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가격 반영한 탄소회계 솔루션 필요해...‘그린 비즈니스 위크 2022’서 각계 의견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정책에 탄소 가격을 반영해야 하며, 이를 측정하는 탄소회계가 중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2일 국회수소경제포럼이 주최한 ‘그린 비즈니스 위크 컨퍼런스’ 메인 세션 발제자로 참석한 정내권 반기문 재단 이사(前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한국이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를 시장가격에 반영했을 때 경제성장과 고용창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중요한 문제"라며 단계별 탈탄소 미래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소비자가 탄소 가격을 지불하면 탄소의 잠재가격이 시장에 반영되고, 이를 기반으로 세제 개혁을 한 후에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 이사는 소비자 참여와 탄소회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10년 내 전기가격을 2배 인상해도 괜찮은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48%가 찬성, 45%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탄소 가격을 지불하기 위한 캠페인이 필요하고 기업은 탄소 잠재가격을 회계에 도입하는게 ESG 경영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LCA와 탄소회계 강조
이어 귀도 소네만(Guido Sonnemann) 보르도대학 화학과 교수는 ‘EU와 프랑스의 탄소중립과 산업 탈탄소화’에 대해 발표하며, 전과정 평가(LCA, Life Cycle Assessment)가 탈탄소화를 달성하기 위한 첫 번째 축이라고 주장했다. 소네만 교수는 “LCA는 자원과 제품의 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의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측정’이라는 면에서 탄소회계라는 큰 그림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소네만 교수는 “LCA는 과학에 기반하여 가장 효과적으로 탈탄소화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라며 “LCA는 제품에 국한하여 적용됐었지만, 바이오 연료나 해상수송 등 다양한 탄소발자국을 측정하여 탄소 집약적 활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기술이 탄소회계를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앨러스테어 마르케 블록체인과 기후 연구위원회 사무총장은 블록체인 기술로 LCA 정보를 측정, 보고, 검증(MRV, Measurement, Reporting, Verification)할 수 있다고 전했다. 마르케 사무총장은 “블록체인은 거래를 처리하는 기술로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계좌정보와 지급정보 업데이트할 수 있어 전 세계 공급망 관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마르케 사무총장은 “블록체인과 사물인터넷(IoT), AI는 신흥기술의 트로이카(황금 삼각형)이며, 이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라며 “이 세 가지로 글로벌 공급망 관리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AI가 플라스틱과 금속 정보를 추적할 수 있으며, 시장에 유통되는 제품의 친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으므로 지속가능한 경제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마르케 사무총장은 “이런 경제 매커니즘에서는 전과정이 모니터링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LCA와 기후변화 대응, 지역 단위의 해결책도 필수
LCA는 국가뿐만 아니라 지역 단위에서도 정보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도 제안됐다.
송재령 녹색기술센터 선임연구원은 “기후변화는 하나의 주체가 이뤄낼 수 없는 문제이며, 정부뿐만 아니라 대중,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기후 기술 공공외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 기후 문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역에 ‘비즈니스 스마트 스쿨’을 세우고 학생들이 기후전문가들의 교육을 받고 ICT로 기후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관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손민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IPCC 제6차보고서(AR6)에 기반한 지자체 지속가능성 평가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손민수 연구원은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시나리오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면서 “지자체 단위의 지속가능성목표(SDGs) 정책 평가, 녹색기술 적용 시 산업별 영향을 측정하는 도구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토마스 오헬 체코 팔라키대 연구원은 지역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오헬 연구원은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로 이뤄진 ‘비세그라드 그룹(Visegrad Group)’을 창설하고 기후기술 R&D 투자와 개도국 지원을 실행하고 있다.
오헬 연구원은 “유럽 기업 2200곳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10억유로를 벌었는데, 기후투자가 40% 줄었고, 맥킨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가별 R&D 투자 격차가 계속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스타트업 ‘BD솔루션’을 창업하여 자연자본을 활용한 ‘퍼머컬처’를 전파하고 있다. 퍼머컬처는 식량 안보와 기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기후 문제 대응에서 소외되는 사람을 보호하자는 문화이다. 오헬 연구원은 “말레이시아의 소도(小島)인 피낭섬 주민은 식량난과 환경파괴로 인한 물 부족 문제를 겪는데 농약과 화학비료,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퍼머컬처 농업 기술을 가르쳐줘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설명했다.
캘빈 추아 SUTD 교수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18㎢(제곱키로미터) 규모의 뉴타운 조성했다. 뉴타운은 이전에 공항 부지로 이용하다가 싱가포르 동부의 창이공항이 새로 지어지면서 빈 부지가 됐다. 추아 교수는 “도시는 41%가 녹지와 물로 이뤄져 있고, 활주로가 있던 자리를 통풍로로 만들어서 열섬현상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추아 교수에 따르면, 도시에는 활주로를 물류 통로로 사용하여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를 가능하게 했고, 폐기물 처리장과 폐기물을 에너지화하는 옴니프로세서, 태양광 발전단지를 설치하여 도시의 에너지 시스템을 마련했다. 그는 “이 지역은 1966년 싱가포르가 도시화하기 전에는 바람이 잘 불고, 수로와 플랜테이션이 있던 마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도시 디자인에 반영했다”며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은 그 지역의 역사적 정보를 잘 아는데서 나온다”고 부연했다.
옌스 오펠트 RWE 아시아 대표는 “RWE는 204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세웠으며 이를 위해 우선 2030년까지 500억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펠트 대표는 “RWE는 풍력 발전 단지를 북미와 남미, 아시아 시장에서 규모를 확장하고 있는데, 현지 관계자들과의 파트너십이 필수”라고 말했다.
오펠트 대표는 “환경 문제 뿐만 아니라 다양성과 포용성을 포함한 기업의 책임을 다하려고 하며, RWE는 지역사회를 대화의 상대로 보지 않고, 지역사회의 일부가 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