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기후 피해액 증가로 탈석유·가스 나선 재보험사

2022-10-09     박지영 editor

세계 최대 재보험사인 뮤닉 리가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에 신규 투자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넷제로 보험동맹(NZIA)으로 맺어진 유럽의 재보험사 스위스 리와 하노버 리, 스콜 또한 석유 및 가스 투자를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뮤닉 리는 내년 4월부터 신규 유전과 가스전,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석유 채굴 미드스트림 단계에 사용되는 인프라 개발에 투자하거나 보증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석유·가스를 주 사업으로 취급하는 기업에는 주식과 회사채를 활용한 신규 직접투자도 중단한다. 다만 새로운 가스관, 액화천연가스 플랜트, 가스화력발전소는 투자 중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유럽의 재보험사인 스위스리, 하노버리, 스콜 또한 지난해 6월부터 석유, 경우에 따라서는 가스까지 신규 투자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올해 논란이 된 동아프리카 원유 파이프라인 프로젝트에 보증을 서지 않으며, 원유 파이프라인을 인수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다.

재보험사 스콜, 스위스리, 뮤닉 리, 스콜사의 탄소감축 로드맵 

스위스리는 재보험사 최초로 석탄 관련 사업에 대한 보증을 중단하기로 선언한 바 있다. 이후 2030년까지 OECD 국가에서 열탄에 대한 보증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밝혔다.

하노버리는 2022년 중반 이후 새로운 석유 및 가스전 탐사 및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와 미드스트림 개발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신규로 투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2022년 이후에는 새로운 유전 및 가스전에 보증을 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3년까지 석유 및 가스 출구전략을 개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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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은 2023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유전 프로젝트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했다. 단 2050년 넷제로를 선언한 석유 프로젝트는 투자 가능하다.

캠페인 단체인 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에 따르면, 뮤닉 리의 결정에 따라 세계 재보험 시장의 43%가 석유에 대한 보증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상기후와 자연재해가 비즈니스에 가장 큰 타격을 미치는 업종은 보험사다. 뮤닉 리는 2021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손실액 2800억달러(약 399조원) 중 1200억달러(약 171조원)를 보험사들이 부담한 것으로 추산했다. 스위스리는 자연재해로 인한 2022년 상반기 전 세계 예상 보험 손실액을 380억달러(약 49조원)로 추산했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지불한 자연재해 손실금이 지난 10년 동안의 평균 손실액보다 22%나 많은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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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슈어 아워 퓨처(Insure our Future) 린제이 키넌 유럽 조정관은 “뮤닉 리의 결정은 보험업계와 에너지 회사들이 파리협정에 맞춰 사업을 조정하지 않을 경우 보험 가입이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이 정책은 재보험사들이 이제 기후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스에 대한 보다 과감한 조치까지 나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석탄은 주로 엄격한 정책의 대상이 되는 반면 석유와 가스 정책에는 유보적인 관점을 취하면서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35개 재보험사가 석탄 관련 프로젝트에 대한 보증을 제한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한화그룹 6개 보험사와 DB손보, 현대해상, 흥국화재와 롯데손보 등도 석탄 관련 신규 사업의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반면 석유와 가스에 국내 보험사들이 투자한 금액은 7조2830억원 상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