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탐사대】친환경 해외 패션 브랜드 3사, ESG 경영 수준은?
MZ세대가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읽고, 직업 선택과 소비에 ESG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자주 들린다. 재단법인 기후변화센터는 '그린워싱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ESG에 관한 모니터링을 하는 대학생 기자단을 꾸렸다. 임팩트온은 기후변화센터와 협력해 청년 기자단을 직접 멘토링하고, 이들이 작성한 기사를 보도한다.
세계에서 가장 심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 2위로 패션 산업이 선정된 이래로, 환경에 대한 패션 산업의 책임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린피스는 청바지 한 벌을 만드는 데 이산화탄소 32.5kg가 배출된다고 밝혔으며, 유엔(UN)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패션 산업이 전세계 탄소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해외 패션 브랜드들은 2019년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G7 패션협약의 파트너로 나서며 발 빠르게 ESG 경영에 나섰다.
해외 패션 브랜드들의 ESG 경영, 어느 수준까지 왔나
패션 산업의 ESG 경영은 다양한 판단 지표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친환경 이미지를 악용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이 등장하는 시기에 명확한 정보와 표준화된 지표는 소비자들의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해외 패션 브랜드의 ESG를 평가하는 지표로는 대표적으로 3가지가 있다. 하나는 패션 투명성 지수(Fashion Transparency Index)로, 패션 산업의 투명성 제고를 목표로 하는 패션 레볼루션(Fashion Revolution)이 발표하는 지수다. 또 하나는 세계적인 패션 미디어 기업인 비즈니스 오브 패션(Buisness of Fashion, BoF)가 발표하는 패션 지속가능성 지수(Fashion Sustainability Index)다. 3번째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가 공개하는 지수다.
모든 지표에서 순위가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ESG에 관련된 여러 지표에서 각각 높은 순위를 차지한 3개의 패션 브랜드들의 ESG 경영 현황에 대해 분석했다.
패스트 패션의 대표 주자 H&M, 이제는 ESG 대표 주자로
패션 산업이 기후 문제의 주범으로 불리게 된 원인은 바로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대량으로 유통하는 ‘패스트 패션’에 있다. 대량으로 옷을 만들고 구매되지 못해 버려지는 옷들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H&M은 이러한 패스트 패션의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그러나 2020년 ESG에 기초를 둔 패션 투명성 지수(Fashion Transparency Index)에서 250개 브랜드 중 유일하게 지표 만족도 70% 이상을 기록하며 1위를 달성했고, 2021년 역시 68%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실제로 2019년부터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표하며 ESG 경영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H&M은 스코프(Scope) 1, 2, 3을 줄이고자 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스코프 1은 기업의 화석 연료 사용 등으로 인한 직접 배출, 스코프 2는 전기, 열 사용을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 스코프 3은 운반, 판매, 폐기 등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의미한다.
H&M은 스코프 1, 2를 줄이기 위해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RE100에 가입해 2021년 실제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95%까지 높이고 2030년까지 100%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항공 운송을 32% 가량 줄여 스코프 3까지 줄이고 있다. 그 외에도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이용하고 플라스틱 패키징을 줄이는 방안을 이용하고 있다.
H&M은 2021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스코프 1, 2, 3의 총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56%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H&M은 2021년 스코프 1과 2 배출량이 총 5만78톤(tCO2e)으로 2019년 대비 22% 감축했으며, 스코프 3 배출량이 7742킬로톤(ktCO2e)으로 2019년 대비 9% 감축했다.
H&M이 강조하는 감축 성과는 2019년을 기준점으로 삼고 있지만, 스코프 3는 사실상 전년도인 2020년에 비해서 6% 증가했다. 2020년의 배출량은 코로나의 영향으로 불명확한 정보라고 설명되어 있지만, 스코프 3 배출량까지 명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2022년 지속가능성 지수 1위 푸마, Scope 3 감축을 목표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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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패션 미디어 기업인 비즈니스 오브 패션(Buisness of Fashion, BoF)은 2022년 패션 지속가능성 지수(Fashion Sustainability Index 2022)에서 가장 지속가능적인 브랜드로 푸마를 선정했다. 푸마는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기업을 인증하는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서도 A-등급에 선정되기도 했다.
푸마는 연간 보고서를 통해 1.5℃ 시나리오에 맞춰 탄소 배출을 줄여나가려는 목표를 드러냈다. 이를 위해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100% 재생 가능한 전기로 전환하고, 핵심 공급 업체의 재생 에너지 사용을 확대하는 전략을 드러냈다. 푸마는 스코프 1과 2의 경우 위와 같은 전략을 통해 이미 1.5℃ 시나리오에 대응하기 위한 충분한 감축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코프 3의 경우 매년 5%씩 항공 운송의 비중을 줄여나감으로써 운송에서의 배출량을 20% 감축하고자 하는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푸마는 2021년 연간 보고서에서 스코프 1, 2의 배출량을 2017년 대비 35% 감축하고, 스코프 3의 배출량을 판매량 대비 6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푸마는 2021년 스코프 1과 2 배출량은 총 3만6591tCO2e으로 2017년 대비 23% 감축했지만, 스코프 3 배출량은 26만4005tCO2e으로 오히려 2017년 대비 27% 증가했다. 또한 스코프 1, 2, 3 모두 전년도인 2020년에 비해서는 증가했다.
푸마에서 제시한 보고서는 다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기한이 명확히 설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스코프 3의 경우 절대적인 감축목표 수치가 아니기 때문에 구체적인 목표라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다만, 스코프 3의 구체적인 배출량을 제시하며, 공급망에서 주로 발생되고 있음을 설명함으로써 개선 방향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친환경 이미지 1위 파타고니아, 성과 발표는 다소 아쉬워
파타고니아는 친환경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외 패션 브랜드이다. 환경에 대한 노력을 바탕으로 2021년 미국 브랜드 평판 1위에 올랐으며, 타임지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기업에서 ‘리더’ 분야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패션 업계에서 대표적인 친환경 이미지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ESG 판단 지표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고자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특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가 기업의 총 탄소 배출량의 95%를 차지하고 있음에 주목하며 생산 공급망과 원자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려 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모든 매장과 사무실은 이미 100% 재생 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했고, 전 세계의 생산 공장들 역시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투자하고 있다. 나아가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지원하는 '1% for the Planet' 프로그램을 통해 삼림 보전을 지원하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자연 보호까지 실행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이같은 다양한 기후 위기 대응 방안을 실행하고 있으나 성과에 대해서는 확인하기가 어렵다. 파타고니아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아닌 비콥(B-Corp) 성과보고서와 사이트 내에서 ESG 경영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2019년 비콥성과보고서에서 2025년에 탄소 중립 기업에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를 드러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스코프 1과 2 배출량이 총 5091tCO2e으로 3941tCO2e이었던 2018년에 비해 오히려 증가했다. 2020년 기준 온실가스 총 배출량의 경우 약 24만7541톤(tCO2e)이라 밝혔으나 스코프 1, 2, 3의 구체적인 배출량은 파악하기 어렵다.
파타고니아에서 제시한 자료들은 기후 위기 대응 전략들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만, 감축 목표와 관련된 배출 수치나 기한이 제시되어 있지 않다. 특히 스코프 3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으며, 제시된 전략들 역시 스코프 1, 2 감축에 집중돼 있다.
패션 산업, 이제는 지구온난화 주범의 오명에서 벗어나야
이들 세 기업은 모두 공통적으로 생산 과정에서 100%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목표를 보인다. 또한 H&M과 푸마의 경우 단순히 생산 과정을 넘어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에도 집중하고 있다. 이를 줄이기 위해 항공 운송을 줄이려는 전략도 제시되고 있다.
또한 패스트 패션의 이미지를 가졌던 H&M이 스코프 3까지 줄이려 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친환경 이미지를 가졌던 파타고니아는 구체적인 배출량이나 감축 목표를 제시하고 있지 않은 현재 상황은 주목할 만하다.
이주연 그린워싱 탐사대 청년기자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전공에 재학 중이며, 환경 오염 및 기후 위기 문제 해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환경 문제 심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생각하여 다수를 대상으로 한 환경 의식 제고를 목표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