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 두고 찬반 엇갈려
정부의 시장 개입 유효성에 의문 제기, 취약계층 보호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유럽연합(EU)의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국가가 시장에 개입해 천연가스의 가격을 제한하는 ‘가스가격 상한제’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고 지난 4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를 두고 EU 일부 국가에선 충분한 에너지 수급을 방해한다며 반대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선 국가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횡재세 등 세금을 활용해 최빈층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EU집행위원회는 전력 생산에 필요한 가스의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4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에너지난에 대응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가스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U의 각 정부지도자들은 가스 가격 상한제 도입을 두고 브뤼셀에 모여 오는 6일(현지시각) 논의할 예정이다. EU의 에너지 집행위원인 카드리 심슨 (Kadri Simson)은 “다음 조치는 회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러시아 침공사태 때문에 급등한 가스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가스 가격 상한제, 내부서도 반발 나와
심슨 집행위원은 두 가지 선택지를 설명했다. 첫 번째는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인 TTF(Truck To Ship)와 관련해 유연하게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심슨 집행위원은 “EU가 TTF에 대한 기준 가격을 설정하는 동안 진행될 일시적인 조치”라고 밝혔다.
두 번째로는 EU 차원의 프레임워크를 출시해 가스 수요를 낮추고 전력 생산에 사용될 가스의 가격을 제한하는 방안이다.
심슨 집행위원은 지난 4일 유럽의회 회의에서 “EU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시행한 발전용 가스 가격 상한제를 참고할 수 있다”며 한편 “이베리아 반도에만 가스관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유럽 전역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U 회원국 가운데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12개국은 지난주 모든 가스 도매 기업에 가격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유럽의 최대 가스 구매국인 독일과 네덜란드는 반대하고 있다.
셸 CEO, 횡재세 부과는 취약계층 돕기 위한 것
글로벌 석유기업인 셸(Shell)은 EU가 시장에 직접 개입하기보다 세금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셸의 CEO인 벤 반 뷰어든(Ben van Beurden)은 지난 4일 에너지회의에서 “EU는 기업에 부과한 세금으로 취약계층이 에너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가스 가격 상한제로 시장에 개입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약 40년간 셸에서 근무한 뷰어든은 내년 1월에 CEO직에서 고문으로 물러날 예정인데, 현재 유럽의 에너지난에 정부가 시장 교환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뷰어든 회장은 “유럽의 가스 시장에 의미 있는 개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해결책은 정부의 개입이 아니라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뷰어든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과 시장 변동성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든다고도 말한 바 있다. 뷰어든은 “정부는 최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는 기업에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EU 회원국은 지난주 에너지 기업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승인했다. 영국은 지난 5월 석유· 가스 기업에 횡재세를 도입했고, 지난 9월에는 가계와 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약 1,000억 파운드(약 161조 원)의 보조금을 배정했는데, 재원은 석유 기업에 대한 부담금이 아닌 차입하는 방식으로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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