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그루 탄소뱅크 ④】 토양 탄소 흡수 가이드라인 LSRG…테스트 기관으로 선정된 푸른아시아
몽골의 사막이 숲으로 바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 (사)푸른아시아가 20년 동안 한 일이다. 온실가스는 나무가 아니라 토양에 대부분 저장된다. 나무는 탄소를 땅에 쌓아두고 가두는 '탄소뱅크'다. 특히 사막에 나무를 심으면 땅이 비옥해지고 탄소를 더 많이 격리시킨다. 푸른아시아가 시작한 '10억 그루 탄소뱅크' 캠페인은 탄소흡수원으로서의 나무와 토양을 다시 보기 위한 캠페인이다. 임팩트온은 푸른아시아의 캠페인을 시리즈로 짚어볼 계획이다./ 편집자 주
세계자원연구소(WRI)는 2021년 7월 GHG프로토콜에 기반한 ‘토양 부문과 제거 이니셔티브’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는 토양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및 제거에 관한 회계와 공시 방법론을 담고 있다.
이 방법론은 LSRG(Land Sector and Removals Initiative Guideline)라고 부른다. WRI는 2019년 토지 이용 및 이용 변화에 대한 가이드라인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50개국에 걸쳐 정부, NGO, 학술 및 연구기관, 컨설팅 기관의 417명에게 설문조사를 돌렸다.
응답자의 4분의 3은 새로운 지침이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지침은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토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과 제거에 대한 실측값을 수집하여 신뢰도를 높인다. 파일럿 테스트는 테스트 기관에 의해 실행되는데, 국내에서는 비영리단체 푸른아시아가 유일하게 포함됐다.
온실가스 측정부터 보고까지…토양 부문 가이드라인 LSRG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온실가스 측정은 IPCC 가이드라인도 있고, 다양한 측정 기관이 있는데 문제는 보고다”라며 “측정은 나라마다 측정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통일된 보고 기준이 필요하고 GHG프로토콜이 이 기준을 제시하기 위해 지침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GHG프로토콜은 주제별 가이드라인 마련에 대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토지 이용과 토지 이용 변화에 대해 새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많았다. 응답자의 88%가 토지 이용과 이용 변화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온실가스 인벤토리가 있는 응답자들은 토지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과 제거 및 격리를 계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토지 이용과 토지 이용 변경을 계산하지 않거나, 이와 관련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77%와 84%로 나타났다. 가이드라인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게 계산하지 않은 주요 이유로 꼽혔다.
GHG프로토콜은 가이드라인에 대한 수요를 반영하여 LSRG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LSRG는 토지 부문 이슈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하여 제작된게 특징이다.
LSRG는 토지 부문의 배출, 제거 및 격리 유형을 제시하고, 스코프 1,2,3에 대한 회계 방식을 제시한다. 가이드라인은 바이오 에너지와 바이오닉 제품 생산자와 소비자를 위한 지침, 크레딧 및 인증서의 구매, 판매, 신고 방법도 포함한다.
가이드라인 적용 위해 ‘파일럿 테스트’ 실행
WRI는 사무국, 자문위원회, 기술 워킹 그룹, 검토 그룹, 파일럿 테스트 그룹을 구성해 LSRG 초안을 만들고 있다.
사무국은 WRI와 세계지속가능발전기업협의회(WBCSD)의 전담 인원 5명으로 구성되어, 전체 가이드라인 개발 과정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자문 위원회는 프로젝트의 목표와 방향에 대한 전략적 지침을 제공하고, 회의에는 1년에 2~4회 참석한다. 기술 워킹 그룹은 격주로 전화로 회의에 참여하며, 한달에 5~10시간을 자료 준비와 검토에 사용한다. 검토 그룹은 기술 워킹 그룹이 만든 지침 초안을 검토하고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한다.
파일럿 테스트 그룹은 지침 초안을 현실에서 구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 그룹은 지침 초안의 강점과 약점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한다. 테스트 그룹은 지침이 실제로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실제 사례 연구를 통해 뒷받침하고, 워킹그룹이 이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수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파일럿 테스트는 약 300개 정도가 진행되고 있다.
WRI는 테스트 그룹을 구성할 때 다양한 부문과 지리적 위치를 대표하는 조직으로 구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그룹은 파일럿 테스트 기관과 지원 기관으로 구분된다. 테스트 기관은 22년 9월 7일 기준 103곳, 지원 기관은 22년 6월 24일 기준 57곳으로 집계됐다.
파일럿 테스트 기관은 글로벌 해운회사 머스크, 식품기업인 카길, 제너럴 밀스, 네슬레, 펩시코, 이케아의 모기업인 잉카 그룹, 에너지 기업인 셸, 드렉스, 토탈 에너지, 생필품 기업인 유니레버 등이 있다. 푸른아시아(Green Asia Network)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이 그룹에 참여했다. 지원 기업에는 카본 트러스트, 딜로이트, ERM, 베라(Verra) 등이 참여하고 있다.
테스트 기관에 선정된 푸른 아시아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2015년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명의 토지상(Land for Life Award)을 수상할 정도로, 토양 부문에서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고 있는 비영리단체다.
생명의 토지상은 유엔총회에서 1994년 채택된 사막화 방지협약을 기념해 2012년부터 매년 6월 17일 ‘세계 사막화 방지의 날’에 수여하는 상이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 및 사막화 방지 활동에 기여하는 정부, 기업, 민간단체, 개인 등을 선정해 발표하는 상으로 사막화 방지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푸른아시아는 몽골과 미얀마의 사막화 지역에서 생태 복원 활동을 오랜 기간 진행했다. 몽골의 아르갈란트 솜이라는 지역은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던 황무지였으나, 푸른아시아가 2016년부터 산림 조성 사업을 실행하여 생태계 복원에 성공한 바 있다.
오기출 푸른아시아 상임이사는 “사막화 문제는 국제 사회의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야 하므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작년에 국내 한 지방자치단체가 GHG프로토콜 스탠다드로 감축한 사례를 인정해달라고 WRI에 신청했다”라고 말했다.
오 상임이사는 “WRI가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온실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시작하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몽골, 중앙아시아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감축 및 공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테스트 그룹에 참여했다”고 덧붙였다.
푸른 아시아는 파일럿 테스트 기관이자 검토 기관으로 LSRG에 참여하고 있다. 푸른 아시아는 지원 기관에 대한 선정 권한을 갖는다. 오기출 상임이사는 “지원 기관으로 선정되면, LSRG를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사항에 대한 정보를 받아볼 수 있다”고 전했다.
푸른아시아, 한국과 몽골에서 파일럿 테스트
푸른 아시아는 LSRG 2차 안을 바탕으로 몽골과 한국에서 테스트를 진행한다. 오 상임이사는 “과학자들이 지난 8월 몽골에서 이산화탄소, 아산화질소, 메탄 등이 토양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얼마나 축적되는지를 측정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사막화된 몽골 지형에서 2007년부터 숲을 조성했고, 현재에 이르러 토양의 온실가스 감축 및 저장 능력이 얼마나 상향됐는지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는 국립 세종 수목원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진행한다. 이 수목원은 논 65헥타르를 숲으로 탈바꿈한 사례이다.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은 이 지역의 온실가스 배출 및 흡수량에 대해 측정하고 있었다.
한수정은 지난달 1일 측정과 보고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진행하기 위해 푸른아시아와 협약을 맺었다. 오 상임이사는 “논은 메탄을 1헥타르당 9톤 정도를 발생시키는데, 이 자리에 나무를 심음으로써 배출량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GHG프로토콜에 맞게 측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오 상임이사는 “경북 영천의 금호강은 하천 직선 공사로 인해 주변이 척박한 땅이 됐었으나, 2006년부터 NGO들이 힘을 모아 생태공원으로 만들었다”며 “금호강변 생태공원도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를 측정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