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란희의 TalkTalk】세일즈포스 탄소배출권 시장 진출의 의미
글로벌 대표적인 CRM기업 세일즈포스가 탄소배출권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 어떻게 보셨나요?
이미 세일즈포스는 탄소배출량과 에너지사용량 등을 클라우드에서 추적,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CRM 서비스인 ‘넷제로 클라우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탄소회계 및 CRM 서비스를 하는 기업은 세일즈포스뿐 아니라 SAP, 페르세포니 등이 많고, 국내 대기업들도 이러한 자체 탄소배출량 내부관리프로그램을 구축한 곳들이 제법 있습니다. 최근에는 MS까지 이 경쟁 대열에 가세해, 세일즈포스의 강력한 경쟁자가 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워싱턴의 레드몬드사가 기업 SaaS서비스로 ‘MS 지속가능성 클라우드(Cloud for Sustainability)’를 선택해 세일즈포스를 위협하는 MS를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세일즈포스가 이번에 출시하는 배출권거래플랫폼 ‘넷제로 마켓플레이스(Net Zero Marketplace, netzero.salesforce.com)’는 매우 다른 서비스입니다. B2B(BtoB)를 넘어, B2B2C, B2C까지 확장하는 탄소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탄소시장에 어떠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지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이 자발적 탄소시장을 주목하는 플레이어들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많다는 점입니다.
세일즈포스의 90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 주목
세일즈포스는 왜 자발적 탄소 거래시장에 뛰어들었을까요? 시장이 10배, 아니 100배까지 커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넷제로를 선언한 글로벌 다국적기업만 해도 5000개가 넘습니다. 2050년까지 각 나라에서는 탄소중립을 하기 위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재설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해도 6억8000만톤 가량(2018년 기준)을 줄여야 합니다. 2030년까지 40% 이상 줄여야 하니, 2억6000만톤에 달하는,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 산업계 전체가 한꺼번에 문을 닫아야 가능한 양 만큼의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빌게이츠는 줄기차게 “탄소 제거와 같은 획기적 기술이 있지 않으면 어렵다”고 투자를 늘려가는 겁니다.
어쨌든, 10년 안에 수많은 기업들은 자체적으로 탄소를 줄이거나 그것도 모자라면 외부에서 줄인 탄소를 사와야 합니다. 외부에서 탄소를 감축하고 받은 인증서, 이를 ‘탄소감축 크레딧’ 혹은 줄여서 ‘크레딧’이라고 부릅니다. 산림 보존, 풍력발전 단지 구축, 태양광 단지 구축 등을 대규모로 하고 이를 규제시장(유엔 CDM기구)이나 자발적시장(베라, 골드스탠다드)에서 인증받은 크레딧을 사는 겁니다. 문제는 이 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까다로워 개별 기업들이 스스로 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크레딧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확인하기도 어렵고요.
이를 세일즈포스가 대행해주겠다는 겁니다. 이번에 세일즈포스와 함께 창립파트너로 참여한 탄소 크레딧 개발기관들은 모두 쟁쟁한 곳들입니다. 이미 글로벌 다국적기업들과 함께 오랜 기간 탄소상쇄를 위한 개발프로젝트 경험이 많은 곳들이지요. 클라이밋임팩트 파트너스(Climate Impact Partners), 클로벌리(Cloverly), 룬(Lune), 파차마(Pachama), 레스피라 인터내셔널(Respira International) , 사우스폴(Southpole) 등입니다. 일단 90개 프로젝트가 10월에 오픈된다고 하니, 어떤 프로젝트가 올라오게 될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탄소 크레딧의 품질이 핵심 관건, 돌풍일까 미풍일까
여기서 중요한 건 당연히 '탄소크레딧의 품질'이겟지요. 인공위성을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지 않는 한, 아프리카 A국가에서 시행한 조림 프로젝트의 탄소 감축량을 정확히 산정하기란 쉽지 않을 테니까요. 그만큼 크레딧의 신뢰 문제는 이 비즈니스의 본질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세일즈포스는 크레딧이 믿을만 한지에 대한 평가는 실베라(Sylvera), 캘릭스 글로벌(Calyx Global) 등의 탄소 등급 측정기업이 맡을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전 세계는 지금 자발적 탄소시장이 활성화될 것을 대비해, 관련 기준과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고 초안도 이미 나와있습니다. 이 초안에 대해 기존에 자발적 시장에서 핵심역할을 하던 베라와 골드스탠다는 불만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고요.
세일즈포스의 탄소거래 플랫폼이 활성하되면, 반드시 탄소 크레딧의 품질 이슈 또한 시끌시끌해질 시점이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어쨌든 국내에서도 팝플, 아오라를 포함해 몇몇 곳에서 세일즈포스와 거의 유사한 형태의 자발적 탄소거래 플랫폼이 만들어졌거나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자발적 탄소시장 표준 작업을 위한 준비도 한창이라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국내에선 아직 시장이 너무 초기단계라, 제대로 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를 갖추지 못하면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었을 때를 한번 상상해볼까요. ‘에너지 프로슈머(prosumer)의 시대가 온다’는 말처럼, 이제 우리 회사 공장 지붕의 태양광 시설로 전기를 생산하고 남으면 이를 ‘탄소감축 크레딧’으로 판매해서 돈을 버는 구조가 되겠지요. 10년 전쯤 출장을 갔던 독일에선 실제로 일부 커뮤니티에선 탄소 크레딧 팔아서 돈을 벌고 있더군요. 세일즈포스에서는 에너지 생산자들을 ‘에코프러너(ecopreneur)’라고 부르며, 이들을 발굴하는 영상 시리즈를 내고 있습니다. 임팩트온에서 보도한 블록파워가 가장 첫 사례로 등장하니, 영상을 한번 보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정말로 ‘탄소가 돈이 되는’ 세상이 되는 겁니다. 너무 먼 미래일까요? 세일즈포스의 움직임이 미풍일지, 돌풍일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임팩트온 위클리 뉴스레터(1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뉴스레터를 구독하시려면,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08274를 눌러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