론에서 “RE100은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대응에 기업의 목소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며 “기후 정책도 정부가 주도하고 기업이 따라가는게 아니라, RE100의 사례처럼 기업이 장기적인 시야에서 목소리를 낸다면 정책에 기업 의견이 더 빠르게 반영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투자자, 수탁자 책임 이행을 위해 ESG 공시 정보 활용
원종현 국민연금 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은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가입자로 보고, 수탁자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서 기후위기 문제를 중요하게 보며, ESG는 이를 수행하기 위한 좋은 도구”라고 말했다.
원종현 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이 ESG를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착한 투자를 하기 위함보다는 중장기 성장 면에서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보기 때문”이라며 “국민연금은 인덱스 투자를 활용하므로 투자 상품을 쉽게 매매할 수 없으므로 장기 수익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투자 포트폴리오 구성이 전기·전자 41.3%, 화학 10.2%로, 인덱스 투자를 하고 있다. 원 전문위원은 “기업이 ESG를 잘하든 못하든 국민연금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하므로, 장기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 주주 관여 활동이나 대화로 ESG 경영을 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주주 관여와 대화는 기업이 공시한 정보에 기반한다. 원종현 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은 기업의 공시 자료를 활용한 ESG 평가 등급이 있고, 이를 관여 활동과 대화에 사용하고 있다”며 “석탄 산업처럼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에도 투자 배제뿐만 아니라 공정한 전환을 도와 가입자의 이익을 어떻게 지킬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틴 차우 HSBC 글로벌 스튜어드십 총괄은 “스튜어드십은 기업, 협회, 싱크탱크, 정책 입안자, 규제 당국을 포함한 생태계의 여러 이해관계자와 대화하여 장애물을 해결하는 것을 말하며, 관여 활동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차우 총괄은 스튜어드십이 이해관계자와 가치를 창출하고 최신 트렌드를 공유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공시를 통해 투명성과 시장 효율성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전했다.
차우 총괄은 “기후 외에도 인권, 다양성, 평등, 포용성이라는 다양한 테마를 다루며, 정책 연구를 위해 인플루언스맵의 점수를 참고한다”고 전했다.
HSBC는 기업이 어떤 협회에 가입했고, 그 협회가 앞서 언급한 테마에 어떤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차우 총괄은 “감사자료나 회계 자료도 확인하는 등 생태계 전체의 영향을 파악하려고 하므로 기업은 글로벌 가치 사슬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클라이밋 100+, 넷제로 목표와 행동의 간극 설명
아야코 노미즈 UN PRI 클라이밋 액션 100+ 매니저는 “클라이밋 액션100+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여서 기업의 기후 활동을 촉구하는 이니셔티브”라고 소개했다. 클라이밋 액션 100+는 현재 가입 기관이 700곳으로 운용자산은 68조달러(9경 7104조원)가 넘으며, 166개 기업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미즈 매니저는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를 통해 기업 기후 행동의 진척 수준을 파악하고 있다”며 “거버넌스, 행동, 공시에 관한 10가지 지표와 조정 평가를 통해 기업 행동을 상세하게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클라이밋 액션 100+는 기업의 넷제로 목표 수준, 목표와 행동의 간극을 분석한다.
노미즈 매니저는 “166개 기업을 지난 3월 평가한 결과 70%가 전체 혹은 부분적인 2050 넷제로를 약속했으나, 실제 행동으로 잘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미즈 매니저는 파리 기후 협약에서 약속한 기후 목표를 자본 할당에 반영하지 않은 기업이 95%라고 부연했다.
그는 “넷제로 기업 벤치마크는 공시 자료를 바탕으로 하므로, 기업의 정보 공개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플루언스맵, 기업과 협회의 기후정책 지지도 분석
장유나 인플루언스맵 팀장은 “인플루언스맵은 기업의 정책관여 활동을 분석하며, 이를 ‘직접 활동’과 ‘간접 활동’으로 구분하여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인플루언스맵은 2015년 설립된 기후변화 싱크탱크로 런던에 본사를 두고, 뉴욕, 도쿄, 서울, 시드니에 지사를 설치했다. 인플루언스맵은 기업 400곳과 산업협회 200곳의 최신 정보를 매주 업데이트 한다.
인플루언스맵은 철저히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을 진행한다. 인플루언스맵은 정책 제안은 하지 않고 기업이나 산업협회가 기후 정책에 반대하는지 여부를 추적한다.
장 팀장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공개되는 정보와 CDP에 공개하는 정보의 일치성, 정부와의 대화, 최고 경영자의 발언에 대해서도 조사하며, 평가에 대한 증거들은 항목별로 모두 공개한다”고 설명했다.
장유나 팀장은 “인플루언스맵이 오늘 ‘한국 기업의 기후 정책 활동 온라인 플랫폼’을 론칭했다”며 “포브스 2000 목록에서 기업 규모와 국가온실가스관리시스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고려하여 15대 기업과 산업협회를 대상으로 분석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장 팀장은 “플랫폼에서 기업과 기업이 속한 산업협회가 기후 정책에 어떻게 관여하고 있는지에 대한 점수를 비교해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정책에 대한 산업계의 입장과 기업의 기후변화 목표 및 정책을 모두 확인할 수 있으며, 정책을 클릭하면 관여 활동 개요와 산업계 트렌드도 함께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나 팀장은 “최근 한국은 기후 정책과 리스크 인지 등 정보를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인플루언스맵의 평가는 공적 자료를 중심으로 하므로 공시의 질이 좋아질수록 점수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