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 될까 기후목표 숨기는 기업들…‘그린허싱’ 나타나
기후 컨설팅기업 사우스폴의 보고서에 따르면 ‘그린워싱’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두려워 쉬쉬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 목표를 비밀로 유지하는 ‘그린 허싱(Green Hushing)’이란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기후 프로젝트 솔루션 기업 사우스폴(Southpole)은 "과학을 기반으로 한 넷제로 계획을 내세운 기업 중 4분의 1이 계획을 공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8일(현지시각) 전했다.
사우스폴의 연례 보고서 ‘넷제로 그 너머로(Net zero and Beyound)’는 12개국 여러 섹터에 걸쳐 탄소 배출 목표치를 제로(0)로 하는 1200개 이상의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 후 작성되었다.
사우스폴은 넷제로에 대한 기업의 태도를 정리해 분석한 작년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22년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작년 COP26 기후 정상 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 수백 개의 기업이 ‘넷제로’ 목표를 공개하느라 바빴지만 올해는 다르다. COP27을 앞두고 과학적으로 연계된 기후 목표를 공개하는 것을 점점 더 꺼리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 중 3분의 2 이상이 ‘고배출 기업’으로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다수의 기업이 약속을 이행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 기반 감축목표(science-based target, SBT)를 설정했지만 23%는 이를 “홍보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혔다.
지역으로는 벨기에, 독일 등이..분야는 미디어, 텔레콤이 그린 허싱 심해
조사 결과 벨기에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른바 독일어를 사용하는 유럽을 뜻하는 'DACH’ 지역의 조사 대상 기업에게서 SBT를 공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회사들이 18%로 가장 공개적인 반면, SBT를 보유한 기업 중 미디어, 텔레콤 분야의 기업은 목표를 공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40%로 가장 높았다. 유틸리티가 38%로 그 뒤를 이었다.
보고서에 포함된 설문조사에서 기업들은 "‘그린 워싱’이라는 낙인이 찍히지 않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린 워싱을 한 회사로 분류되면 평판이 나빠지고 재무적 피해가 발생하며, 규제 기관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진행된다는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한 번 그린 워싱을 한 기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그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들, “그린허싱에는 대가가 따를 것”
사우스폴은 보고서를 통해 “그린허싱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스폴의 CEO이자 공동 설립자인 레나트 호이베르거(Renat Heuberger)는 "그 어느 때보다 기업이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진전을 이루어 주변 기업들이 시작하도록 영감을 줄 필요가 있다. 진전이 조용히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베이(eBay)의 최고 지속가능성 책임자인 르네 모린(Renee Morin) 역시 “기업의 기후 행동은 기후 위기를 늦추는데 필요한 요소다. 더 많은 기업이 앞장서서 자신의 목표를 공개하면 다른 기업들도 따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보고서의 저자들은 “다행인 것은 기업들이 목표 공개를 꺼리고 있지만 목표 달성은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설문조사에 응한 기업의 4분의 3이 2021년 12월 이후 넷제로 관련 예산을 늘렸으며 많은 기업이 외부 컨설턴트를 고용하는 대신 새로운 직원을 고용해 지속가능성 관련 내부 역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기업들이 재생 에너지원으로의 전환, 에너지 효율 개선 및 스코프 3 배출 문제 해결을 포함한 넷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모든 도구를 탐색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는 가치 사슬 전반에 걸쳐 기업의 탄소 발자국을 포괄한다.
사우스폴은 “또한 기업들이 ‘기술 혁신’에 기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술에는 녹색 또는 저탄소 수소 및 탄소 제거 또는 탄소 포집 및 활용과 같은 기술이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