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국부펀드, 녹색 채권으로 30억달러 조달 이유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30억달러(약 4조2750억원) 규모의 녹색채권 조달에 성공한 데 이어, 드물게 100년 채권 클럽에 과감히 합류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각) 밝혔다.
사우디아라비아 공공투자기금(PIF)의 첫번째 윤리적 금융시도인 이번 녹색채권은 수익금을 재생에너지 등 녹색 프로젝트에 재원을 조달하거나 재융자, 투자 등에 사용할 전망이다.
이번 사우디 공공투자기금은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주도하에 이뤄진 '사우디 비전 2030 이니셔티브'의 중심에 있다. 이 이니셔티브는 석유 중심의 사우디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계획이다. 지난해 10월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탄소 순환 경제 접근법을 통해 2060년까지 넷제로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발표했다. 그 목표에 따라 PIF는 탄소 포집 기술에 수십억 달러를 배정했다.
성명에 의하면, PIF의 녹색 투자에는 재생 에너지, 에너지 효율, 지속 가능한 물 관리, 오염 방지와 관리, 녹색 건물, 깨끗한 교통 등의 녹색 프로젝트가 포함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네옴(Neom)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미래형 친환경 도시 건설계획과 함께,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루시드 그룹에 대한 투자도 포함돼있다. 홍해 인근 사막 2만6500㎢에 지어지는 네옴시티는 서울의 44배 규모로, 메사추세츠 크기의 땅을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파하드 알사이프 PIF 글로벌 캐피털 파이낸스 부문 책임자는 “이번 채권 발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강력한 지지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변화시키는 데 있어 PIF의 주도적인 역할과 이러한 변화가 제공하는 광범위한 녹색 및 지속 가능한 투자 기회를 반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사우디 공공투자펀드(PIF)는 만기가 5년, 10년, 100년인 달러 채권을 판매했다.
사우디 국영 통신에 따르면 이번 녹색 채권은 3가지로 발행돼 8배 이상 청약 초과됐다. 주문액은 240억 달러를 넘어섰다. 채권 구성은 ▲5년 만기, 12억5000만달러(약 1조7812억원) 5% 이자율 ▲10년 만기, 12억5000만달러(약 1조7812억원), 5% 이자율 ▲100년 만기, 5억달러(약 7125억원), 5.375% 이자율 등이다.
PIF에 따르면, 5년 만기 채권은 미 국채보다 1.25%포인트, 10년만기 채권은 미 국채 대비 1.65%포인트 높은 수익률로 가격이 매겨졌으며, 100년만기 채권은 미 국채 대비 6.7%포인트로 가격이 매겨졌다.
특히 이번 사우디 PIF의 국채 발행은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선 데다, 올해 블룸버그 글로벌 총 채권 지수의 수익률이 마이너스 19%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나와 주목을 받았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의 디노 크로폴은 “녹색 채권 발행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역에 반가운 소식”이라고 전했다. 레피니티브 자료에 의하면, 녹색 채권 발행액은 2012년 23억달러(약 3조2775억 원)에서 지난해 5115억달러(약 729조원)로 급증했다.
특히 100년 만기 채권 발행으로 눈길을 끌었다. 현 사우디아라비아 왕국은 1932년에 세워졌고, 아직 100년이 채 되지 않았다. 각 국 정부의 100년 만기 채권 발행은 1996년 중국이 1억 달러를 조달하면서 시작됐고, 이듬해 필리핀 중앙은행이 그 뒤를 이었다. 2010년대 아르헨티나, 멕시코, 오스트리아 등이 초저금리를 고정했다.
세그레기 데르가체프 유니온 인베스트먼트 프라이빗폰즈(Union Investment Privatfonds) 펀드매니저는 “100년 만기 채권의 발행은 분명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며, “특히 장기간 투자자를 위한 흥미로운 선택”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